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라. 이게 네 인생이야. 달리면서 절대 공을 놓쳐선 안 돼."(...)"이걸 빼앗으려고 태클이 들어올 거다. 지독하게 쫓아와서 집요하게 괴롭히겠지. 너보다 몇 배는 잘 뛰는 녀석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가로채 가기도 할 거야." (...)"빼앗겼다고 그렇게 바보같이 서 있을 거야?""네?""말했잖아. 이 공이 네 인생이라고. 빼앗겼으니 다시 되찾아 와야지."(...)"경기장 안에선 너 혼자 아무리 잘 달려 봐야 소용없어. 네가 공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 빼앗으러 올 테니까." "그럼 어떡해요?""어쩌긴. 네 인생을 친구에게 부탁해야지. 그걸 패스라고 한다." - P110
<사X과X책>
저자는 말한다.
"책은 의지를 갖고 능동적으로 일정한 시간동안 직접 읽어야 한다."
이 당연한 말이 대단한 명제처럼 들리는 이유는 그들이 자연과학자, 사회과학자라서 일까, 아니면 독서가여서 일까.
<어린이라는 세계>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눈물이 찔끔 났다.
"여러분을 아는 것이 저의 큰 영광입니다" 라니.
누가 어린애(미안,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깍듯할 수 있단 말인가.
읽는 내내 울고 웃었다. 그리고 반성하고.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이가 아빠와 실라이 끝에 색칠공부로 추정되는 어떤 책을 들고 계산대에 섰다. 그런데 아빠가 "이제 계산하게 아빠 줘"하는데도 어린이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 앞치마를 두르고 계산대에 계시던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어린이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씀 하셨다."따로 계산해 드릴까요?"어린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은 어린이에게 책을 받아 아빠와 계산을 마친 다음 어린이에게 ‘따로 담아 드릴까요?"하고 물으셨다. 어린이 손님은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아유, 귀여워 몇 살이야? 아빠 드려야지."사장님은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돈을 내는 것은 아빠니까 아빠 편을 드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 (...) 게다가 그렇게 하는 사장니의 모습에도 품위가 있었다.<어린이의 품위 中> - P44
(...)우리 모둠에서 제일 냄새가 많이 나던 아이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도시락을 드시던 선생님의 모습, 전학생인 나를 숨이 막히도록 꽉 끌어안으며 "나는 새로운 아이가 너무 좋아"라고 환영해 주신 선생님의 목소리만은 어제의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한다.<마음속의 선생님 中> - P120
어른들 사이에도 한쪽은 반말을 쓰고 한쪽은 존댓말을 쓰는 상황이 펼쳐질 때가 있따. 상사와 부하직원, 시어머니와 며느리, 선배와 후배처럼. 이들의 대화에서 감정을 편하게,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쪽일까? (...) 인류학자 김현경이 <사람, 장소, 환대>에서 "존비법의 체계는 인간관계가 원활하게 굴러가는 데 필요한 감정 노동을 ‘아랫사람‘ 몫으로 떠넘기는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라고 지적한 대로다.<저 오늘 생일이다요? 中> - P191
언제나 절망이 더 쉽다. 절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을 수 있고, 무엇을 맡겨도 기꺼이 받아 준다. 희망은 그 반대다. 갖기로 마음 먹는 순간부터 요구하는 것이 많다. 바라는 게 있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외면하면 안 된다고, 심지어 절망할 각오도 해야 한다고 우리를 혼낸다. 희망은 늘 절망보다 가차 없다. 그래서 우리를 걷게 한다.<어린이가 ‘있다‘ 中> - P219
(...) 아버지는 나더러 잊으래. 편해지려면 잊으래. 살아보니 그것이 인생의 비결이라며. 그 말을 들었을 땐 기막혀 화만 났는데 요즘 그 말을 자주 생각해. 잊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면, 잊어. 그것이 정말 비결이면 어쩌지.<다가오는 것들 中> - P147
미아 한센뢰베는 <다가오는 것들>에서 로맨스와 화해에 관한 기대를, 그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적절하게 실망시키는데, 그게 정말 좋다고 하미영은 말했다.<다가오는 것들 中> - P182
가상 세계에서 아무리 그렇게 살아도 현실 세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 절하하는 분들이의 있으나, 가상 세계에서 내가 선택하고 행동한 모든 것들도 내 경험, 내 삶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책을 통한 간접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가상 세계 메타버스의 경험은 우리 현실 세계의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 P224
장자의 호접지몽보다 좀 더 과학적으로 현실 세계에 관한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우리 우주 전체가 다른 우주에 있는 중학생의 과학실험일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MIT의 우주학자 앨런 거스는 우리 우주가 실제 존재하는 것이지만, 생물학자들이 미생물 실험을 위해 군집을 번식시키듯이 초지능 존재가 만든 실험실일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우리 우주 전체가 거대한 컴퓨터에 담긴 시물레이션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 우리는 지금과 다르게 살아야 할까요? 그래도 우리는 이 세계에서 이제껏 그랬듯이 도전해서 성취하고 나누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가 누군가 창조한 메타버스인지 아닌지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 P369
아무리 깊은 세계관, 많은 사람들, 수많은 상호작용을 메타버스 안에 넣고자 노력해도, 메타버스에 담기지 못하는 현실의 가치가 있습니다. (...) 우리 삶의 시작과 끝인 탄생과 죽음을 메타버스에 담기는 어렵습니다ㅏ. 메타버스는 출입이 가벼운 세계입니다. 한 번의 탄생으로 시작해서 한 번의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삶의 무게를 베타버스가 짊어지지는 못합니다. - P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