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에서 '눈물'대신 '기쁨'이 톡, 가슴에서 '원망'대신 '감동'이 톡, 어깨에서 '좌절'대신 '용기'가 톡,
김이율 지음, 김용희 그림 / 작은씨앗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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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이라는 책은 SNS라는 이미지를 사용하여 친근하게 다가왔다. 책 속의 사진들과 글귀들이 일상에 지친 우리를 치유해 주는 듯한 느낌을 주려는 책이었다. '크크봉'이라는 남자 캐릭터와 '브브링'이라는 여자 캐릭터는 글과 사진, 그리고 그림으로 나눈 두 작가의 대변인이다. 총 6편으로 나누어진 책 속에는 희망, 사랑, 그리움, 추억, 행복의 미소와 쉼표라는 주제가 담겨져 있다. 지친 하루 속에도 사랑은 있고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

 

소소한 글귀와 소소한 사진은 왠지 더 주변과 가까워서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조금 글이 약하다고 느낀것은 나뿐일까? 좋은 글이 가득했지만 나에게 감동을 주거나 이 부분은 정말 좋다하며 밑줄을 긋게 하는 문장이 부족했던것이 사실이다. 그게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스마트폰 유저들에게 친숙한 카카오톡이라는 이미지를 이용한 것은 칭찬할만하다. 

 

때론 편지를 쓰듯, 때론 일기를 쓰듯. 어느 순간엔 나에게 말 걸어주는 친구같은 말투가 책을 더 잘 읽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정겨운 거리의 풍경과 일상적 스냅 사진들이 나를 반겨주었고, 그 속에 그려진 일러스트가 함께 그려져 사진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이 작고 귀여운 책을 읽고 나니 '다카하시 아유무'라는 일본 작가가 쓴 책 <LOVE&FREE>라는 책이 떠올랐다. 외국 여행을 하면서 작가가 찍은 사진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이 두 책이 참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이즈도 비슷하고 노랑색 이미지를 사용한 것도 비슷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도 이런 스냅 사진과 함께한 나만의 글을 담은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세상에 단 한권만 인쇄한 나의 책말이다. 하루하루의 일기를 적듯이, 나를 위로 하듯이, 고백을 하거나 용서를 빌듯이말이다. 톡,톡,톡, 톡하고 내 책 장에 자리잡은 귀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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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제23호 - Winter, 2011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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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호를 지나 겨울호가 드디어 왔다. 두번째로 맞이하는 아시아 계간지. 지난번 느낌보다 더 좋았던 겨울호였다.

