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외딴방’을 찾다… 한국 작가로는 첫 신경숙 특집
[동아일보 2006-04-20 04:15]    
[동아일보]

소설가 신경숙(43·사진) 씨가 일본의 대표적인 서평 프로그램인 NHK위성2채널 ‘주간 북리뷰’에 출연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국 작가가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아시아 작가 중에서는 ‘붉은 수수밭’을 쓴 중국 작가 모옌(莫言)이 1996년 인터뷰한 이후 두 번째다. 신 씨가 ‘주간 북리뷰’에 출연한 것은 지난해 6월 일본 슈에이샤(集英社)에서 장편소설 ‘외딴 방’이 출간된 것이 계기가 됐다.

NHK 제작진은 1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신 씨의 자택을 방문해 녹화를 진행했다. 대담자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작가 오사다 나기사 씨. 오사다 씨는 신 씨에게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물어보는 한편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의 변화가 어디에서 왔는지 등 한국 소설의 흐름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신 씨는 ‘외딴 방’에 대해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 소개된 한국문학은 분단문학이나 4·19세대 문학에 멈춰 있다면서 “한국 소설의 다양한 변화가 일본에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신 씨는 올해부터 일본 작가 쓰시마 요코와 함께 양국의 문예월간지 ‘현대문학’과 ‘스바루(すばる)’에 교환 편지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이날 대담에서 에세이 얘기가 나오자 신 씨는 “서로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일 양국 사회의 모습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문학의 힘”이라며 “문학적 교류는 영상이나 드라마보다 깊이 있는 사귐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외딴 방’은 1980년대 서울 구로공단의 한 전자업체 ‘여공’으로 일하면서 문학의 꿈을 키웠던 신 씨의 10대 체험을 담은 자전소설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5월 7일 방영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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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4-20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은 슬픔> 개정판이 나오더니...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 반복하며 강풍이 몰아치던 하루.

나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비틀대며

구멍난 곳에 급하게 뭐라도 틀어막아 보려고 애쓰는,

그 어느날과 특별히 다를 것 없는 하루.

그런 하루지만, 내게도 감사할 일이 생겼으니 비틀거림을 멈추고 잠시 기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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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들이 펼친 유쾌한 콩트
[오마이뉴스 2006-04-18 15:56]    
[오마이뉴스 위창남 기자]
 
▲ 겉그림
ⓒ2006 정음
사랑과 결혼에 대한 유쾌한 상상이란 부제가 붙은 <저 마누라를 어쩌지?>(정음). 책을 펼치니 날개 부분에 작가들 이름이 있다. 그 중에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가도 보인다.

곽의진, 구혜영, 김이연, 김정례, 김지연, 김지원, 김채원, 김향숙, 노수민, 노순자, 박완서, 서영은, 안혜숙, 오정희, 우선덕, 유안진, 이경자 이렇듯 17명의 작가들이 채 5페이지가 되지 않는 두 편씩의 짧은 단편을 실어 총 34작품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여성작가들이 펼친 유쾌한 콩트 같기도 한데, 콩트라고 해서 가벼운 듯하지만 그 안엔 삶이 있고 눈물과 감동이 있으며 용서가 있고 작은 반란도 있다. 작가들의 힘인지 보는 재미도 의외로 쏠쏠하다.

여자에게 나이란 어떤 것일까?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 진다는 말도 있지만 늙으나 젊으나 한 살이라도 젊게 보이고 싶은 것이 모든 여자의 마음일 것이다. ‘여자의 나이’를 쓴 김지원은 그런 여자의 속성을 여성 작가의 눈으로 살며시 그리고 예쁘게 풀어나갔다.

마흔이 되어서야 문단에 등장해 중년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현실적인 감각으로 사소한 일상과 인간관계를 안정된 감각으로 풀어 나가는 작가 박완서는 ‘궁합’과 달나라의 꿈’을 실었다.

▲ ‘궁합’과 달나라의 꿈’을 쓴 박완서
ⓒ2006 위창남
누구라도 생각지도 않던 돈이 갑자기 생기면 무슨 횡재라도 한 기분이 된다. 중견 여류 작가 우선덕의 ‘보물찾기’에서는 그런 돈을 발견한 주인공이 남편이 몰래 비상금을 숨겨 두었을 것이라 생각해 괜스레 부아가 치민다. 또 있을까 해서 이리저리 뒤져 보는데 돈은 정말 하나씩 발견된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민 많던 주인공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 당신 생일이잖아. 월급날 당신 은행에 안 가 봤구나. 당신 생일인데 해 줄게 있어야지. 그래서 월급 온라인으로 안 넣고 현금으로 받아와 숨겨 놨는데, 찾으면서 기뻐하라고 말야. 아직 못 찾았으면 이거 큰일이다. 편지함에도 넣어뒀다구! 당신 매일 거기 들여다보잖아.”

