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또 택배로 만화책을 잔뜩 받았다. 누가 주었냐고? 알라딘에서. 왜 주었냐고? 내가 돈 내고 갖다 달라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나에게 준 셈이지만 늘 그 종이 상자의 테이프를 칼로 자를 때는 선물 포장을 뜯는 기분이 들어 좋단 말이지.

 

이번에는 기다리던 만화책들이 좀 나왔다. 리얼6와 노다메칸타빌레16. 4개월이 되어가는 우리 아기가 표지 그림에 있는 노다메의 빨간 원피스를 보고 좋아한다. 초록 바탕에 빨간색 원피스. 선명한 대비. 이제 막 원색을 좋아하기 시작하는 우리 아가다. 신문 사이에 끼워진 전단지도 한참 쳐다보곤 한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보채는 아기를 들춰 업고 마루를 빙빙 돌면서 멘델존 박사의 '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한 아기 키우기'를 봤다. "이 책을 읽을 즈음이면 이미 늦었겠지만..." 라고 하면서 박사는 임신 전부터 조심해야 할 일들을 말한다. 그래 잘못한 건 벌써 잘못한 것이고 지금부터라도 잘 키워야지. 그런데 우리 아기는 아직 심각하게 아파본 적이 없어서 병원에 의지할 일도 없었지만 심하게 울고 아프고 그러면 과연 어떻게 될까? 과잉행동 챕터에서 밝히는 약물에 대한 박사의 의견에 전적 동감이다. 아이들이 말을 잘 안듣는다고 약물을 주면 안 된다는 말이지.

날씨가 어찌 이리 따뜻하나. 덥다 더워. 어제 함천인가는 20도까지 올라갔다지? 엥? 내가 잘못들었나. 10도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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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형 2007-02-2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재밋다. 여기도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구나. 글이 네이버 글과 뭔가 스탈이 다르다. 네 안의 두 사람이 각각 자신을 펼쳐놓고 있는 것 같다.

슈뢰더 2007-02-2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그런가?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은 네이버에 통 글을 올리지 못해서.
 
Longman Advanced American Dictionary (Paperback) - 롱맨고급영영사전 Now with CD-ROM, 비닐커버
Longman 편집부 엮음 / Longman(롱맨)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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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2년에 구입해서 3년째 쓰고 있는 사전입니다. 우선 글자가 눈에 시원스럽게 잘 들어옵니다. 한 단어의 의미가 아주 많을 때에는 적절한 해설을 얼른 찾기가 쉽지 않은 데, 그런 어려움을 고려해서 한 두 단어로 해당 의미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없을 때 그 힌트만 훑어보면 찾고 싶은 의미를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spoken phrases란 입니다. 이 칸에서는 해당 단어가 들어간, 빈번히 쓰이는 구어들을 알기 쉬운 해설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 아는 단어로 이루어진 쉬운 문장이어서 그냥 우리말 해석으로 넘어갔던 문장들을 이 란에서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짐작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엉뚱한 뜻일 때도 많기 때문에 특히 구어체 문장을 접할 때 꼭 확인해보곤 합니다.

하지만 제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오래되었어도 막 굴려 쓰지는 않았는데 벌써 뒷 표지와 책 알맹이가 분리되었고 전체적으로 삼등분이 나 있는 상태입니다. 화가 났던 것은 중간의 컬러 표지가 너무나 쉽게 떨어져 나간 것입니다. 한 부분은 사자마자 떨어졌는데 어쩌다보니 잃어버렸고, 또 미국지도 등이 있는 다른 한 부분은 얼마 전에 떨어져 나갔습니다. 낱말의 뜻을 살펴보다가 '(잃어버린) 페이지 몇의 그림을 참고하시오'라는 설명을 보게 되면 정말 실망이 크지요. 그런데도 항상 이 사전에 먼저 손이 갑니다. 무엇보다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어를 많이 접하는 분들께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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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형 2007-02-0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책, 화법이 직설적인 에세이들을 읽을 때는 종종 잊곤 해. 모르는 영어 단어가 이리도 많은가 하는 것을 말이야. 요새 어찌보면 잰체하는, 어찌보면 문학적인 에세이를 읽고 있는데. 죽갔어. 사전을 찾다가 확 다 팽개치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녀. 제발 쉽게 좀 써달라고 부탁하고 싶다니까. 그래도 똑똑한 거 다 아니까 제발 좀 멋좀 내지 말라고 말이야. 흑흑.

