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쎈연필 > 폭력에 대한 애무


백진스키, 무제

서로 부둥켜안고 운다
심야 버스도 끊어진 겨울의 거리
아무 주저 없이, 무너지며 서로의 혀를 핥고
배신보다 차가운 너의 눈물을 탐닉하며
사내의 가슴을 치며 계집이
계집의 허리를 껴안으며 사내가
운다

(이 무능을 너는 아는지?)
적멸의 무덤을 파들어가듯
사내가 계집의 가슴을 헤집으며
울부짖으며, 굶주린 개처럼 젖을 빨고
계집은 가늘게 휘어지며 사내의 얼굴을 부수고
아아, 이젠 끝이라고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서로의 해골을
들판의 봄꽃들처럼 애무하는
사랑의 식탁

(너는 이 불구를 아는지?)
썩어가는 치아가 부딪치는 증오의 키스
그 불의 습기와 흰 꽃을 따는
푸른 뱀의 혀처럼
배고파, 배고파 죽겠어, 하며
나는 너의 상처로
너는 나의 상처로 흐른다

이 망할 년아,
너는 미친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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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4-03-11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그림을 보니 꼭 껴안은 채로 저렇게 오래 있어서, 그래서 저런 상태가 된 것인가 궁금해졌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하겠지?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