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마치가 스승(모리 슈워츠)이 세상을 뜨기 전 서너달 동안 매주 화요일 만나 나누었던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를 마지막 논문이라고 말했다.)

사지의 근육이 무력해지고 점차 숨쉬기조차 힘들어 죽게 되는 스승이 들려주는 죽음, 삶의 의미, 인생의 참된 가치, 나이듦을 들으며 젊은 청년은 가치관의 혼란을 정립시켜 나간다.

 

내가 모리의 아픔을 깊히 인식하며 날 위로할 수 있었던 대목을 남겨 본다.

 

난 쇼핑을 하러 갈 수도 없고, 은행 계좌를 관리 할 수도 없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시간도 없어. 하지만 여기 앉아서 한가한 나날을 보내며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지켜볼 수가 있어. 난 그럴 수 있는 시간과 이유를 둘 다 가지고 있잖나.”

인생을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지금의 내가 느낄 수 있는 강하고 선한 영혼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시간은 내 책임이다.

 

모리 스승이 단 하루 24시간의 건강이 주어졌을 때 하고 싶은 일은 이탈리아에 가서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대통령과 멋진 점심식사를 하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는 산책하고 수영하고 친구들, 가족들의 방문을 받아 안부를 주고받고, 정원에서 새나 나무를 구경하고.....

 

내가 최악의 상황 중에는 늘 해오던 일이 아무 흥미도 없는 사소하고 귀찮은 일이 고귀한 영혼을 지닌 선생님의 꿈이었다. 완벽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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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23)에 보았던 누렇게 빛바랜 책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센치하고 매혹적인 제목이 좋았을 젊은 나이엔 세상의 모든 흐름이 공허함을 몰랐을 터. 슬픔도 가슴 깊은 곳에서의 회상일 때는 감미로움이 되는 나이에 다시 읽어봄도 잘한 일이다.

 

자신의 지난 발자취를 소중해하지 않고서는 어떤 과거도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독일인의 사랑>과 함께 좋아하는 이 책은 숲 속의 짙은 이끼 냄새, 안개가 바람에 날려 솜사탕처럼 몰리는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

 

지나간 시절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심성이다. 나는 안톤 슈낙에게서 그 자세를 배우고 싶었고 주변의 사소함을 편안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그의 습관을 익히고 싶었다. 그려려면 늘 마음은 허술하게 열려 있어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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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작가인 유용주는 자신의 작품을 짧은 한마디로 압축해 말한다. ‘내 문학은 내 삶뿐이다.’ 외침 그대로 그의 밑바닥 삶에서 우려낸 글이다.

 

왕양명의 말대로 내가 있어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있어 내가 있다.” 는 말을 증명하듯 그의 세상과의 부딪힘이 자아를 깨닫게 하고 문학의 시작이다.

 

엉망진창이고 만신창이로 바졌던 늪은 늪이 아니라 그를 지탱해준 뿌리의 근원이었고, 늪에서의 멍들고 만고풍상의 통곡이 그대로 글이 되었다.

 

살아낸 흔적이 글로 된 작품을 읽는 일은 긴장되고 엄숙하며 읽을거리로 읽어버릴 수 없다.

자신만의 선택만으로 꾸려진 삶이 아니니 그에게만 해당된다고 말할 수 없을 터.

들려오고 보여지는 기막힌 삶들이 주인이 따로 없었음을 나도 최근에야 경험했다.

삶이란 얼마나 깊고 오묘한 것인가. 50년을 넘게 살고 깨달았고, 자식들의 그 먼 길이 많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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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말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이라는 시인을 최근 들어 자주 접했다. 궁금하기도 했지만, 좀처럼 책을 잡을 기회가 없었다가

이 책을 만났다. 시인의 작품을 시가 아닌 산문을 통해 먼저 만난다는 것에 대해, 혹시 내가 이 사람을 잘못 인식하게 될까 저어하는 기분도 들었지만, 첫 페이지를 펴 운문 같은 글을 읽고나니, 과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가 있었구나 하게되었다.

83년생이면 내 남동생과 동갑이니, 나와도 같은 시대를 살았겠건만, 그가 살았던 시대는 무척이나 생경했고,

또래의 글이라기엔 무척이나 다른 그의 감수성에 나는 그만 그에게 반해버렸다.

 

문장, 아름다운 문장.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토리보다는 문장을 탐닉하게 되었는데

그런 내가 찾던 바로 그런 책!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그의 다른 책, 특히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을 먹었다.>를 조만간 꼭 구해다 읽어야겠다.

 

<문방구 아저씨>는 어쩌다라기 보다는 피치못하게 문방구를 열게 된 그러니까 월급장이에서 자영업자가 되어버린

문방구 아저씨의 고군분투 자영업 생존기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직종(특히 아이들과 학부모를 상대해야하는)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영업의 생존 투쟁에 나의 업을 비할수는 없겠지.

그래도 혹시 나중에 나중에 서점이라도... 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그는 자영업의 정글에 절대 뛰어들지 않기를 권고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드럽고 치사해도 정년까지 채우라고 말이다. 어찌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이었는지, 나는 그만 내 꿈을 접어버릴 뻔 했다. 게다가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관점에서 사회를 다시 보게되었다. 물론 이 또한 저자 한 사람의 관점이니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사회이니, 어느 정도는 조금씩 다 같이 잘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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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내 책을 낼 일은 없겠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책 내기 보다는 글쓰기에 대해 많이, 오래 생각할수 있었다.

얇아서 더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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