전화를 끊고 대문을 향해 달리며 아내는 남편의 그 마음에 눈물이 핑하고 돈다. ‘가난한 남편이여, 당신의 마음이 진짜 보물입니다’는 마지막 구절에 따스함이 가득하다.

<지란지교를 꿈꾸며>며 유명한 중견 작가 유안진.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한 그녀는 소비자아동학부에서 발달심리학을 가르쳐 온 아동학 교수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개미와 베짱이’, ‘고쳐 써 본 개미와 베짱이’ 두 편을 실었다.

최근 무당에 관한 소설 <계화>를 발표했고 <절반의 실패> <혼자 눈뜨는 아침>으로 페미니즘 소설가로도 알려진 이경자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저 마누라를 어쩌지?’를 썼다.

작은 애가 학교에서 가져온 가정환경조사표에 직업란이 있었다. 엄마의 집안 일을 두고 무직이라는 말이 나오자 엄마는 벌컥 화를 낸다. 그녀의 조심스런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당신은 직업을 가졌잖아. 시달리는 만큼 돈을 벌고 진급도 하잖아. 퇴직금도 받구. 집에는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아내와 자식이 있어. 그렇지만 나는 뭐야?”
“그럼 당신한테 월급 줄까? 그리고 남남으로 지내?”

나는 화가 났다. 마누라는 입을 꽉 다물었다. 그러나 내 말에 승복한 눈치는 아니었다. 무얼 몰라서 참고 있는 것이었다. 저 마누라가 ‘깨달으려고 하는 건’ 대체 무엇일까.
골치 아픈 시대다!


글 말미를 읽고 그 남자의 고민이 눈에 보이는 듯해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이경자 페미니즘의 진수를 이 짧은 단편으로 느낄 수 있다.

물론 여성들은 만족하지 않겠지만 주부가 하는 집안 일을 월급으로 따지면 111만원이란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이제 주부도 당당한 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12년 전에 초판을 찍어서인지 지금과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주부가 하는 일을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곳도 태반이다. 이제 아이가 가져오는 엄마의 직업란에 당당히 써야한다. 주부라고.

요즘 출판시장에서 ‘문학이 죽었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소설가의 각오>라는 책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문학이 쇠퇴하였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기존의 문학이 쇠퇴했을 뿐 문학 자체가 쇠퇴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기존의 작가들이 쇠퇴한 것이지 문학의 광맥이 고갈된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문학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만 확고하다면, 문학의 광맥은 얼마든지 우리들에게 그 가능성을 열어 보여줄 것입니다.

개정판이기도 한 <저 마누라를 어쩌지?>. 책의 인세는 서울 YMCA 청소년쉼터에 기부된다고 하니 좋은 일을 한 작가들을 위해서도 흔쾌히 읽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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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4-1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소리, 박완서 그림.. 실물보다 못해도 너무 못한거 아닌가? 쩝..
 

[공연]7시간반짜리 연극 ‘형제자매들’ 연출 레프 도진
[동아일보 2006-04-19 04:43]    
[동아일보]

《‘7시간 반짜리’ 연극이 온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리 극장의 ‘형제자매들’. 다음 달 20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이 작품은 국내 공연 사상 가장 긴 연극이다. 휴식시간을 뺀 순수 공연만 6시간. 대학로 연극 네 편을 하루에 보는 것과 맞먹는 시간이다. 이 작품의 연출가인 레프 도진(62·사진)은 말리 극장의 예술 감독이자 러시아의 신화적 연출가. 러시아 연극계에서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황금 마스크 상을 3차례나 수상했고 피터 브룩, 피나 바우쉬 등이 받은 유럽연극상과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 상을 거머쥔 인물이다. 10시간에 이르는 도스토예프스키 원작의 연극 ‘악령’을 무대에 올리기도 한 그에게 왜 이렇게 긴 연극을 하는지 e메일로 물었다.》

○ 5월 20일 서울 LG아트센터 공연

―‘7시간 반 연극’은 관객 입장에서도 도전이다.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 않나?