첫 글부터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옛날 이야기는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 그런 마음을 한껏 채워주는 흥미로운 옛날 이야기가 가득했기에 책을 읽는데에 푹 빠져버릴 정도였다. 특히 <특별기고>로 '민담적 복수와 신화적 화해'라는 조현설님의 글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고전들의 공통점과 그 뒷 이야기를 너무나 재밌게 얘기해주었다. 복수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올바른 자아를 획득한다는 결론에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겨울호는 지난 중국편에 이어서 키르기스스탄과 타이, 베트남의 작가들을 다루었다. 키르기스스탄의 <마나스>에 대한 설명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이 이야기의 방대함이었다. 엄청난 양에도 불구하고 이를 맛깔나게 구전하는 '조모크추'에 대한 설명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적절한 동작까지 섞어가며 몇날 며칠을 계속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말이다. 우리의 판소리와도 비슷한 것이기는 하나, 그 길이에 있어서 조금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판소리 역시 구송 예술인데, 솔직히 그 이야기를 정확히 알아듣기가 힘들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미리 이야기를 파악해 놓고 듣지 않으면 줄거리를 이해할 수 없다거나 중요한 장면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이런 키르기스 서사시를 키르기스인들이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네 판소리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고 있을까? 얼마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던 소녀가 생각난다. 판소리 명장 할머니 밑에서 노래를 배웠는데, 이 소녀는 노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즉 판소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공연의 기회가 너무나 적어서 대신 대중가요를 부르고 싶다는 것이 오디션 참가의 이유였다. 뭔가 참 씁쓸하면서도 조금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나 자신조차도 판소리를 듣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거짓으로 나는 판소리를 자랑스러워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뒷 부분에 수록되있는 5작가들의 단편소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그 중 이평재 작가의 <가름의 메스티치아>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정말로 가까운 미래에 있음 직한, 전기 과다 사용으로 인해 전기가 끊어지고 여름에 에어컨을 틀 수 없어서 무더위에 지쳐만 가야하는 서울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기에 공감하면서 읽어내려갔다. 상황이 너무나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점점 미쳐만 가고, 결국은 희망을 얘기하지 못한채(아니, 얘기하려는 시도도 없었다. 아주 무미건조하게. 이것이 이 소설의 묘미이다.) 절망으로 치닫는 상태로 끝나게 된다. 이 작품을 읽었을 때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책이 생각났다. 책으로도 읽고 영화까지 본 작품이었는데, 이 이야기의 결말은 그래도 희망을 결국은 찾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처럼 이런 최악의 상황에, 정말로 실재적으로, 너무나 쿨하게,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는 무미건조한 결말이 더욱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아시아라는 이 계간지는 너무도 친절하게 모든 글에 영어 번역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문학을 연구하는 외국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영어가 짧은 나에게는 지금은 그냥 넘어가는 페이지가 되었지만 후에 외국인과 함께 아시아 작품에 대해서 논하게 될 때 크게 유용한 자료가 될 것같다. 특히 이번 23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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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우울할까 - 멜랑콜리로 읽는 우울증 심리학
대리언 리더 지음, 우달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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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이란 우리가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일까? 작가는 프로이트의 저서에서 '애도'와 '멜랑코리아'에 대한 언급이 매우 적다는 것을 제시하면서 우울의 영역에 대하여 논하고자 하고 있다. 책은 머릿말부터 굉장히 흥미로운 실례를 들고 있다. 우울증 처방약이 포일로 하나하나 감싸져 있다는 것에 환자는 더 우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우울증 환자가 자살을 생각하며 한꺼번에 약을 모두 복용해 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과 복용자가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 방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우울증 환자는 그 사실을 오히려 거꾸로 활용하려 했다. 약들이 하나하나 격리되어 있는 점이 너무 안타까워 포일을 다 벗겨내고 한꺼번에 약을 복용하려 했다고. 그 이유는?

 

"그래야 알약들이 그렇게 외롭지 않고 폐쇄 공포도 느끼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는 수 많은 해외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장면을 봐왔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은 너무나 일반적인 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인사들을 시작으로 항우울제를 복용한다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 일반적인 것으로 정착하려 하고 있다.

 

작가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울증 증세 환자에게 처방해 주는 이 항우울제. 너무 남용되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에 본 영화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에서도 여자 주인공 마르잔이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는 와중에 의사는 노트에 그저 낙서나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곤 대충 마르잔의 설명이 끝나자 병명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당신은 임상 우울증이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약을 처방해 드릴께요."

 

이 장면은 정신과 의사들이 얼마나 항우울제를 남용하고 있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듣지도 않고, 한 귀로 흘려듣고 난 뒤 기계적으로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현실을. 마르잔은 이 약을 처방 받고서 바로 얼굴이 폭삭 늙어보이고 수척해지며 공중을 부양하듯 산다. 약이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애도와 멜랑코리아에 대한 프로이트와 라캉의 견해와 작가의 견해가 더불어져서 이 <우리는 왜 우울할까>라는 책이 완성이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보다 책의 내용은 매우 심오했고, 전문적이었다. 라캉의 <에크리>를 통해서 그의 정신분석론을 공부했던 적이 있던 나에게도 매우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속이 꽉 찬 열매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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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1-12-2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
 
요시오의 하늘 1 -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 다큐멘터리 만화 요시오의 하늘 1
air dive 지음, 이지현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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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브레인>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요즘. 뇌를 주제로 한 일본 만화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일본 아마존 코믹부문에 1위를 했고, 오늘 강남 교보문고를 갔었는데, 거기에도 1,2,3권이 테이블에 쭉 나열되어 있었습니다다. 만화책을 볼 때엔 책 표지에서 주로 작가의 이름을 보게되기 마련인데, 이 만화는 특이하네요. 개인의 이름이 없고, air dive라는 유한회사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뭐지? 여러사람이 공동으로 만드는 만화인가 생각했는데, 책 말미에 있는 창간 기념 특별 대담을 읽고서야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바로 타카하시 요시오 선생님에게 아이를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만화가 타나카 히로아키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고, 무덤덤하게 "감기입니다"라는 식으로 아이의 병에 대해서 얘기해 주는 모습이 오히려 더 믿음직 스러운 사람 요시오. 그는 소아 뇌전문의로서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만화는 한 연인이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가지며,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데까지 매우 행복하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둘째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병원에 데려가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곳이 바로 타카하시 요시오의 병원이 있는 삿포로에 가게 되어 드디어 요시오 선생님을 만납니다.

