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마는 생각보다 일찍 동이 난 김장 김치 때문에 겨울이 가기 전에 부랴부랴 아홉포기 김치를 담그셨다. 엄마는 김치를 담그시느라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겨우 한 시간 남짓 눈을 붙이고 내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셨다. 아침 한 끼 안먹어도 괜찮으니 그냥 주무시라는데도 엄마는 졸려서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며 기어이 아침을 챙겨주셨다.  

엄마는 내게 무엇 하나 차려주어도 항상 예쁘고 좋은 그릇에 가지런히 음식을 올려서 주신다. 내게 말 몇마디 건네시다가도 시계를 보며 출근 시간이 혹여 늦어질까 눈치를 살피신다. 야근하지 않는 날, 저녁식사를 집에서 하게될 날이면 미리 전화하셔서 내가 집에 도착해 식사할 시간에 맞춰 음식을 하신다. 바로 해서 먹어야 맛있다고 하시며.

엄마는 아빠가 음식쓰레기 버리는 것도 싫어하신다. 아빠가 음식쓰레기를 버리신다며 음식쓰레기 통을 들고 나가면 엄마는 부리나케 아빠를 막아선다. 음식쓰레기 통을 들고 버리러 나가는 남자들 보면 집에서 구박 받는 남자들 같아 보여서 싫다고 그만 두라고 말린다. 그런거 상관없다고 아빠가 음식쓰레기 통을 안 놓아도 끝내 아빠를 현관에서 거실로 뒷걸음질 하시게 만든다.  

올해 엄마는 환갑. 엄마의 60년이 어땠는지 그 중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건 절반 정도도 채 안된다. 엄마의 꿈이 무엇인지는 알아도 그걸 이룰 수 있게 도와드릴 능력도 현재로선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엄마가 '환갑이 대수냐, 어차피 돌아오는 생일인데 늙는게 무슨 자랑이라고 별스럽게'라고 하셔도 별스러운 생일날로 만들어드리고 싶다.  

디스크 때문에 곧지 않은 엄마의 허리마냥, 그 허리를 볼 때마다 내 마음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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