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날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날, 건달의 세월을 견딜 줄 알았고
그 어떤 것도 함부로 계획하지 않았고
낯선 곳에서 문득 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새삼 깨닫고
놀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내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애써 외면해왔을지도 모른다.
정말 젊은 사람들은 젊은이의 옷을 입는 사람이 아니라
젊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젊게 생각한다는 것은 늙은이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늙은이들은 걱정이 많고 신중하여 어디로든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육신과 정신을 이제는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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