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니친니'에서 '소친친'까지

두 작품 모두 같은 감독의 유일한 작품이다. 진혜림과 곽부성이 출연한다는 것도 그렇고 남녀의 사랑얘기라는 것도 같다. 마치 미완성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해야 할까?

'친니친니'는 크게 두 개의 에피소드로 나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부분과 첸가후(금성무)의 소설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으며 사랑의 상대방은 동일인물이다. 전반부가 이야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으나, 후반부는 감독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담고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전반부 1시간 가량만 보았다 하더라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괜찮다. 오히려 후반부 30여분은 주제를 담고 있다는 면에서는 높이 살만하나 오히려 사족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친니친니'에는 두 개의 음악이 들어 있다. 하나는 바하의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소곡"이며 또 하나는 진혜림이 직접 불러준 "A Lover's Concerto"이다. 우리 영화 '접속'에서 주제곡으로 쓰여진 "A Lover's Concerto"와 달리 진혜림의 노래는 상당히 부드럽고 감미로운 사랑의 테마곡이다. 바하의 피아노 소곡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곡인데 영화 전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바하가 자신의 아내 안나를 위해 작곡한 곡이라는데 종교적 색채가 강한 바하의 다른 곡과 사뭇 다른 느낌의 곡이다. 감독에게 음악이 안겨준 영향이 큰 탓인지 주인공을 시점으로 제1악장, 제2악장의 형태로 이야기를 쪼개어서 소개하고 있다. 첸가후의 소설은 그 중 변주에 해당된다.

'소친친'은 '친니친니'와 달리 많은 주인공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진혜림과 곽부성에게 많이 편중되어 있다.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서로에게 강한 적대감을 표현하지만 사실은 조금씩 상대방에게 이끌린 두 사람의 사랑은 조그만 사건들을 통해 잘 풀어나간 영화이다. 전 편에서도 첸가후의 소설을 통해 감독의 얘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여주인공 루나 오의 칼럼을 통해 감독의 얘기를 대신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하얀 우산"에 관한 칼럼은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매체로도 이용되고 있다.

'소친친'은 '친니친니'보다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과 호소력이 강한 작품이다. 3자 구도에서 남녀 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더 많은 배려를 하면서 주변 인물들을 통한 사랑에 관한 줄다리기를 다이나믹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모모"라는 불독을 통해 사랑을 엮어가는 중고품 가게 여주인의 이야기는 재미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네 사랑의 이면을 꼬집으면서 진정한 사랑이란 그런게 아님을 얘기하고자 한 듯 하다.

두 작품은 이야기의 내용상 거의 비슷한 작품이다. 눈에 띌만큼 재미있는 요소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름대로 사랑에 관한 얘기를 풀어갈 줄 아는 작품이다. 심심할 때 보기 보다는 사랑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 한 번쯤 보아도 괜찮을 듯 하다. 더 심란해질런지도 모르지만....... 이 세상에 사랑에 대한 정답은 없으니까!

 "우리 모두에겐 '목만이'가 있다. 그것을 찾고 못 찾고는 운에 달린 것이다"
                                           - < X,O 커플 >에서 '첸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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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순애는 어디가고?

'순애보'가 '순수한 사랑에 대한 보고서'가 맞는 것일까?

'호모 비디오쿠스'라는 알려진 단편 영화의 감독으로써 '정사'로 단숨에 성공적인 데뷔를 한 이재용 감독의 두번째 상업영화다. 한동안 유행이었던 한일합작 영화의 시류에 편승하여 CF모델인 일본 배우가 한 컷을 맡고 있다.

따분하고 자질구레한 일만 하는 너저분한 젋은 청춘 동사무소 직원의 유일한 취미인 포르노 사이트 검색실력은 너무나 형편없다. 현실과 가상공간의 대립적 구조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가련하기 조차 하다. 차라리 내가 찾아주고 싶다. 옷도 안 벗는 포르노 사이트를 없는 신용카드까지 만들어 열심히 돈내고 보는 이상스러운 중독은 어색하기까지 했으니까? 반면 일본의 여주인공은 너무나 단조로운 일상으로의 탈피를 꿈꾸고 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처럼 날짜변경선 위에서 숨을 참고 죽기를 소원하고, 죽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포르노 사이트의 사진 모델을 자청한다. 그녀 또한 일상의 탈피를 위해 가상공간을 찾는게다. 알래스카로........

