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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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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헤아림도 없이 달력도 없이 진창을 기어가듯 지나갔다. 멀리 주간 고속도로를 따라 길게 줄지어 있는 검게 타버리거나 녹이 슨 차들. 바퀴의 드러난 테가 시커매진 철사의 고리에 둘러싸인 채, 녹았다가 다시 잿빛으로 굳은 고무 진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타서 재가 된 주검은 아이만 한 크기로 줄어들어 좌석의 용수철 위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쭈그러든 심장 속에 매장된 수많은 꿈도. 그들은 계속 걸었다. 바퀴를 돌리는 쥐처럼 죽은 세계를 밟고 나아갔다. 죽음처럼 고요하고 더 깊은 죽음처럼 검은 밤. 몹시 추웠다. 그들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308쪽

남자는 계속 기침을 했고 소년은 남자가 침을 뱉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비틀비틀 걸어갔다. 넝마를 걸친 채 더럽게. 희망도 없이. 남자가 걸음을 멈추고 카트에 몸을 기대면 소년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눈물이 그렁해진 눈을 들어 소년이 거기 길에 서서 어떤 상상할 수 없는 미래로부터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장막처럼 빛을 발하는 소년. -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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