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끼고 나는 5일 연휴를 즐겼다.

어디 여행 안가느냐는 물음에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고는 나름대로 알차게 쉬면서 보냈다.

휴가철이고 명절이고 연휴에 어디론가 떠나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그 북적임과 분주함에 묻혀버리는 게 싫어서? 혹은 그 북새통을 이루는 사람 중 하나가 되는게 싫어서? 아무려나.

연휴에 보려던 영화는 세편 이었으나 두편만 봤다. (음주생활을 간만에 즐겨주시느라 -.,-)

<로맨틱 홀리데이>, <수면의 과학>

별다른 기대 없이 오로지 쥬드 로 보겠다고 작심하고 본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그래서였나? 기대 이상이었고 생각보다 의외의 영화였다. 다수의 많은 사람이 별 생각없이 크리스마스니까 봐야지 하고 볼만한 영화는 아니었다는 생각. 아마 그렇게 봤으면 좀 실망스러웠을 것 같다. 나야 뭐 목적이 너무 깔끔하고 단순했으니까. ㅎㅎㅎ



잔인한 바람둥이. 어찌나 선수신지 약혼녀까지 꿰어차고 결혼 날짜 앞두고도 지구 반바퀴를 돌아 만만하게 같이 연애를 쭈욱 즐겨줄 여자까지 관리하러 날아 오신다. 보무도 당당하시지. 하지만 오랜 세월 잔인한 바람둥이에게 언제나 세컨트 취급을 당한 그녀 (케이트 윈슬렛)는 이제 정신을 차리고 그를 냉정하게 잘라낼 줄 아는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

착실한 순정파. 애딸린 이혼남이 아니라 애딸린 사별한 홀애비. 눈만 깜빡 거려도 가슴이 쿵쿵 울리고 살짝 미소만 지어 보여도 황홀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이 남자. (그래, 나 쥬드 로 팬이다!! >.<) 이런 외모에 애들 둘 있으면 어때. 게다가 친구처럼 지내며 애들 양육 분담하는 전처도 없고 사별이잖아. 애 셋이라도 좋다. 사실, 저런 유전자는 될수록 많이 퍼뜨려야지.(흐어...)

문득, 예전의 드라마 <네.멋>의 어느 한 대사가 떠올랐다.

'...하나만 좋아하려면, 착해선 안돼요...
잔인하게... 한 사람 좋아할래요... 나중에. 후회해두.
좋을사람.'

사실은, 저 대사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잔인한 건 한 사람만 좋아하는 쪽이다. 다른 감정의 모든 가지를 다 잘라내면서 한 사람만 좋아하려면 무척 잔인해져야 한다. 그러나 바람둥이는 모두에게 다 성실하다. 의외로 진짜 바람둥이는 모두에게 다 상처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아이러니.

그러나 대체로 사랑은 독점과 소유욕을 품고 있으니, 남들에게 못되고 나에게만 잘해주는. 다른 이성의 손길이나 관심에 매정하게 돌아서서 나에게로만 향해주길 다들 바라겠지.

일평생 동안 정말, 사랑할 기회가 딱 한번 뿐이라면 잔인할 이유도 없겠지만.

<로맨틱 홀리데이>를 보고 나서 나는 저 대사를 계속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잔인해질 자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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