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집에서 (장석남)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진 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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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3-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검둥개님, 묵 한 사발 같은 시를 대령하셨군요.^^

잉크냄새 2006-03-1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들의 삶을,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란 이리도 호젓하군요.
오랫만이네요. 저도 오랫만에 왔어요. 퍼갑니다.

비로그인 2006-03-1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시인이란 정말 새로운 눈을 열어주는 사람들이지요?

검둥개 2006-03-18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 시 멋지죠? ^^
묵 먹구 싶어요.

잉크냄새님 정말 오랫만이어요. 잘 지내셨죠?

Manci님 저두 동감이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