여주인공의 친구애인인 이란남자의 골목길에서 헤매는 씬은 이란 감독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패러디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사이버명인 아사코도 피천득의 '인연'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감독은 의외로 초창기 작품으로 돌아가려 했던 것 같다. 남주인공이 지하철에서 다친 손가락이 지하철문에 끼자 '아야'라고 외치자, 닫힌 지하철 안에 여주인공 '아야'가 그를 빤히 처다보고 있다. 일본과 한국에서 살고 있는 두 인물의 동시대적인 공간을 연결시키려고 한 것이다. 남주인공의 포르노 사이트에서 여주인공을 선택한 것도 현실에서 짝사랑하지만 다가설 수 없는 빨강머리 아가씨에 대한 연정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여주인공의 루비구두를 사서 빨강머리 아가씨에게 선물로 주려고 했던 행동도 가상과 현실을 동일시하려는 이유였을 것이다.

화면의 화사한에 비해 이야기 전개가 너무 따분하다는 점이 거의 치명적인 작품이다 보니 이 영화에서 '순애보'가 존재했던 것인지 미처 느낄만한 여유(?)를 갖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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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비밀'



일본 영화는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개방적이고 사고관에 있어 앞섰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물론 최근 우리나라 영화의 행보는 무척 나아진 편이긴 하다.

이미 국내에 개봉된 '배틀로얄'과 '비밀'을 보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에서 개봉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실제로 수입사측에서도 판권을 사 두고도 이래저래 눈치를 봤던게 사실일게다. 그런데 작년에 당당하게 '배틀로얄'을 개봉했다. 국내 개봉을 위한 필수 조건인 국제영화제 수상이 확정되자 앞뒤 볼 필요없이 개봉되었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삭제된 8분이 무삭제로 개봉되었다니........ '비밀' 역시 우리나라 관객이 받아들이기엔 쉽지 않은 주제다. 아무리 "빙의"라는 소재로 눈가림을 한다고 하더라도 부녀간의 사랑이라 찜찜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미연, 이병헌 주연의 '중독'이라는 영화 개봉을 빌미로 사전에 바람빼기 작전 마냥 '비밀'이 급작스럽게 개봉되었다.
'중독'을 제작한 영화사에서는 '비밀'의 내용과 비슷함을 의식해서 '비밀'의 판권을 사려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이미 '비밀'을 본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99년 작품인데다가 히로수에 료코의 팬이 상당수 있는지라, 게다가 부녀간의 애정행각이 궁금해서라도 사전에 관람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초점은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가족애에 대한 사랑이 한수위임을 눈여겨 보아야 할 작품이다. 아직 '중독'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한국영화 '중독' 보다 한수위라면 이점이 아닐런지.......딸과 아내의 영혼이 한 육체에 공생하는 관계속에서 한 남편이며 동시에 아버지로써 한 남자의 심한 갈등을 자그마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잘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진실을 알고도 떠나 보내는 남편의 마음은 자그마한 충격으로 와 닿는다.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중독'이라는 작품과 비교한다는게 우스운 일이지만서도 같은 소재의 두 영화 중 내용 전개상 보다 감동적인 작품을 꼽아야 한다면 '비밀'쪽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끝으로 사랑이라는 것 특히 가족간의 사랑은 사소한 것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 임을 알게 해 준다.
 

P.S. 그래도 '중독'이라는 국내 영화에 초칠한 '비밀' 수입사는 밉다

덧글. 잠시긴 했지만 국내 극장 개봉도 되었고, 국내 케이블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중독' 보다 '비밀'이 더 볼만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2004-08-05 18:10 씀.

=-=-=-=-=-=-=-=-=-=-=-=-=-=-=-=-=-=-=-=-=-=-=-=-=-=-=-=-=-=-=-=-=-=-=-=-=-=-=-=-=-=-=

얼마 전에 히로스에 료코(철도원에서 역장의 딸역)가 주연한 '비밀'이라는 일본영화를 봤답니다. 음.. 내용상 수입불가한 내용이기에 인터넷이나 나우누리 동호회애 올라와 있을 겁니다.(자막 포함해서) 줄거리는 모녀가 사고가 나서 죽게 되었는데 엄마의 영혼이 딸의 육신에 들어가면서 아빠(남편)와 벌어지는 얘기입니다.

몸은 비록 딸이지만 영혼은 아내이기에 여러가지 사건이 발생하죠. 이런 현상을 빙의(憑依)라고 하더군요. 전혀 야한 장면이 없는 이 영화가 수입 불가인 이유는 중반부에 딸(아내)이 남편에게 성관계를 허락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당연히 남편은 딸의 몸에 그런 걸 할 수 없다고 거절하기는 하지만서도........

중간에 딸의 영혼이 다시 돌아오는 장면에 아빠는 다시 3사람의 공존(?)에 기뻐합니다. 물론 이 순간부터 아내가 이제 영원히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죠.

이 영화는 주인공의 대사에도 나오지만 "가족의 행복은 곧 나의 행복" 이라는 단순하지만 진리에서 시작되는 가족영화입니다.

