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이 오리라고 짐작했던 바가 있었나? 짐작이고 무엇이고 간에 아예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어제, 나는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되었다.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그러나 자연스럽게..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스스로 열심히 달리고 달려서 종착지까지 잘 도착했다.
어제 밤, 그렇게 오래도록 혼자 안에 담아둔 그 말들이 나를 떠나가자, 나는 그 빈곳에 맥주와 오징어를 넣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내 인생이 그저 누군가의 흥미거리가 되는 일을 극도로 꺼려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렇지 않다는 확신이 들때까지 웅크리고 앉아 기다렸던 게 아닐까? 흥미거리와 호기심으로 눈빛을 반짝이며 냄새를 맡아대는 것이 아니라는 그런 확신 말이다.
아마도 이건 내 고교시절의 연애가 남긴 치명적인 상처다. 온 학교 학생이 수군거리면서 입방아를 찧어대던 그 끔찍한 기억들. 난 그 이후로 c.c 고 사내연애고 간에 그 어느 것도 사절이었다.
내게서 외출한 비밀은 이제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스며들어 갈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 고개를 내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