“요즘 연극들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모두들 TV의 영향으로 단절적 사고를 한다. 우리는 점점 더 속도전에 휩쓸려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인간과 예술은 속도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변화의 시기에 예술가는 천천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연극인들조차 빨리 생각하는 것 같다. 빨리 생각하는 것은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대가 빨라질수록 연극은 점점 더 느리고 진지해져야 한다.”

공연작인 ‘형제자매들’은 1985년 초연 후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그의 대표작. 스탈린 시대를 배경으로 빈곤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민중의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연극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어느 연극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로부터 개인을 지키고, 타인을 모욕하는 사람들로부터 인간을 지켜주고,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자기만큼 스스로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인간도 없으니까. 연극이 하는 가장 값진 역할은 관객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기 안에서 진정한 인간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간의 영혼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인간 본성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인간의 영혼은 연극의 가장 중요한 탐구 주제다. 인터뷰에서 말하기엔 너무 광범위한 주제이고 한도 끝도 없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7시간, 10시간짜리 긴 연극을 만든다. 나는 인간의 본성은 비극적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죽기 때문이다. 영혼은 태어나면서부터 투쟁해야 하며 이는 인간의 숙명이다.”

―한국은 뮤지컬에 밀려 연극은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러시아는 어떤가? 연극의 앞날을 낙관하나?

“한국이나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연극하기는 힘들다. 매스미디어, 대중문화의 공격을 받고 있고 연극인들은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럴수록 자신감을 갖고 저항해야 한다. 연극은 사람들의 영혼에 필요하다는 믿음을 간직해야 한다. 연극에서 패배란 있을 수 없다. 연극이란 인간에게 본원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 매스미디어의 속도공격에 맞서야

―최근 오페라 연출도 활발히 하는데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오페라도 공연 예술의 한 갈래이고 위대한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이 있다. 하지만 오페라 작업은 연극과 모순되는 부분도 많아 최소한으로 맡으려 한다. 가을까지 오페라 ‘살로메’를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끝내야 하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카체리나 이즈마일로바’를 완성해야 한다.”

이번 공연은 러시아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며 한글 자막으로 대사를 보여준다. 공연은 5월 20, 21일. 5만∼9만 원. 02-2005-0114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 국내 최장 연극작품은

7시간 반짜리 연극 ‘형제자매들’은 공연 시간이 길다보니 공연 시작 시간을 몇 시로 할지도 고민거리.

LG아트센터 측은 관객의 귀가시간을 감안해 공연을 낮에 시작할 수 있도록 내한 공연 날짜를 일부러 주말로 잡았다. 공연은 오후 2시 반에 시작해 밤 10시에 끝나며 각 3시간인 1, 2부(각 휴식시간 20분 포함) 사이에 1시간 30분의 저녁식사 시간이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공연된 작품 중 가장 길었던 연극은 1990년 극단 뮈토스(연출 오경숙)가 창단 기념작으로 무대에 올린 그리스 비극 ‘사람들’로 7시간이었다.

2004년 국립극단의 5시간짜리 연극 ‘뇌우’(연출 이윤택)도 긴 연극으로 꼽힌다. 4막으로 이루어진 ‘뇌우’는 2막 후 35분간의 저녁식사 시간만 한 차례 주어졌다.

국립극단은 저녁시간이 짧은 것을 고려해 미리 잔치국수를 준비했다가 관객에게 제공했다. 같은 해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됐던 ‘갈매기’도 3시간 40분으로 비교적 긴 연극으로 꼽힌다.

연극평론가 김윤철 씨는 “러시아나 유럽에서는 아직도 3시간 안팎의 연극이 흔하고 2시간은 짧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연극은 짧아지는 추세다. 공연 예매사이트 티켓링크에 따르면 2002년 연극 평균 공연시간은 1시간 35분, 2003년과 2004년은 1시간 34분, 지난해에는 1시간 29분으로 3년 사이에 6분이 줄었다.

공연기획사 이다의 오현실 대표는 “기획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연 시간은 1시간 30분”이라며 “그 시간을 넘어가면 집중력이 떨어져 관객들이 지루해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7시간 반짜리 연극 ‘형제자매들’은 과연 누가 와서 볼까? LG아트센터 측은 “예매자는 모두 개인”이라며 “연극 마니아나 연극계 종사자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연극은 14일 현재 총 2000장 중 800장이 예매됐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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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4-1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홈, 예매율이 저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하지만 나는 도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로다. --;;;

해적오리 2006-04-1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기네요...저 연극을 보러간다면...저 날은 극장으로 출근해야 하는 날이되겠어요.

