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이번 상대는 법원'
[중앙일보 2006-04-03 10:55]    
[중앙일보 손민호] 영어 공용어를 주장하고, DJ 정부를 비판적으로 패러디한 소설('목성잠언집', 2002년)을 발표하는 등 숱한 화제를 낳은 소설가 복거일(60) 씨가 최근 장편소설 '보이지 않는 손'(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마침 환갑을 맞았고, 작가 스스로 "이 작품은 어떤 뜻에선 나의 자서전"이라고 밝힌 사실에서 미뤄 볼 때, 이번 소설도 일단 주목된다. 그러나 소설은 다른 이유에서 논쟁적이다. 소설에서 재판정은 부정적으로 묘사되는데, 그 재판이란 게 작가의 이해가 얽혔던 실제 재판 사건을 소재로 삼은 것이다.

소설은 50대 후반의 작가 현이립의 이야기다. 그는 영화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의 소설 '묻혀진 말을 찾아서'를 원작으로 '로스트 히스토리(Lost History)'란 영화가 제작됐는데 원작자인 그로부터 사전 양해를 제대로 얻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재판은 '원고패'로 끝난다. 이 줄거리는 2002년의 실제 사건에서 따온 것이다. 자신의 소설 '비명을 찾아서'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Lost Memories)'의 영화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패소한 사건의 개요를, 소설은 충실히 따른다.

문제는 소설 속 법정 분위기다. 소설은 재판장과 상대 측의 '풋내기 여자 변호사'(46쪽)와의 유착관계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처럼 묘사한다. '재판장과 저쪽 변호사 사이의 대화와 보디 랭기지는 그들이 무척 친한 사이임을 말해주었다. … 한쪽 변호사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다른 쪽 변호사에겐 친밀한 몸짓을 보이면서 반말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었다.'(42쪽) '"재판장하고 저쪽 변호사가 친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우리에게 불리하잖겠어?""아무래도 불리하겠지."'(45쪽) 등은 재판과정이 부당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물론 소설 속 얘기다. 따라서 모든 건 허구다. 작가는 "권위적인 재판 관행을 지적하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지식인이란 근본적인 문제와 씨름하는 사람"이며 "최인훈이 그랬듯 온전한 지식인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읽히길 바란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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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4-0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재판장과 풋내기 여자 변호사의 유착관계라는 설정에서 별로 읽을 맛이 안난다. 흠..

urblue 2006-04-0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거일 좋아하시나봐요?

이리스 2006-04-0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블루님 / 으흐.. 복지리도 좋아하지요. ㅎㅎ

urblue 2006-04-0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지리는 저도 좋아합니다만.

이리스 2006-04-0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지리가 비싸다는 것만 빼면.. -_-;;; 마지막으로 언제 복지리를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합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