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된 '비밀'

일본 영화는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개방적이고 사고관에 있어 앞섰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물론 최근 우리나라 영화의 행보는 무척 나아진 편이긴 하다.
이미 국내에 개봉된 '배틀로얄'과 '비밀'을 보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에서 개봉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실제로 수입사측에서도 판권을 사 두고도 이래저래 눈치를 봤던게 사실일게다. 그런데 작년에 당당하게 '배틀로얄'을 개봉했다. 국내 개봉을 위한 필수 조건인 국제영화제 수상이 확정되자 앞뒤 볼 필요없이 개봉되었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삭제된 8분이 무삭제로 개봉되었다니........ '비밀' 역시 우리나라 관객이 받아들이기엔 쉽지 않은 주제다. 아무리 "빙의"라는 소재로 눈가림을 한다고 하더라도 부녀간의 사랑이라 찜찜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미연, 이병헌 주연의 '중독'이라는 영화 개봉을 빌미로 사전에 바람빼기 작전 마냥 '비밀'이 급작스럽게 개봉되었다.
'중독'을 제작한 영화사에서는 '비밀'의 내용과 비슷함을 의식해서 '비밀'의 판권을 사려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이미 '비밀'을 본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99년 작품인데다가 히로수에 료코의 팬이 상당수 있는지라, 게다가 부녀간의 애정행각이 궁금해서라도 사전에 관람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초점은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가족애에 대한 사랑이 한수위임을 눈여겨 보아야 할 작품이다. 아직 '중독'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한국영화 '중독' 보다 한수위라면 이점이 아닐런지.......딸과 아내의 영혼이 한 육체에 공생하는 관계속에서 한 남편이며 동시에 아버지로써 한 남자의 심한 갈등을 자그마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잘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진실을 알고도 떠나 보내는 남편의 마음은 자그마한 충격으로 와 닿는다.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중독'이라는 작품과 비교한다는게 우스운 일이지만서도 같은 소재의 두 영화 중 내용 전개상 보다 감동적인 작품을 꼽아야 한다면 '비밀'쪽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끝으로 사랑이라는 것 특히 가족간의 사랑은 사소한 것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 임을 알게 해 준다.
P.S. 그래도 '중독'이라는 국내 영화에 초칠한 '비밀' 수입사는 밉다
덧글. 잠시긴 했지만 국내 극장 개봉도 되었고, 국내 케이블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중독' 보다 '비밀'이 더 볼만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2004-08-05 18: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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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히로스에 료코(철도원에서 역장의 딸역)가 주연한 '비밀'이라는 일본영화를 봤답니다. 음.. 내용상 수입불가한 내용이기에 인터넷이나 나우누리 동호회애 올라와 있을 겁니다.(자막 포함해서) 줄거리는 모녀가 사고가 나서 죽게 되었는데 엄마의 영혼이 딸의 육신에 들어가면서 아빠(남편)와 벌어지는 얘기입니다.
몸은 비록 딸이지만 영혼은 아내이기에 여러가지 사건이 발생하죠. 이런 현상을 빙의(憑依)라고 하더군요. 전혀 야한 장면이 없는 이 영화가 수입 불가인 이유는 중반부에 딸(아내)이 남편에게 성관계를 허락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당연히 남편은 딸의 몸에 그런 걸 할 수 없다고 거절하기는 하지만서도........
중간에 딸의 영혼이 다시 돌아오는 장면에 아빠는 다시 3사람의 공존(?)에 기뻐합니다. 물론 이 순간부터 아내가 이제 영원히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죠.
이 영화는 주인공의 대사에도 나오지만 "가족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 이라는 단순하지만 진리에서 시작되는 가족영화입니다.
상영시간 2시간인데 꽤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더군요. 첫장면에 사고가 발생하는 지점의 긴 터널은 얼음으로 되어 있는데 신비스럽더군요. 그리고 종반부에 나오는 등대가 있는 바닷가 언덕은 쉬리의 마지막 부분과 비슷한 장소인데 그 부분도 참 멋있더군요. 음....주인공의 정원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각종 꽃들이 만발한 푸른 정원을 바라보면 마루에 비스듬히 누워 무언가를 생각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2001/03/15 10:02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