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티의 지층들 - 현대사회론 강의
이진경 엮음 / 그린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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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 푸코, 들뢰즈-가타리에 기대어 근대성의 지층을 탐사한다. 이 책 읽고나서 할 말은 못 되지만 나도 이제는 변절(?)했는가보다. 가진 체력을 체제의 외부를 창안하는 데 쓸 게 아니라, 창안된 외부 혹은 자라난 외부를 선점하는 데 쓰는 편이, 이념이 요구하는 윤리를 떠나서 그냥 생물학적 차원에서, 그러니까 에너지 효율 면에서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만 든다. 하나의 도저한 흐름을 마주했을 때 '저항'은 힘이 많이 들지만, '운용/응용/활용'은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든다. 벡터는 다르지만 둘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솔직히 지금 내 모습은 저항도 운용도 아닌, 체념적이고도 다소 무뇌스런 순응에 가깝지 않은가. 그럼에도) 요즘에는 자본주의 공리계에 미처 포획되지 못한 야생적이고도 신박한 분야를 매의 눈으로 발굴해서 재빨리 공리계 안으로 탈코드화시키는 사람, 대동강 물도 파는 봉이 김선달 같은 사람, 놀라운 심미안으로 그 어떤 미세한 구멍이라도 재빨리 발견해서 기가 막히게 메꾸는 발명가적 재주가 있는 사람이야말로 실로 대단해 보인다. 그 또한 비범한 창의력과 상상력과 도전정신이 발휘되어야지만 가능한 사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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