솨아.. 타다닥..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장마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 이번주말 비가 내리고 나면 아마 장마도 한풀 꺾이겠지. 틀어둔 라디오에서는 박효신의 서글픈 목소리가 나를 쿡쿡 찌르네. 머리에는 온갖 상념이 뒤엉켜서 멋대로 굴러다닌다. 솔직히 내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있다. 그리고 몸이 이미 그곳에 가있을 즈음을 상상하면서 버티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기억이란 고통스러운 것이 되어버려서, 가능한 무엇도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기억하려 하는 행위를 기피했다. 사소한 기록마저도 접은건 그런 까닭이다.

십 원 단위로까지 쓴 돈을 체크하고 읽은책, 만난 사람들.. 소소한 일상을 적어갔던 나를, 잃었다. 하지만 후회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게 내 최선의 방어다.

누군가 억울해서 눈물이 날 지경의 대우, 그 대우조차도 못받는 현실에 짜증을 내기 보다는 다른 대안을 찾으려 애써 웃어보이는 건 그런 이유다.

후회대신에 반성을 하면 인생이 조금은 달라 보인다.

가끔 반성하고, 대체로 끄덕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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