이리스 2006-04-19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님 / 그러게요, 저 연극만을 위한 날이되겠죠. ^^
 

어느새 내곁으로 미술이 다가왔다
[동아일보 2006-04-19 04:43]    

[동아일보]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현대고교에서 길을 건너 가로수 길을 따라 3분쯤 내려가니 오른쪽에 색다른 플래카드가 걸린 건물과 마주친다. 밖에서 얼핏 보면 가구점 같은데, 전면에 ‘안윤모-도심 속 부엉이전’이란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다.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부엉이들이 숨어 있다. 물론 실제 동물이 아닌, 부엉이를 주제로 만든 회화, 오브제, 조각 작품들이다. 소파 앞에, 책장 옆에 부엉이 그림이 걸려 있다. 입구에는 부엉이 형상의 탁자와 의자세트가, 계단에는 부엉이 조각과 오브제들이 놓여 있다.》

엄갤러리가 ‘찾아가는 전시, 생활 속의 갤러리’의 첫 기획전으로 5월 1일까지 인테리어 회사 ‘이노필’ 1, 2층 이미지숍에서 마련한 전시다(02-533-3453). 화랑 측은 갤러리 밖으로 외출한 미술 작품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했지만, 관객들은 작품 감상뿐 아니라 작품 배치의 아이디어까지 배워 간다며 즐거운 표정이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미국 뉴욕시립대를 졸업한 안윤모 씨에겐 이번이 19번째 개인전. 갤러리가 아닌 공간에서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전시의 격이 떨어져 보일까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안 씨는 단호히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작가가 불손한 거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건 작가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미술이 생활 속으로 더 가까이 파고들고 있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갤러리의 변신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엄갤러리의 경우 한 달 전 아예 신사동 갤러리의 문을 닫았고, 대신 다양한 생활공간을 전시공간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갤러리에서 일반 비즈니스 행사가 열린 것도 주목되는 변화다.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줄리아나갤러리에서 열린 현대백화점의 ‘라이프 포털 사이트’ 구축 사업설명회가 그것. 이날 행사를 주관했던 웹 에이전시 ‘ID369’의 조영주 대표는 “회의실에서 열리는 딱딱한 사업설명회 스타일을 벗어나기 위해 고민하던 중 갤러리를 생각하게 됐다”며 “처음엔 어색해 하던 참석자들도 행사가 끝난 뒤 큐레이터의 도움을 받아 전시 중인 앤디 워홀, 호안 미로 등의 작품을 감상하며 즐거워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흔하지만 요즘은 상업화랑들도 미술과 음악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유럽에서 호평 받아 온 유선태 작가의 개인전이 5월 31일까지 열리는 경기 양평군 엘렌 김 머피 갤러리(031-771-6040).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1층 전시장에는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삶의 한순간을 길어 올린 회화와 조각 작품이 전시 중이다. 2층 카페에서는 8일 오후 6시 반부터 ‘4인 4색-4월의 향기’ 유료 콘서트가 열렸다. 50여 명의 관객이 둘러앉아 마치 작은 가족음악회 같은 분위기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상희 씨 등 4명의 연주자가 곡 설명과 더불어 마음이 담긴 연주를 들려주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2003년 양평으로 화랑을 이전한 엘렌 김 머피 대표는 “먼 길을 온 관객들이 전시회만 보고 가는 것이 아쉬워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엔 다양한 장르의 음악회를 마련하고 있다”며 “미술이 삶 속에 깊이 들어가는 운동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갤러리에서의 재미난 이벤트도 있다. 20일부터 5월 31일까지 국내외 작가 12명의 작품으로 ‘P&P 사진 같은 회화, 회화 같은 사진’전을 개최하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 잔다리는 20일 오후 6시 오프닝 행사로 재즈 공연을 연다(02-323-4155). 전시 기간 중 관객들을 위해 어느 것이 사진이고, 어느 것이 그림인지 맞혀 보는 이벤트 행사를 진행하고 추첨을 통해 기념품도 준다.

엄갤러리의 엄은숙 대표는 “미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나려면 갤러리라는 수동적 공간에서 관객을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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