 

이 장면이 정말 인상깊었어요. 작가도 이 부분에 매우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인 요시오 선생님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첫 장면이고, 그의 진찰실 풍경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니까요. 실제로 책 날개 부분에 있는 타카하시 의사의 사진을 보면 벽면에 수많은 사진과 글들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풍경을 작가는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죠. 실제로 작가가 아이를 위한 애닳픈 마음에 찾아간 곳의 첫 느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으로 많은 얘기를 듣기 보다는 사진들과 아이들의 편지를 통해서 수 많은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한번에 느낄 수 있으니까요.

 

시간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타카하시 집안으로 갑니다. 요시오가 세상에 태어나려고 하는 시점까지 올라가고, 요시오가 태어나 자라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곤충채집을 좋아하는 요시오라는 어린이는 아직 의사가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시절에 있습니다. 2권도 이런 식으로 다카하시의 현재 모습과 과거 모습의 병치 형태를 띠게 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에는 점점 두 지점이 만나게 되겠지요?

 

이런 성장식 방법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를 떠올려보거나, 예전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서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요시오의 하늘에서는 형제나 자매가 많은 곳에서 자라난 독자이거나, 자신의 가족 중에 병력이 있다거나, 아이를 가진 부모인 독자들 등 모두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이가 생기길 기다리는 입장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을때, 새 생명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아이가 나에게 온다는 것에 대해서 쓴 부분이 매우 크게 다가왔습니다. 수 많은 배가 있지만 내가 탈 배는 고를 수 있다고. 골라서 부모님을 만나러 온 것이라는 부분. 쉽사리 책장을 넘기기 힘들더군요. 인연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이지만 저는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요시오의 하늘>이 어떻게 전개될 지 같이 지켜보는 독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만화책에 비해서 책값이 매우 높게 책정이 되었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통해서 요시오의 하늘을 만나게 된 것이 기쁩니다.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친구에게 선물로 받는 경우를 다 포함해서라도 요시오의 하늘이 완간될 때까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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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 마음이 외로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
A.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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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베스트 셀러를 달리고 있는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아르헨티나 작가 로엠메르스가 쓴 어린왕자 이야기는 10대가 되어서 돌아온 어린왕자 얘기를 해주고 있다. 영어로 된 제목을 보면 <The Return of the Young Prince>인데,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 친숙한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이제는 Little이 아닌 Young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만큼 더욱 성장한 어린왕자가 지구에 다시 찾아와서 3일간 작가와 함께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책의 원본 이미지를 가져와봤다. 책에 보면 원본을 출판한 출판사 도메인과 책을 디자인한 회사의 도메인이 실려있기에, 책을 다 읽고 난 뒤 그 홈페이지들을 방문해 봤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메인 화면에 이 책이 소개되어 있었다. 브라질에서 계속 베스트 셀러 자리에 올라 있다는 설명과 함께, 이 책을 소개하고 있었고, 세계 각국에서 어떤 출판사에서 출판이 되어 있는지도 나오며, 나머지 6개국의 표지 그림도 함께 올라와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넥서스라는 회사에서 출판하고 있고, 그리고 원본 이미지와 같은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우리 시대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조금이라도 덜 불행하게 살 수 있도록 우리를 돕기 위해 이 새로운 세기에 글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작가가 원래 시인으로 유명한 사람이라 그런지 문체가 매우 시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번역에서 어느정도 다른 느낌이 올 수도 있겠지만, 노래하듯이 유려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는 누구나 다 읽었을 것이다. 나 역시 한번 이상은 읽었던 것 같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금 이 소설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어린왕자의 그림을 생떽쥐베리 자신이 직접 그렸다는 것, 그리고 그림이 먼저이고 글이 나중이라는 사실이다. 참 멋진 솜씨아닌가?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그 그림이 모두 작가 자신이 그렸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르헨티나의 남부지방, 파타고니아에서 둘은 만나게 된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나의 시선에 어린왕자가 들어왔고, 나는 이 어린왕자를 두고 갈 수 없어 나의 여정에 포함시킨다. 둘은 '고속도로'라고 하는 회색 줄무늬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3일간 기나긴 이야기를 해 나간다. 문제라는 것은 열쇠를 잃어버린 문과 같다는 말이 참 알맞은 비유같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느낀점인데, 우리가 아는 어린왕자의 원본은 '어린왕자의 입' 즉 이야기를 통해서 깨달음을 우리가 얻는 것이라면, 이 책은 반대로 '아저씨의 입'을 통해서 알게되는 듯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주인공도 어린왕자의 물음을 통해서 결국은 자신이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함으로 인해서 같은 여정에 다다르게 된다.

