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에 절어 집에 들어와 저녁도 먹지 못한 빈속에 이것저것 먹을것을 우겨 넣으며 '사랑 따윈 필요없어, 여름'이란 일본 드라마를 보았다. 젠장. 이 따위 우울한 드라마를 보는게 아니었다. 울컥, 우울과 울음이 동시에 목까지 차고 올라와서 사정없이 자판을 두드려대며 한동안 쓰지 않았던 일기를 썼다. 일기를 자판 두드려가며 쓰는것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라 쓰지 않았던 것인데...
쓰다보니 쓰기 전의 그 감정이 절정에 달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나는 그 때 문득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찾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단축 번호 1번을 눌렀다. 몇초의 기다림 끝에 연결. 휴, 살았다. 오늘도 이렇게 구원받는구나. 감사합니다..
전화통화가 끝난 이후의 나는 실컷 웃다 못해 배가 당기고 새롭게 배운 또 하나의 단어를 여기저기에 붙여 응용해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냉장고에 있던 상태 좋지 않은 방울 토마토를 과감하게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고 방정리를 할만큼 정상으로 돌아와 있다.
울다 웃다인지 웃다 울다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나란 인간이란 늘 이렇다. 그러니..
웃거나 울지 않고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