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제23호 - Winter, 2011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지난 가을호를 지나 겨울호가 드디어 왔다. 두번째로 맞이하는 아시아 계간지. 지난번 느낌보다 더 좋았던 겨울호였다.

첫 글부터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옛날 이야기는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 그런 마음을 한껏 채워주는 흥미로운 옛날 이야기가 가득했기에 책을 읽는데에 푹 빠져버릴 정도였다. 특히 <특별기고>로 '민담적 복수와 신화적 화해'라는 조현설님의 글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고전들의 공통점과 그 뒷 이야기를 너무나 재밌게 얘기해주었다. 복수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올바른 자아를 획득한다는 결론에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겨울호는 지난 중국편에 이어서 키르기스스탄과 타이, 베트남의 작가들을 다루었다. 키르기스스탄의 <마나스>에 대한 설명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이 이야기의 방대함이었다. 엄청난 양에도 불구하고 이를 맛깔나게 구전하는 '조모크추'에 대한 설명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적절한 동작까지 섞어가며 몇날 며칠을 계속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말이다. 우리의 판소리와도 비슷한 것이기는 하나, 그 길이에 있어서 조금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판소리 역시 구송 예술인데, 솔직히 그 이야기를 정확히 알아듣기가 힘들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미리 이야기를 파악해 놓고 듣지 않으면 줄거리를 이해할 수 없다거나 중요한 장면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이런 키르기스 서사시를 키르기스인들이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네 판소리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고 있을까? 얼마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던 소녀가 생각난다. 판소리 명장 할머니 밑에서 노래를 배웠는데, 이 소녀는 노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즉 판소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공연의 기회가 너무나 적어서 대신 대중가요를 부르고 싶다는 것이 오디션 참가의 이유였다. 뭔가 참 씁쓸하면서도 조금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나 자신조차도 판소리를 듣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거짓으로 나는 판소리를 자랑스러워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뒷 부분에 수록되있는 5작가들의 단편소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그 중 이평재 작가의 <가름의 메스티치아>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정말로 가까운 미래에 있음 직한, 전기 과다 사용으로 인해 전기가 끊어지고 여름에 에어컨을 틀 수 없어서 무더위에 지쳐만 가야하는 서울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기에 공감하면서 읽어내려갔다. 상황이 너무나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점점 미쳐만 가고, 결국은 희망을 얘기하지 못한채(아니, 얘기하려는 시도도 없었다. 아주 무미건조하게. 이것이 이 소설의 묘미이다.) 절망으로 치닫는 상태로 끝나게 된다. 이 작품을 읽었을 때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책이 생각났다. 책으로도 읽고 영화까지 본 작품이었는데, 이 이야기의 결말은 그래도 희망을 결국은 찾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처럼 이런 최악의 상황에, 정말로 실재적으로, 너무나 쿨하게,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는 무미건조한 결말이 더욱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아시아라는 이 계간지는 너무도 친절하게 모든 글에 영어 번역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문학을 연구하는 외국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영어가 짧은 나에게는 지금은 그냥 넘어가는 페이지가 되었지만 후에 외국인과 함께 아시아 작품에 대해서 논하게 될 때 크게 유용한 자료가 될 것같다. 특히 이번 23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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