 

"아니. 가시 따위로는 사실 꽃을 보호할 수 없단다. 그게 바로 꽃들의 문제야." (p.68)

 

이 문장이 매우 공감이 가면서도 왠지 슬픈부분이었다. 아름답지만 나약한 존재인 꽃이라는 것에 달려있는 가시는 꽃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가시가 있어도 그 꽃을 꺾을 수 있는 인간은 무자비하게 그 꽃을 꺾고, 가시들을 모조리 제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꽃집에서 장미꽃을 사고 포장을 부탁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그 꽃다발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장미꽃에 달려있는 작은 가시들을 얼마나 쉽게 제거하고 있는지말이다. 마치 이깟 가시따위는 아무런 위협을 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주듯이 말이다. 꽃은 가시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그렇기에 왠지 슬픈 느낌이 든 것일지도 모른다.

 

어린왕자가 지구별에 다시 찾아온 이유가 중간부분에 나온다. 생떽쥐베리를 지칭하는 듯한 사람에게서 어린왕자는 배반을 당했기 때문에 이를 물어보려고 온 것이다. 자신에게 양이 담긴 상자를 그려주었지만, 사실 그 상자에는 양이 들어있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진짜 양은 크기가 매우 커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20센티 안팎의 상자 안에는 절대로 양이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실망한 어린왕자. 하지만 돌아온 지구에는 자기에게 말 걸어줄 이가 더이상 없었다. 그런데 이 작가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질문과 대답을 하는 여정에 큰 사건이 생긴다. 그의 차에 하얀 강아지가 치인 것이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차를 먼저 살피고, 화를 내며 다가오는 개 주인같은 사람에게는 보상금부터 주려는 듯 지갑을 꺼내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 장면에서 나는 매우 실망했다. 좋은 이야기, 좋은 말만 해주던 그는 결국 입만 살았던 사람인것인가? 개를 치어서 죽이고도 그 생명에는 관심이 없는 그저그런 어른이었단 말인가? 그리고 작가는 왜 주인공을 이런 사람으로 만들어야 했었는가. 그게 너무 궁금했다.

이 사건을 통해 둘에게는 '날개'라는 강아지가 새로 생겼다. 그리고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어린왕자의 복장의 변화였다! 어린왕자의 트레이드 마크인 옷을 벗고 야구모자와 청바지, 운동화를 신은 어린왕자는 더이상 나의 '어린왕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 나조차 겉모습, 외양에만 치중했다는 이야기인가?

 

책에는 정말 귀감이 될만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아이에게 사랑을 가르치는 데에 공을 들이는 부모가 되고자 마음먹게 한 구절도 있고, 소유하려 하기때문에 나의 본질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해서 웃는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남의 험담을 하기 전에 나를 먼저 되돌아 봐야 한다는 정말 소중한 진리를 깨달았던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행복의 본질인 '사랑'에 관해 논하고 결국은 '죽음'에 대한 대화까지 이어지는 이 소설은 하나의 지침서가 되어 주었다. 좀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어서 작가의 책을 쓴 의도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다시 돌아온 어린 왕자와 주인공이 헤어지는 방식은 비록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린왕자를 추억하는 작가의 방식만은 마음에 들었다. 어린왕자여! 그대는 또 다른 50여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한 번 지구를 찾아와주겠는가? 그 때에 그대는 20대가 된 모습일까? 아니면 여전히 어린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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