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이 책을 읽고 애정과 호감을 느꼈던 주인공 마리아네를 결국 나이 50에 이르러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젊을 때의 마리안네는 좋은 시아버지, 이해심과 경제력의 후원자인 남편, 사랑스런 아들을 둔 28세의 여인이 자신의 사랑을 위해 가출을 시도한 용기있는 동료로써 읽혀졌을까.
그렇다면 인생을 조금 더 살게 된 지금의 마리안네는 부유하고 평화롭게 보여지는 삶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사랑을 간직한 채 우아하게 살아내야하는 생활 속에 갇힌 여인에게 r는 동정심으로 다가온 것 같다.
과연 기력이 쇠약해지고 세상의 이치가 조금은 정리가 되는 나이에도 나름대로 그녀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을른지.
고도로 발전해가는 산업사회에 잘 적응해가는 유능한 시부모와 남편에 대한 저항으로 경제적 관념이나 타인에 대한 공격심이 전혀 없는 순수한 어린이 같은 마음을 지닌 작가 베르트르에게 향한 애정을 차분한 감정과 섬세함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귀가 후 결국 두 번째 가출을 시도하면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죽음을 향하면서 감동적인 순간순간을 맛보며 사랑을 완성해가는 베르트르와 마리안네.
메카니즘에 길들여진 남편 막스의 발 빠르고 완벽한 처신으로 완벽한 비밀에 덮힌 완벽한 사랑.
우리는 허공에 떠올랐다. 무서운 속도로, 몸이 새털처럼 가벼웠다. 나는 베르트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는 내 무릎을 꽉 잡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어디엔가로 날려졌다. 아프지는 않았다. 고통은 이미 지나가 버린 뒤였다.
자, 블랑크. 어서 통신사로 가보도록 하게. 뉴스를 주도록 하게. 신문보다 먼저 선수를 쳐야 하니까.‘갑작스런 사고로’, 아냐, 그건 안돼. 공식 발표처럼 되야 하니까. 이렇게 하도록 하게. ‘비극적인 사고로 저명한 ...씨의 부인이...’ 그런 식으로. 다음은 알겠지? 다른 얘기는 절대 하지 않도록. 서둘러야 돼. 자, 갑시다. 여러분
사고 현장으로 아주 근엄하게 달려가는 남편 막스에게 두 연인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