슈뢰더 2007-02-0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그냥 넘어가고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라'고는 하지만 전부 모르는 단어일 때는 좌절이죠. 야옹이형은 어떤 사전을 쓰세요? 추천좀 해주세요. 제 롱맨 사전은 이제 삼등분되었어요
 
Tchaikovsky & Mendelssohn
정경화 협연 / 유니버설(Universal)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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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가 완성 후 당시 러시아의 최대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아우어에게 헌정하려고 했지만 아우어가 악보를 살펴본 뒤 연주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는 곡입니다. 어렵기로 유명한 곡이죠. 첸카이거 감독의 영화 '투게더'에서는 바이올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주인공 소년이 음악가로서의 자기 장래를 위해 몰래 떠나려는 농부 아버지를 위해서 이 곡을 연주합니다. 결말을 향해 치닫는 마지막 부분을 연주하는 아들과 아버지를 번갈아 보여주는 기차역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죠. 무척 화려하고 긴박감 넘치면서도 왠지 안타까운 느낌이 깃들어 있습니다. 정경화의 연주는 그 빠르기에도 한음 한음 공중에 그려질 듯 또렷하고 힘이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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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형 2007-02-0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들어보고싶다. 소름이 끼친다니. 멋져.

슈뢰더 2007-02-0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원래 쉽게 소름이 돋긴 해요 ㅎㅎ 하지만 들어보면 좋을 거예요
 
신기한 식물일기 리네아의 이야기 3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지음, 레나 안데르손 그림, 김석희 옮김 / 미래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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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산 근처였고, 부모님이 화분가꾸기를 좋아하셔서 늘상 봐왔기 때문인지 예전엔 식물에 관심이 가질 않았다. 이젠 주위가 늘 삭막하니 어쩌다 초록색을 보면 참 반갑다. 뭔가를 키우고 꽃도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조그만 화분 몇개를 사다가 그 안의 식물들을 다 죽여보고 나니 '난 역시 초록색 손가락(green thumb)이 아닌가봐'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에 호기심이 갔던걸 보면 뭔가를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아주 사그라들지는 않은 모양이다.

책을 읽고(다 읽는 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공원에 있는 풀과 나무에서 열매를 몇가지 따고 오렌지를 샀다. 흙을 퍼왔다. 꽃집에 들렀는데 '피트구슬(책의 첫장에 등장)'이란 것은 팔지 않았다.

오렌지는 아, 씨없는 오렌지였다. 오렌지에 붙은 스티커를 눈여겨 보지 않았던게 후회스럽지만, 쩝. 열매에서 발라낸 씨는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흠. 그래서, 퍼온 흙에 마늘 두 쪽을 심었다. 그 중 하나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와!

오렌지 나무며 마늘싹 틔워 키우는 게 다 이 책에 나와 있다. '그냥 놔둬도 싹 트는 마늘 따위 뭐하러 심어 기르느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내 손에 흙 묻혀가며 심은 마늘은 매일 먹는 마늘과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마늘이'와 함께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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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형 2007-02-0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남? 마늘이 자라면 뭐가되지?

슈뢰더 2007-02-07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늘을 심으면 싹이 나와요 파랗고 길쭉하게. 그게 많이 자라면 시장에서 보는 것처럼 굵고 튼실한 마늘쫑이 되는 것이겠죠. 한번해봐요. 잘 자라니까. 마늘 냄새가 너무 독해서 싫으면 그 줄기를 잘라 먹기도 한다고 해요

야옹이형 2007-02-26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늘쫑이 되는구나. 마늘쫑이 마늘이 자라서 되는거로구나!

슈뢰더 2007-03-07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늘은 흙속에 달리는 것만 주의하심^^
 
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게 된데에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했다랄까,그러니까 '이제까지 에세이 한 두권을 빼고는 그의 책은 모조리 읽었으니까'라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았던(읽고 나서 그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이유가 절반. 나머지 절반은 소설에 대한 상당히 호의적인 평가들이었다.

만약 이 책이 내가 읽은 첫 하루키 소설이었다면 느낌이 달랐을 지도 모르겠다. 상당히 호의적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읽은 책들의 기억을 깨끗이 지우고 새 책을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책을 읽으면 늘 이전 책의 장면이 겹쳐서 떠올랐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깊은 숲에선 그 '우물'이, 조니 워커상 한테선 그 '노보루(맞나?) 상'이, 유령마을 같은 곳에선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상의 끝'에 나오는 그 마을이, 도서관 관장한테선 나오코 더하기 레이코 여사가. 뭐 이 짝들 사이에 등식이 성립하는 건 아니다. 그저 그렇게 떠올랐던 것이지.

이 소설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과거의 인물이나 배경과 겹쳐서가 아니다. 꽤나 의미있어 보이던 사건과 인물들의 수수께끼가 확연히 풀리지 않아서가 아니다. 도무지, 읽고 나면 찝찝하고 허무맹랑해서가 아니다. 이 모든 걸 품고 있던 하루키만의 아우라가 사라졌다. 적어도 내 마음속에서는 사라졌다. 진작에 사라졌지만 다시 확인을 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해 주었던 나카타 상과 그의 우산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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