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말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이라는 시인을 최근 들어 자주 접했다. 궁금하기도 했지만, 좀처럼 책을 잡을 기회가 없었다가
이 책을 만났다. 시인의 작품을 시가 아닌 산문을 통해 먼저 만난다는 것에 대해, 혹시 내가 이 사람을 잘못 인식하게 될까 저어하는 기분도 들었지만, 첫 페이지를 펴 운문 같은 글을 읽고나니, 과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가 있었구나 하게되었다.
83년생이면 내 남동생과 동갑이니, 나와도 같은 시대를 살았겠건만, 그가 살았던 시대는 무척이나 생경했고,
또래의 글이라기엔 무척이나 다른 그의 감수성에 나는 그만 그에게 반해버렸다.
문장, 아름다운 문장.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토리보다는 문장을 탐닉하게 되었는데
그런 내가 찾던 바로 그런 책!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그의 다른 책, 특히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을 먹었다.>를 조만간 꼭 구해다 읽어야겠다.
<문방구 아저씨>는 어쩌다라기 보다는 피치못하게 문방구를 열게 된 그러니까 월급장이에서 자영업자가 되어버린
문방구 아저씨의 고군분투 자영업 생존기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직종(특히 아이들과 학부모를 상대해야하는)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영업의 생존 투쟁에 나의 업을 비할수는 없겠지.
그래도 혹시 나중에 나중에 서점이라도... 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그는 자영업의 정글에 절대 뛰어들지 않기를 권고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드럽고 치사해도 정년까지 채우라고 말이다. 어찌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이었는지, 나는 그만 내 꿈을 접어버릴 뻔 했다. 게다가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관점에서 사회를 다시 보게되었다. 물론 이 또한 저자 한 사람의 관점이니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사회이니, 어느 정도는 조금씩 다 같이 잘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