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선택적포용 임수는 바다나 큰 강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된다. 바다처럼 넓게 포용하고, 강물처럼 유유하게 흐르되 거침이 없다. 이런 이미지는 임수의 대인 관계를 잘 보여 준다. 임수는 사람들을 폭넓게 사귀고, 부드럽게 리드한다. 그 스케일은 무토를 연상케 한다. 다른 점은 무토 보다 훨씬 더 유연하다는 것. 무토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과정에서 갈등을 겪어 내고 적응하는 스타일이라면, 임수는 상대의 성향 중에서 감당할 수 있는 것만 취해서 관계의 교집합으로 삼는다. 어떤 사람과도 교집합은 형성될 수 있는 법, 그래서 임수는 매우 광범위하게 대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그 교집합을 넘어 자신에게 침투해 오면 상당한 불편함을 느낀다. 예상을 넘어서는 세력에 대해선 처음엔 느긋하게, 때론 좀 음흉하게 눙치고 넘기려 하다가,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제법 강하게 되받아친다. 그런 점에서 임수의 포용력이란 선택적 포용이라 할 수 있다.
2교감과 과감한 도전 임수의 포용력이 선택적이라고 하지만 그 역치의 범위는 넓다. 수의 특징인 유연성 혹은 융통성과 양(陽)성질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계수가 가랑비처럼 상대에게 서서히 젖어들며 교감하고 포용한다면 임수는 소나기처럼 한번에 온몸을 적시면서 교감하고 포용한다. 한마디로 통이 크고 속도가 빠르고 넓은 교감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교감으로 임수는 즉흥적으로 자신의 실존적 선택을 바꾸기도 한다. 흥보 아내가 한시도 쉬지 않고 품을 팔아도 늘 굶는 처지를 비관하여 목을 매려고 했다. 그때 흥보가 말리며 자기가 죽겠다고 하자 흥 181 보 아내가 겁이 나서 그의 손목을 붙들었다. 둘이 서로 통곡하며 울고 있을 때, 한 스님이 나타나 연유를 물었다. 사연을 들은 스님은 탄식을 하고는, 집터 한곳을 알려주고 "이 터에 집을 짓고 편안하게 지내오면 가세 빨리 일어나고 자손이 영화롭고 만세까지 이어지리다" 하였다. 그리고 기둥 자리가 될 네 곳에 막대기를 박아 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흥보는 있던 집을 헐고 스님이 일러 준 자리에 다시 집을 지었다. 여전히 배는 주리고 입을 옷은 없었지만 모진 겨울을 죽지 않고 살아났다. 봄이 되자 그 집에 제비가 찾아와 집을 짓게 되었고, 큰 뱀이 제비 새끼들을 잡아먹고 있는 걸 흥보가 발견하고 마지막 남은 제비를 구해주게 된다. 그 제비가 어느 날 비행 연습을 하다가 다리를 다치게 되자 흥보는 제비 다리를 치료해 준다. 나중에 그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준다는 뒷얘기는 다 아는 스토리일 것이다. 양상은 좀 다르지만 어떤 천간의 성질이건 약한 존재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다 가지고 있다. 그런 측은지심이 비단 임수만의 교감 능력은 아닐 것이다. 임수의 특성은 그보단 스님과 만나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아무리 측은한 상황이라도 누군가의 손길이 도움이 되려면 극복하려는 자기 힘이 있어야 한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어미가 밖에서 쪼고 안에선 새끼가 동시에 껍질을 쪼아야 한다. 이를 줄탁동시(啐啄同機)라 한다. 사제지간에서 스승의 자극과 자기 한계를 깨려는 제자의 노력이 맞물려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마찬가지로 복도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 극복의 힘이 있을 때 그 복을 취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스님의 제안은 복을 받기 위한 하나의 관문이다. "어허, 신세 가련하오. 부귀 주인 따로 없어 적선하면 따라오니 무지한 중의 말을 만일 듣고 믿을 테면, 집터 하나 알려줄 터 소승 뒤 182 를 따르시오." 