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를 켜라
끊임없는 먹이사슬 관계가 인간의 사회에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듯 하다. 봉구의 라이터와 철곤의 뒷돈 간의 묘한 대비 속에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외면해 버린 타인의 자존심이 극한 상황을 이끌어 내는 영화이다.
남자는 사회로 부터 외면 당하는 순간 생존의 의지 조차 끊어지는 묘한 생물이다. 무리로부터 따돌림 받는다는 것은 최소한의 가족관계 마저 힘겹게 하는 것이다. 그래도 동물과 다른게 있다면 기다려 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봉구의 어머니나 철곤의 아내처럼.......
인간의 잔인성은 생존과 관계없이 나타나게 된다. 그냥 줘버려도 되는 하찮은 것이지만 남에게 던져주기에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는 생각을 하고, 그걸 즐기려는 묘한 성질을 갖게 한다. 철곤은 중얼되는 어리버리 봉구를 외면하고 나왔는데 화장실 밖까지 쫒아온 봉구가 귀찮아져 돌려 주려던 라이터가 다시 철곤의 주머니로 들어가 버린 이후로 그 라이터는 자신의 자존심과 맞바꿔버린 것이 되고 만다. 박 의원도 선거에서 주먹질한 대가를 받으러 온 철곤의 돈이 비록 몇 푼 되지 않지만 자신의 현재 지위와 체면을 생각하고 쉽게 주지 못한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극한상황을 만들게 되고 자멸하게 되고 만다.
라스트씬에서 철준이 라이터를 켜서 다시 얻어 피우는 담배 한가치 맛을 느낄 쯤 나오는 윤종신의 배경음악 '담배 한 모금'은 모든 것을 초월한 철준의 인생을 대신할 만한 주제곡인 듯 하다. 끈적한 블루스 풍의 이 곡은 다른 주제곡들 보다 한층 더 주인공의 심적 표현을 잘 묘사한 수작인 듯 하다.
우리도 이런 영화를 좀 많이 찍어봤으면 하는 소망(?)이 들었다. 영화에나 나옴직한 달리는 기차 위의 액션씬, 다이하드 같은 영화에서나 봄직한 그런 장면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지만 왠지 뒷마무리가 들 된 그런 느낌이었다. 아마 그런 장면을 찍어본 경험이 적었기 때문일게다. 이걸 보며 제작자들이 박수를 쳤다면 아쉬울 따름이다 더 잘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해야 할 듯 하다.
몇 년 뒤 잊혀진 영화가 될 쯤 다시 한 번 제작하면 괜찮은 영화가 될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