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나는 무작정 이 영화를 보러가게 되었다. 그래서 어쩌면 별다른 선입견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영화의 스케일이나 볼거리가 나에게 준 감흥보다는 줄거리 자체가 갖고 있는 무게가 더 인상적이었다. 만화를 영화한 것이지만 이것은 매트릭스와는 또 다른 무게를 지녔다. 워쇼스키 형제의 각본. 민중과 자유, 신념이라는 단어들은 어떤 이에겐 지루하고 하품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앞서 나열한 저 단어들은 숭고한 것이며 동시에 가슴을 들끓어 오르게 하는 무엇이다.

투쟁과 혁명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두려움 앞에서 담대해지기 힘들다. 그것을 극복하는 순간, 혹은 그것을 극복할 만큼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순간 무한한 자유를 얻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나는 신념에 가득찬 몇몇 이를 알고 있다. 그들의 지난 업적은 매우 뛰어난 것이었으며 그것에 대한 어떠한 깎아내림도 하고싶지는 않다. 그들의 현재가 어떻게 타락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른채 속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은 이제 신념의 원동력을 경제적 가치로 치환했을 따름이다.

처음에는 그들을 보면 구역질이 났다. 하얀 도포자락을 입고 도를 닦던 산신령이 이제는 탐욕스러운 협잡꾼이 되어 손에 침튀기며 돈다발을 꿰어차고 앉아 돈을 세는 것 같이 보였다. 완벽한 가면을 쓰고 그들은 자신의 본질을 속이면서 돈을 챙기는 재미에 빠져들었고 그런 모습에 나는 등을 돌렸다. 아니, 이제는 그들의 본질이 아예 바뀌었겠지 싶다.

<브이 포 벤테타>는 영화로 치자면 별이 세개 정도겠지만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만큼은 별 다섯개가 아깝지 않았다. 우리는 신념을 잊어서는 안된다. 신념을 가지지 못한자의 삶은 신념을 가진 자의 삶과 확연히 다르고, 그것의 차이는 삶 자체를 뒤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떨쳐내는 연습, 죽을때까지 끊임없이 해야할 연습이고 신념을 찾는 것과 그것을 지키는 것 역시 그러할 일이다.

(venteta 는 이태리어다. 영어로는 reve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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