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거로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다시 돌아가는 일 자체가 말도 안되는 것이지만 여하튼 그렇다고 가정한들 다시 돌아가도 여전히 나는 나라서 그렇게 하는 것 밖에는 달리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만하기 때문에 후회를 안하는게 아니라 그나마 내 깜냥을 알아서 굳이 후회 안하는 것.  

뭐랄까,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은어떼가 몰려오는 것마냥 자꾸 회귀의 물결에 휩쓸린다. 그것은 나를 온통 뒤흔들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폐허가 된 한복판에 주저앉은 나는 망연자실. 그런 일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번 지난날의 은어가 내 앞에 힘차게 헤엄치며 물길을 거슬러 올라왔다. 

은어가 두 눈을 껌뻑이며 내게 말했다.  

용서해 줄 수 있겠느냐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 있겠느냐고. 지난날의 모습보다 현재는 그래도 더 나아졌다고, 앞으로 계속 노력해서 더 나아지겠다고.  

문득, 얼마전 나를 휩쓸고 지나간 회귀의 물결이 남긴 폐허가 떠올랐다. 더불어 지금 내 앞에서 두 눈을 껌뻑이고 있는 이 은어가 가슴 속 깊이 새겨넣은 상처가 여전히 욱신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대답은 궁색했고 침묵이 흘렀다. 

용서라는 표현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컴퓨터를 부팅할 때 보는 그 친숙한 '새로운 시작'을 선택하느냐 마느냐 정도가 어울렸다. 뭉게뭉게 의심과 불안의 연기가 피어올랐지만 어차피 연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도 그르치게 되고, 너무 덜해도 그르치게 된다. 더구나 어떤 일의 경우는 생각한다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노력을 하는것이 더 먼저일 때도 있다. 

노력한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요 며칠은 특히 그렇다.  

요즘 내 인생은 회귀가 유행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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