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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 전2권 세트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입고 있던 옷과 신고 있던 양말에 신발, 떼운 이빨의 아말감까지 홀연히 남겨놓고 졸지에 사라져버리는 남자가 있다. 끊임없이 현재에서 미끄러지는 남자. 예측불허의 과거와 미래에 맨몸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남자. 무사히 현재로 귀환하는 순간이 올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잠긴 가게 열쇠를 따고 옷을 훔치고 길거리에서 남의 지갑을 털어야 하는 남자. 그래서 매일 아침 뛰고 또 뛰는 남자.
이 남자에게 현재는 비누거품으로 한없이 미끈거리는 빨래판, 삶은 시간의 못된 농담 같다. 시간이 이 사람을 무작위의 좌표로 내키는대로 쓸려보낸다. 마치 아무렇게나 끊임없이 자신을 흘려보내는 사람들에 대한 복수처럼.
껌딱지처럼 현재에 들러붙어 사는 우리에게도 하지만 시간이 잔인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굳게 닫혀 있고 피하고 싶은 미래는 오징어 흡판처럼 우리의 목덜미를 움켜쥔다. 이쯤 되면 시간여행자 헨리의 곤란한 삶이 남의 일만도 아니다.
시간여행자 헨리와 우리처럼 평범한 그의 아내 클레어는 이 시간의 압제 하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고전적이게도 그 답은 사랑과 믿음이다. 그리고 시간과 함께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 헨리와 다시 한 번 조우할 것을 기다리면서 47년 동안 클레어는 무엇을 했을까? 82살이 된 클레어의 뒷모습이 담긴 마지막 책장을 덮는 독자를 궁금하게 하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