상영시간 2시간인데 꽤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더군요. 첫장면에 사고가 발생하는 지점의 긴 터널은 얼음으로 되어 있는데 신비스럽더군요. 그리고 종반부에 나오는 등대가 있는 바닷가 언덕은 쉬리의 마지막 부분과 비슷한 장소인데 그 부분도 참 멋있더군요. 음....주인공의 정원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각종 꽃들이 만발한 푸른 정원을 바라보면 마루에 비스듬히 누워 무언가를 생각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2001/03/15 10:0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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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X - 문신이 아깝다

스피드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사회의 이단아로 분류되기엔 주인공이 너무 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단순히 범죄자라고 보기엔 말입니다. 신세대의 감각적인 면을 절대가치로 부각시킨 이 첩보영화는 신선하다고만 하기엔 아쉬운 감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초반부터 007류의 깔끔한 첩보원을 비난하고 있으나, 첩보영화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더군요. 결국 스스로 올가미에 덜미를 잡힌 셈이더군요. 좀 틀린게 있다면 특수무기보다 주인공의 액션씬에 더 높은 비중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철조망을 뛰어넘는 장면은 중반 이후의 눈사태 장면과 함께 이 영화의 전부를 보여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겝니다. 개인적으로는 철쟁반을 보드 대신으로 타는 장면이 훨씬 좋더군요.

대개 이런 영화들은 대립적인 구조를 갖게 되는데 주인공과 대적하는 적들이 너무나 미약한 듯 합니다. 주인공도 같은 부류이다 보니 적들의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배려깊은 첩보원이라 점은 생소하기 까지 하더군요.

미국에선 큰 히트를 했다고 하는데 국내에도 그 흥행이 이어질런지 궁금합니다. 첩보영화이니 만큼 속편 제작은 필수적일테고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주인공이 얼마나 깊은 인상이 남길런지........

비슷한 시점에 개봉되는 '본 아이덴터티'가 같은 첩보류라 점에서 비교가 될 듯 한데 첩보영화의 계보를 잘 이어가면서 화려한 액션씬까지 겸비한 점에서 '트리플 액스'보다 '본 아이덴터티'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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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태어나다

전두환이 대통령이고, 올림픽 열리기 5년 전이라고 하니 시대적 배경은 83년인 듯 합니다. 지역갈등, 소외된 계층의 슬픔을 은근 슬쩍 넘겨집는게 약간 어슬프면서도 함~ 웃겨보자는 의도라는게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순화된 '친구' 버전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해적, 디스코왕 되다'와 비슷한 느낌도 들더군요.

포스터에도 나오는 백수의 전형적인 옷차림새인 파란 츄리닝의 왕코치, 장발에 나팔바지를 입고 건들거리는 동네 양아치, 오후 5시면 들려오는 국기 하강식,........80년대 분위기를 담아내려고 쪼매~ 신경쓴 시대극입니다. 주인공들 못지 않게 눈에 익은 조연급 연기자의 출연이 많은데, 대성의 아버지가 그 유명한 전원일기의 일용이 아저씨고, '고고얄개'의 히로인 이승현씨도 나옵니다. 특히 양아치 3인방은 극중 최고의 감초들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태리 주먹을 날리던 양아치 두목은 눈에 익다고 생각했는데 MBC 코미디 하우스에 나왔던 개그맨이더군요. 최상학도 대사가 단 한마디임에도 불구하고 칼~이스마(영화본 분만 아는 용어~)가 있습니다.

지도에도 없는 섬, 마이도에도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고 나름대로 부푼 꿈을 꾸고 사는 마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 뭍에 사는 사람들은 섬 마을 사람들을 없이 산다고, 대학 못 갔다고 무시하고 외면해 버립니다. 섬 마을 최고령 할아버지의 소원성취에 동원된 세 청년 대성, 만구, 해삼에게도 나름대로의 꿈은 있었는데 권투로 대학가서 해결해 보고자 권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들의 권투코치 왕수환도 프로복서이면서도 링에서 한 번도 제대로 싸워보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을 제자들은 극복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그처럼 쉽게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영화는 그들의 삶은
방식대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영화이다 보니 억지로 웃기려는 구석이 없진 않으나 생활속에 베어 있는 웃음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아쉽다면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라고 생각되는 소외된 계층의 얘기가 너무 소홀히 다루지 않았나 싶더군요. 막상 권투대회가 시작되면서 부터는 약간 늘어진 감도 없지 않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쓰러진 대성과 김사랑의 대사는 남사시럽기까지 하더군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엔딩 자막이 올라가면 바로 나가는데 이 영화는 끝까지 지켜 보시기 바랍니다. 마을사람들의 마지막 씬들과 NG장면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댓글> 남자는 태어나고, 여자는 주워오나?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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