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작가 하이타니 겐지로의 강연회가 토요일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다.  금요일에도 학교 엄마들과 새벽두시까지 놀고(아예 10시 반에 아이들 다 재워놓고 만났으니), 토요일 아침 내내 자다가, 또 오후에 아이 셋을 남편에게 맡기고 나가려니 뒷통수가 좀 가렵기는 했다. 그래도 좋았다.

'미나상 곤니찌와'라고 밝게 웃으면서 시작한 강연은 두시간 내내 감동이었다. 통역을 통해서 들어야 해서 흐름이 조금씩 끊기기는 했지만, 그는 70이 넘은 나이에 건강이 별로 좋지 않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참 넘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무려 12페이지나 메모를 했는데, 그걸 다 쓰려니 어렵다. 정리는 후로 미루고, 몇 마디 인상적인 메모만 옮기려고 한다.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인류의 이상이다.

아무리 이윤추구가 선이 되어버린 시대지만, 그래도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벌면 안 된다.

아이들의 문화는 어른들이 보호해주고 지켜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잘 자란다.

요즘 아이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능력을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 즉 어느 아이나 다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점수로 판단할 수 없는 능력이다.

'나는 사람을 밀치고 경쟁해서 앞으로 나아가기 싫다. 특급열차가 싫다. 다소 늦게 가더라도 모든 과정을 아는 완행열차가 좋다. 늦게 가더라도 모든 것을 알고싶고, 나처럼 상대방의 의견도 알고 싶다.' - 한 아이가 완행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점을 적은 글.

'선생님은 타인이다. 정말 아이들을 좋아해서 선생님을 하는지 돈을 벌기 위해 하는지 나는 그것이 가장 알고싶다' - 대안학교를 다니는 한 아이가 자신의 선생님에게 던진 쪽지

교사에는 두 종류가 있다.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교사와 점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교사. 물론 아이를 점수로 평가하는 걸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 사람의 마음이 없는 지도라면 아이들 속에 들어갈 수 없다.

여러분은 자신의 능력만으로 살아왔는가! 주위에서 보호하고 사랑해준 부모, 교사, 친구들 덕분으로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여러분도 누군가의 생명을 받쳐주어야 한다. 내 목숨이라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안 된다.

생명과 마음은 동일하다. 마음은 생명만큼 중요한 것이다. 물질도 돈도 중요하지만 생명이 더 중요하고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소중한 마음을 나누어주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아이의 현재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가!(한 언론과의 인터뷰중 했다는 말씀)

선생님들께 한마디 - 선생님으로서부다는 짧게라도 아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교육을 해 주세요!

토막토막 한마디씩으로 어떻게 다른분들께 그 느낌을 전할 수 있을까만, 혹시 내가 잊어버릴까봐 메모만 해 둔다.

나는 학교의 아이들을, 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점수로 대하는가, 마음으로 대하는가.

늘 눈에 보이는 곳에 적어두고 스스로를 되돌아봐야겠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05-25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을 읽고 깊이 감명 받았는데....
아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 할 수 있는 교육...많은 것을 던지는 화두입니다.

2004-05-2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지은 아이에게 이유를 물을 수 있는 것이 어른의 애정이라는 말씀도 와닿았어요. 어른은 아이에게 어떤 존재인가..생각하게도 했구요. 학교 도서관에 계신가 봐요. 우리 학교 도서관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젊은 분이라 아이들 얘기로 수다떨기가 안되는데..그 학굔 그게 가능할 것 같네요...반갑습니다. 아 그리구 우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너 왜우니 라고 묻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뭐 이런 말, 당연한 말인데도 가슴에 새기게 되네요.

호랑녀 2004-05-26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도서관... 이거 계속 있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것두 제 화둡니다.
강연회에 가서 저는 참 감동받았어요. 물론 돌아서면 또 잊어버리지만...
아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혹시 울면 왜 우는지 궁금해하는... 그게 정말 당연한데, 갈수록 어렵더군요. 욕심을 버려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