흥보는 "크게 기뻐 천 번 만 번 감사하며 중의 뒤를 따라가니, 개국해도 좋을 배산임수 형국이요, 무성한 나무들과 빼어난 대나무밭 빙 둘러 싸인 곳에 집터를 가늠하니 명당자리 분명"하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당장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일거리를 주는 것도 아닌데 흥보는 집을 허물고 다시 짓는 수고로움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것은 스님의 제안을 수동적으로 따른 것이 아니라 기회의 발판을 통해 능동적인 자기 극복 의지를 내디딘 것이라 할 수 있다. 임수의 태도가 이와 닮았다. 임수는 위기의 전환점에서 어떤 기회와 빠르게 교감하고 단호하게 방향을 바꾼다. 계수도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고민하고 결정하는 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임수는 어떤 것에 꽂히면 과감하게 도전한다. 또한 그 결정에 미련을 두지 않고 성실하고 꿋꿋하게 운명을 다시 시작한다. 그것은 시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운명으로 가져갈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다. 물론 같은 이유에서 임수의 결정은 너무 즉흥적이고 시행착오를 많이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기와 맞지 않는 시류의 흐름을 탔다가 고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번 직감적인 교감이 일어나면 답답할 만큼 의심하지 않으며 결국 끝장을 보고 나서야 후회하기도 한다.
3자기 통제 임수는 자기 통제력이 강하다. 다만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직감적으로 교감되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느낄 때 스스로를 통제한다. 누군가에게 강압적으로 통제될 때는 오히려 뛰쳐나간다. 누구도 임수를 통제하진 못한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183 일에 대한 사명감 혹은 책임감, 즐거움, 목적의식 등이 있을 때 강하게 동기부여가 되며, 조금 힘들어도 오래 버틸 수 있다.
4유연한 리더십 임수의 리더십은 처음부터 강하게 제압하는 타입이 아니다. 항상 유연하고 부드럽게 사람을 이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거칠게 밀어붙인다. 유연하게 이끌어 가건, 거칠게 밀어붙이건, 모두 물이라는 특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물벼락을 맞는다고 가정했을 때, 그것이 그렇게 치명적이라고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상대의 입장에선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 일어난다. 그러나 급류에 휩쓸리면 꼼짝없이 당하게 되는 것처럼 임수의 리더십이 강하게 치고 들어오면 저항할 틈도 없이 일단 휩쓸려 버린다. - P180
자오묘유는 도화살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연지나 일지에 상관없이 글자 각각이 도화살로 작용한다고 보면 된다. - P194
대체로 천간은 욕망과 사유의 방향성, 지지는 현실적 조건과 환경적인 측면과 관련되어 있다. 한마디로 천간은 욕망, 지지는 현장이라 할 200 수 있다. 물론 이 둘을 명확하게 나눌 순 없다. 욕망은 현장을 만들고, 현장은 욕망을 낳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도서관을 찾게 되고, 반대로 도서관에 가 보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천간과 지지를 욕망과 현장이라는 구도로 나누면 사주를 해석하는 데 더욱 입체적으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지지를 해석할 때는 현장의 운세라는 측면을 염두하고 해석하는 것이 좋다. - P199
인목의 기호 호랑이 역동성 : 활발, 추진력, 의욕, 리더십, 폭발적 기운, 급한 성정, 반항적 기질, 자존심, 명예, 의협심, 유능, 자유, 고독 큰 것에 대한 욕망 : 큰 꿈, 모험심 떠돌이 : 독립, 도전, 예측 불허 큰 나무 갑목의 성향 공유, 극단적 승부욕, 인간 중심, 따뜻한 마음, 항상성, 성공 기회 겨울 나무 인월(입춘, 우수), 봄의 시작, 순수함, 노련함 부족, 유아적 도발 지천태 삼양(三陽), 서투름, 이질성과의 교류
