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은 가을이 (최승자)


개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있는 기억의 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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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9-04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뜩! 서재에 막 올라온 브리핑 제목을 보고 놀라다가,
최승자 시인의 이름을 보고 씨익 웃었답니다.
그녀라면 이런 제목이 가능하지요 ㅎㅎㅎ
바람이 몹시 부는,
가을이 나 왔어~ 라고 호들갑 떠는 것 같은
바람이 몹시 부는 밤이어요.
하루를 마감하고 자야하는데,
어쩐지 자기 아까운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그렇네요.
올가을엔 누구의 레코드를 들으며 보내야 하려나요...

아직 강물 근처도 못간 어항속에 물 플레져 올림.


비로그인 2005-09-04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저도 제목 보고 놀랬어요. ^-^;; 정말 가을이 쳐들어 오나봅니다.

플레져 2005-09-04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수동의 가을 한 점 놓고 갑니다.

검둥개 2005-09-04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플레져님 이 그림 좋으네요 ^^ 달이 둥실 산이 검고 하늘은 진한 잿빛이고.
이번 가을 저는 백건우의 싼 씨디를 들으며 보내려 했는데 아, 글쎄 이 놈의 소포가 안 와요... ㅠ_ㅠ 근데 님이 어항 속의 물이시면 저는 뭔가요? 또랑 속의 물? ^^

ㅎㅎ 장미님, 지금 댓글을 보고서야 제목의 선정성을 깨달았어요. 아무 생각 없이 올렸더라는... 시인 이름을 옆에 달았으니 망정이지. ^^

2005-09-04 0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5-09-04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어머 저의 서재가 익숙한 느낌을 드린다니 덩달아 기쁩니다. ^^
저는 익숙한 게 좋아요 헤헷. 나름 남성적이기도 하다는. 서툴러서 주변의 것들을 많이 부수는 (?) 편이에요. ㅎㅎ 이제 제가 좀 낯설으시죠? ^^;;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