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를 좋아(사랑)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쓰는 개같이.. 란 표현은 그냥 보편적으로 쓰는 그런 표현이니까 내가 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아, 거참, 설명 길다)
아무튼, 밥벌이를 해온 10년 가까운 세월 중 특히 한 5년 정도 나는 참 개같이 일하면서 살아왔다. 시간당 수당으로 치면 편의점 알바나 호프집 서빙 정도의 수당이나 될까? 싶은 참 어이없는 월급을 받으면서 일이 많으면 밤 12시가 넘어도,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단 한 푼의 수당 없이 개처럼 일했다.
하루에 두시간 반 ~ 세시간을 지하철과 버스에서 출퇴근 하느라 허비한 날들도 꽤 많았다.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았을때. 혹은 서울 아주 변두리에 살았을 때.
물론, 아주 잠깐이나마 칼퇴근 비슷하게 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많으면 한달에 일주일 가량, 적으면 이삼일 정도. 나에게 주어지는 연차는 단 한 번도 다 써본 적이 없었다. 한참 바쁘게 일이 휘몰아치고 난 뒤 인간이 아닌 상태가 되어 탈진할 지경이면 겨우 하루 쉬거나, 심하게 상태가 안좋으면 이틀 쉰다.
찍힐 각오 단단히 하고 벼르고 별러서 여름휴가 가는게 전부다. 그나마도 결심이 흔들릴까봐 휴가 두달 전에 계획 세워서 보고하고, 비행기 표까지 다 사놔버려야 겨우 갈 수 있다. 아무려나, 그렇게 개같이 일하며 머리를 맴도는 생각은 딱 하나.
이것보다 더욱 안좋은 상태로 일하더라도 기쁠 수 있겠다 싶은 몇가지 일들.
솔직히 육체적인 피로와 무리스러움은 어떻게든 버틸수 있겠다. 오기와 의지로 말이다. 그것보다 내가 더 견디기 힘들었던것은 스스로 느끼는 모멸감과 무가치함이었다. 대체 이런 도그 블러드!!를 보는 고생을 해가며 난 뭘 하는 거지? 이 질문 앞에서 너무 부끄러워 혀 깨물고 죽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런 수치심.
그런데 어제 일하는 10시간 동안 화장실가고 아주 간단하게 허기 채우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안하고 일만 해서 어깨에 극심한 통증이 오고, 손가락이 곱을 지경이 되었을 때 나는 분명 웃고 있었다.
더더욱 힘들게 일해도 좋으니. 이런 순간들이 내 인생에 더 많았으면 좋겠다.
# 그런 면에서 꽤 질투나게 부러운 인간이 하나 떠오른다. (나도 곧 그렇게 되면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