1호랑이 ㅇ역동성 인목은 계절로는 봄의 시작이다. 입춘부터 인월이 시작 211 되므로 좀 추운 봄이다. 그러나 그 운기(運氣)는 이미 사람이 체감하기 전에 생동하며 바람을 일으켜 땅과 동물을 깨우기 시작한다. 축월 땅속 얕은 곳에서 준비하고 있던 만물의 기운이 인월이 되면서 땅 위로 튀어나와 대지로 솟아오른다. 이런 역동적인 기운을 12지 동물 중에 가장 용맹한 호랑이에 빗댈 수 있다. 호랑이는 하나의 목표물만 노리고 추격한다. 맹렬한 기세로 질주하는 모습이 천간의 양목인 갑목과도 닮았다.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올 때도 이런 기세가 필요하다. 인목의 운명은 강하게 하나의 장애물[土]을 뚫고 나오는 것이다. 하늘하늘한 새싹이 때론 아스팔트까지 뚫고 나온다. 그것이 바로 인목의 맹렬함이다. 그래서 인목은 역동적인 힘과 활발함, 그리고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 활발한 성격은 의욕을 부추기고, 추진력으로는 장애물을 치고 나간다. 그런 기운은 리더십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때로는 폭발적이고 급한 성격이나 반항적 기질로 드러나기도 한다. 자존심도 강하고 명예를 중시하며 의협심도 강하다. 일을 할 때도 현장을 빠르게 이해하고 일처리도 정확하게 해내는 편이다. 그러나 그런 유능함에 비해서 협동하는 능력은 좀 약하다. 인목은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홀로 질주하고 홀로 능력을 발휘하는 점이 한편으론 자유롭고 한편으론 고독해 보인다.
ㅇ큰 것에 대한 욕망 호랑이는 큰 사냥감을 좋아한다. 호랑이가 좋아하는 먹잇감 중 하나인 들소는 몸무게가 1톤이 넘는다. 이 거대한 동물과 싸우면서도 다치지 않아야 한다. 호랑이가 상처가 깊어서 사냥이 어려우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호랑이의 사냥 성공률 212 은 낮다. 호랑이 연구가 "조지 쉘러는 호랑이가 13번 중 1번 사냥에 성공한다"스티븐 밀스, <<호랑이>>, 이상임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14쪽는 기록을 남겼다. 위험하고 사냥의 성공률도 낮은 큰 먹이를 노리는 성향은 인목도 비슷하다. 인목은 비교적 큰 것에 대한 욕망이 있다. 꿈의 스케일도 크고 또 그것을 단번에 이루려 한다. 그런데 호랑이의 사냥 성공률이 낮듯이 인목의 도전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인목 특유의 모험심으로 도전이 계속되면 어쩌다 한방에 크게 이루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꿈이 클수록 현실의 결핍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작은 것으로 주린 배를 채워 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ㅇ떠돌이 호랑이 "어미가 발정기에 이르고 다시 짝짓기를 하게 되면, 새끼들에게는 더 이상의 가족생활이란 없다. 특히, 새끼들이 수컷일 경우 더욱 그렇다. 20~24개월쯤 되면 새끼들은 독립하여 정글을 떠돌아다닌다."같은 책, 68쪽 인목도 떠돌이 인생이다. 청년이 되면 독립하여 삶을 실험하며 나그네처럼 떠돌아다닌다. 익숙한 업무를 떠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기도 하고, 편한 직장을 벗어나 벤처 등의 자기 사업을 시작하기도 하는데, 남들이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일수록 도전하고 싶어 한다. 호랑이 중에는 "예측불허에다가 심지어 무모하기까지 한 녀석들도 있다."같은 책, 25쪽 인목의 도전도 비슷하다. 인목은 예측 불허의 상황을 자주 만들어 낸다. 그런 도전들이 인목에게 짜릿함을 선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반대로 인목에게 가장 답답한 상황은 의존적 환경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이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정형행동을 한다. "정형행동이란, 판에 박힌 듯 의미 없는 행동을 기계처럼 반복하는 것을 뜻한다. 일종의 213 정신적 문제라 볼 수 있다. 