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14
허수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구판절판


내일은 탈상
오늘은 고추모를 옮긴다.

홀아비 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
바람이 내려와
어린 모를 흔들때

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
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
아랫도리 서로 묶으며
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남녘땅 고추밭
해빛에 몸을 말릴적

떠난 사람 자리가 썩는다
붉은 고추가 익는다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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