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즐 교장의 가장 큰 고민은 앞자리에 앉은 부유층의 아이들과 가난한 학생들 사이에 조화와 질서를 도모하여 학교의 규율을 세우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국기 게양 시간에 금언으로 표현하는 자신만의 철학을 발전시켰다. "좋은 교육은 부자와 빈자의 차이를 없앤다!" 파즐 씨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공부를 잘하면 졸업해서 너희도 부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공부를 잘하면 너희가 얼마나 가난한지 표시가 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려던 걸까? (95p.)

사람은 도시의 인파 속에서 외로울 수 있고, 도시를 도시이기 만드는 것도 어차피 군중 속에서 마음을 스치는 낯선 생각들을 감추는 데 있었다. (131p.)

어떤 사회의 삶을 보여 주는 중요한 요소들은 서로 비슷한 면이 아니라 비슷하지 않는 면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십 년 동안 둣테페와 퀼테페 사이에 기본적인 차이들도 생겨났다.(1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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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말하자면 나는 무신론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은 좋아했지만, 성경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다. 예를 들자면, 열두 제자 같은 것. 사실 난 그 제자라는 사람들이 정말 싫다. 그 사람들도 예수님이 죽은 다음에는 괜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수님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예수님을 뜯어먹고 살았던 군식구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제자랍시고 그 사람들이 한 일은 예수님을 끌어내린 것 밖에는 없다.(135p.)

나는 예수님이 직접 그 사람들을 선택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잇지만, 그냥 임의대로 아무나 뽑은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예수님에게는 제자들에 대해서 신중하게 분석할 만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난 예수님이 유다를 지옥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천 달러라도 걸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내가 천 달러를 가지고 있을 때 얘기지만 말이다. 다른 제자들이었다면 누구라도 유다를 지옥으로 보냈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하지만 예수님이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136~137p.)

그렇지만 나는 정말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다. 어쩌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땅에 떨어졌을 때 누군가가 내 몸을 덮어줄 거라는 확신만 있었다면 말이다. 피투성이가 된 내 모습을 바보 같은 구경꾼들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142~143p.)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피비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내 장례식에 오지 못하게 할 거라는 점이다. 좋은 건 그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무덤에 집어넣고, 묘비에 이름을 새기는 장면을 떠올려 보았다. 그렇게 되면 내 주위에는 온통 죽은 사람들로만 가득하게 될 것이다 죽으면 그런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정말 누군가가 내 시체를 강 같은 곳에 버려주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없다. 무덤 속에 들어가는 것만은 정말 싫었다. 일요일마다 사람들이 와서 남의 배 위에 꽃다발이나 얹어 놓는 바보짓들을 하는 게 정말 싫었다. 죽고 나서도 꽃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207p.)

공동묘지 전체에 비가 내렸다. 묘지에 왔던 수많은 사람들은 정신없이 차가 잇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난 또 미칠 것 같았다. 사람들은 저렇게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서 라디오를 틀고는, 좋은 곳으로 저녁식사를 하러들 갈 것 이었다. 앨리를 저렇게 내버려두고. 그 사실이 나로서는 도저시 견디기 힘들었다. 무덤 속에 있는 건 동생의 껍데기일 뿐이고, 영혼은 천국인지 어딘지에 있다느니 하는 허튼소리는 나도 잘 알고 있다. (207p.)

지금 네가 떨어지고 있는 타락은, 일반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좀 특별한 것처럼 보인다. 그건 정말 무서운 거라고 할 수 잇어. 사람이 타락할 땐 본인이 느끼지도 못할 수고 있고, 자신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거야. 끝도 없이 계속해서 타락하게 되는 거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네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그냥 생각해 버리는 거야. 그러고는 단념하지. 실제로 찾으려는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냥 단념해 버리는 거야.(247~248p.)

이건 시인이 쓴 게 아니라, 빌헬름 스테켈이라는 정신분석 학자가 쓴 글이다. 여기에서 그는..... 내 말 듣고 있니?
네, 똑똑히 듣고 있습니다.
이렇게 쓰고 있어.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2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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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읽은 책은 다 좋았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도 나름 상큼했고,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도,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도 묵직하니 좋았다.

그러고보면 내가 속한 세상은 상큼하지만도, 시커멓지만도 않은 그 중간쯤에 있나보다. 시커먼 쪽을 상큼한 쪽으로 바꾸는데, 내가 할일이 있을까.