일정 구간을 끊임없이 오간다든가, 몸을 앞뒤로 춤을 추듯 움직인다든가, 먹은 것을 토하고 다시 먹는다든가, 심지어 털을 물어뜯어 자신을 해치기도 한다. 야생의 삶에 적합하도록 다양한 행동을 지니고 있는 동물들이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살게 되면 얻게 되는 병이다."박하재홍,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 슬로비, 2013, 64~65쪽 맹수인 호랑이는 그런 환경이 더욱 답답할 것이다. 인목도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한곳에 갇혀서 의존적으로 살아가면 정형행동을 보인다. 그런 인목에게 나타나는 정형행동은 자주 답답함을 느끼며 자꾸 밖으로 나가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화불량, 신경쇠약, 두통, 피로함 등의 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정신적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사유와 창의력이 생기지 않고 변화와 갈등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병증은 더욱 심해진다. 새끼들이 독립하여 정글을 떠돌아다니는 "이때가 호랑이 일생에서 두 번째로 위험한 시기이다. 카란스에 의하면, 이 떠돌이 호랑이들의 연간 사망률은 30~35퍼센트에 이른다"스티븐 밀스, 앞의 책, 68쪽 그런데도 이런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 맹수의 자유본능이다. 그 본능을 억제하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다. 그것은 동물이건 사람이건 다 비슷하다. 특히 인목에게 모험은 매우 중요한 삶의 추동력이 된다.
2큰 나무 큰 나무의 이미지는 갑목과 같다. 인목의 많은 부분이 갑목과 닮았다. 인간 중심적이고 따뜻하고 넓은 마음을 가졌으나, 예측 불허의 욕망으로 인해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있다. 한방에 승부를 걸려 하지만, 214 뜻대로 안 된다. 관건은 항상성이다. 꾸준하게 도전하는 인목은 성공에 이르게 하는 기회를 많이 갖는다. 기회가 많으면 성공 확률도 높다. 그러나 큰 나무는 강한 폭풍에 쉽게 쓰러진다. 이 점도 갑목과 비슷하다. 조금 멀리 보고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3겨울 나무(월지 인목) 생략
4지천태 태괘는 땅과 하늘이 위아래로 만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음양의 형상으로 보자면 세 개의 양이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다. 이양이 새싹이 땅을 뚫기 직전의 상태라면 삼양은 이제 막 땅을 뚫고 올라온 상태다. 그래서 아직 서툴고 순수한 기운이지만 그만큼 밝고 계산적이지 않으며 낯선 것을 잘 가리지 않는 용기가 있다. 어쩌면 이런 기운이 소통의 첫 문턱을 넘는 데는 가장 유리한 조건이 아닐까 싶다. <단전>(彖傳)에서는 "하늘과 땅이 교류하여 만물이 소통한다"(天 215 地交而萬物通也)고 했다. 위가 땅이고 아래가 하늘이니, 제자리를 찾기 위해 땅을 내려가려 하고 하늘을 오르려 한다. 이질적인 것들 간의 이러한 동적 교류야말로 음양이 섞이고 만물이 소통되는 길이다. 인목은 낯선 것들에 무심하듯 강하게 접속하는 능력이 있다. 큰 저항 없이 이질성을 받아들이고 교류하는 그 힘은 태괘의 괘사(卦辭)에서 말한 것처럼 "길하고 형통하다"(吉亭). 다만 힘 조절이 필요하다. 소통의 첫 관문을 연 이후의 관계는 또 다른 자세가 필요하다. 인목의 기운으로만 소통하려 하면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런 관계는 서로 피곤하다. 관계를 지속시키려면 편안하고 느긋한 기운이 요구된다. - P210
사화의 기호 뱀 끌림과 꺼림 : 독성, 열기 맹렬한 에너지 : 명석함, 용의주도, 승진, 지략 혹은 권모술수 용광로, 폭탄 급한 성질, 분노조절장애, 만남과 이별의 속도가 빠름, 좁은 대인 관계, 감정적 중천건 육양, 사월(입하, 소만), 양의 절정, 배수진, 추동력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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