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에 시작한 직장이 요번달 말이면 끝이다. 한국책을 빌려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직장인데도 일하러 가는 게 즐거웠지만, 사실은 한 달 전에야 학교 수업이 끝나서 책을 읽고 띵가띵가 할 기회는 사실 한 달 정도 뿐이었다. 그러고나니 어느새 직장계약은 끝이 날 참이고 게다가 여름학기 수업이 코 앞에 와 있다. 평소에는 우편료 때문에 마음대로 못 사는 (최근에는 또 전자책 회사는 해외신용카드를 안 받아서 고민이다) 터라 왠 횡재냐, 하고 한국책을 잔뜩 빌려다가 자폐아처럼 몇 주 동안 코 빠트리고 읽었는데 아직도 빌려온 책이 이십 권쯤 더 있다. 하지만 그 책들은 아마 읽어보지도 못하고 월말에 반납하게 되겠지. 소설책을 몇 권 읽었더니 서울의 골목길들이 눈 앞에 밟히고, 고미숙의 열하일기를 읽었더니 순 내용이 우정예찬론이라 더욱 서울이 그리워졌다. 수업이 시작된다는데도 시큰둥하고, 이력서를 쓰고 새 직장을 찾아 인터뷰를 보러 다녀야한다는 것도 영 성가시기만 하다. 술까지 사다 마셨는데도 깨어보니까 영 맹숭맹숭하고 기운이 안 난다. 꼭 책 탓만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