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부터 호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직장 가는 길엔 물웅덩이가 버섯처럼 솟아나 있었다.
강풍이 불고 빗물이 튀는 와중에 황급히 길을 건너고 몇 발짝 더 서둘러가다가,
인상적인 맨홀 구멍 모습에 한 장 찍었다.
물이 지하에서 퐁퐁 솟아나는 게 사진만 보면 꼭 조그만 샘 같다,
추적추적 어느 새 무릎 위로까지 젖어들어가기 시작한 바지 때문에 다리에 소름이 확 돋았다.
일하는 동안 내내 비가 내렸다.
책 나르다 잠깐 계단가에서 창을 내려다보니까 밖엔 이제 지나다니는 사람도 하나 없다.
다들 실내에 꽁꽁 숨어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겠지.
핸드폰에 카메라가 달려 있는 게 너무나 신기하다.
그래서 일하다가 가끔씩 물마시러 갈 때마다 살짝 꺼내서 한 번씩 들여다본다.
이것 때문에 이제 이 년 동안 월부금을 내게 생겼다는 사실은 잊어버리려고 애를 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