오르한 파묵의 <내 마음의 낯섦>을 읽고 있다. 두께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는데, 막상 페이지를 펼치니 의외로 잘 넘어간다. 예전에 <내 이름은 빨강>을 읽었을 때는 잘 넘어가지 않아 고생좀 했었는뎅. '보자'가 뭔지 몰라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나오지 않아 답답했었다. 다행히 책을 읽다보니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있었다. 꼭 한번 맛보고 싶다. 터키에 갔다온 동생에게 먹어보았는지 물어봐야지.

 

이번주는 휴가다. 내일은 하루종일 책을 읽을 예정이다. 무엇을 읽을지 아직 모르겠다. 책장에 새 책이 없어서다. 그래서 더 설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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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미국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학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조작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13년의 옥고를 치르던 중 야생초를 키우며 관찰한 내용을 편지로 남긴 글이다.

 

내 주위의 모든 생태계(모기, 파리들로부터 인간에게 뽑혀 나가는 잡초에 이르기까지)가 모두 내 몸의 일부라는 인식을 깨우치게 되었다.

 

겨울의 한 가운데서 외부의 소음과 찬란한 햇빛과도 단절한 채 호젓한 조용함을 즐기는 데는 뜨거운 커피와 내 베란다를 가득 채운 짙푸른 화초의 공을 제외 시킬 수 없다.

 

그러나 이젠 창문을 열고 주차장 한 권의 작은 땅을 내다보며 꿈을 키운다.

감나무, 대추나무, 이름 모를 나무의 그늘로 햇볕 한점 온전히 받을 수 없는 땅이지만 야생초로, 또 이름 모를 잡초로 가득 채울 푸르름을 그린다.

달싹달싹 땅을 헤집고 올라오는 여린 새싹이 너무나 보고 싶다.

 

내 소망이 이루어져 작은 정원을 가꿀 수 있고 나이 들어 땅에 흠뻑 재미 붙여 산다면. 그리고 뭔가 자연과 인간의 친밀한 이치에 몰두하게 된다면 이 저자의 영향을 받았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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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해 봄, 내 조각조각 땅에는 많은 것들을 심어 놓고 수시로 들여다보았다. 백일홍, 채송화, 분꽃, 미니토마토, 난타나(수입야생화), 개부랄꽃, 황국, 패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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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이 책을 읽고 애정과 호감을 느꼈던 주인공 마리아네를 결국 나이 50에 이르러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젊을 때의 마리안네는 좋은 시아버지, 이해심과 경제력의 후원자인 남편, 사랑스런 아들을 둔 28세의 여인이 자신의 사랑을 위해 가출을 시도한 용기있는 동료로써 읽혀졌을까.

 

그렇다면 인생을 조금 더 살게 된 지금의 마리안네는 부유하고 평화롭게 보여지는 삶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사랑을 간직한 채 우아하게 살아내야하는 생활 속에 갇힌 여인에게 r는 동정심으로 다가온 것 같다.

 

과연 기력이 쇠약해지고 세상의 이치가 조금은 정리가 되는 나이에도 나름대로 그녀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을른지.

 

고도로 발전해가는 산업사회에 잘 적응해가는 유능한 시부모와 남편에 대한 저항으로 경제적 관념이나 타인에 대한 공격심이 전혀 없는 순수한 어린이 같은 마음을 지닌 작가 베르트르에게 향한 애정을 차분한 감정과 섬세함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귀가 후 결국 두 번째 가출을 시도하면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죽음을 향하면서 감동적인 순간순간을 맛보며 사랑을 완성해가는 베르트르와 마리안네.

 

메카니즘에 길들여진 남편 막스의 발 빠르고 완벽한 처신으로 완벽한 비밀에 덮힌 완벽한 사랑.

 

우리는 허공에 떠올랐다. 무서운 속도로, 몸이 새털처럼 가벼웠다. 나는 베르트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는 내 무릎을 꽉 잡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어디엔가로 날려졌다. 아프지는 않았다. 고통은 이미 지나가 버린 뒤였다.  

, 블랑크. 어서 통신사로 가보도록 하게. 뉴스를 주도록 하게. 신문보다 먼저 선수를 쳐야 하니까.‘갑작스런 사고로’, 아냐, 그건 안돼. 공식 발표처럼 되야 하니까. 이렇게 하도록 하게. ‘비극적인 사고로 저명한 ...씨의 부인이...’ 그런 식으로. 다음은 알겠지? 다른 얘기는 절대 하지 않도록. 서둘러야 돼. , 갑시다. 여러분

 

 사고 현장으로 아주 근엄하게 달려가는 남편 막스에게 두 연인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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