그로부터 2주일 후, 병원에 가기 위해 준비를 마친 뒤 방을 나선 할머니는 마치 가벼운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간단한 차림이었다. 분홍색 모시 블라우스에 남색 인견 바지를 입은 할머니는 현관 앞에 서서 낡고 삐걱거리는 마루와 색 바랜 벽지, 소파 맞은편 벽 위에 차례로 걸려 있는 액자들과 언젠가부터 텔레비전 옆에 놓여 있는 조화 카네이션 바구니 - 축 어버이날이라고 쓰인 분홍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 그리고 성모상과 양초 같은 것들을 오래 둘러보았다. "또 만나자." 할머니는 마당을 빠져나오기 전, 그렇게 말했는데 그것은 할머니를 향해 꼬리를 흔들던 백구에게 한 이야기였지만 동시에 가을볕이 어른거리는 할머니의 비좁은 마당과, 무엇보다도, 할머니의 집에게 한 인사였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할머니가 열쇠로 파란색 대문을 철컹철컹 잠갔을 때 백구는 작별의 순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기라도 한 것처럼 구슬피 울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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