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과 에드워드 사이드 카이로스총서 21
발레리 케네디 지음, 김상률 옮김 / 갈무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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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신년 세일 코너 기웃거리다가 팔천 원에 구입해 읽어봤다. 사유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데 있어서 내게는 기대 이상으로 귀중한 실마리가 되어준 책인데 반값에 보다니 송구스럽다. <오리엔탈리즘>의 이론적 모순 및 난점에 대해서 이 책이 지적하고 있는 바를 몇 가지만 적어보면

 

  •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 분석 내내 '동양이란 실체없는 환상과 이미지의 집합체로서 오로지 그것의 이데올로기적인 재현 방식만이 문제가 된다'는 입장과 '동양이라는 어떤 실체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서구중심적 시각에 의해 왜곡되고 날조되었다'는 입장 사이에서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와 관련해서 결국 오리엔탈리즘 담론은 '진리에 기초한 대상의 재현'이 가능한가, '객관적인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인식론의 문제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사이드는 절대권력자 서양과 무기력한 피식민지로서의 동양이라는 판에 박힌 이분법적 배치에 따라 다종다양한 동양의 현실을 동일화시켜 사유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오리엔탈리즘 담론 권력을 재생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어디까지나 "망명 중인 팔레스타인 유산 계급" 출신인 사이드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종종 "동정에 찬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이같은 문제를 반복한다.
  • 오리엔탈리즘 담론 권력의 작동에는 인종, 젠더, 계급이라는 세 요소가 상호 긴밀히 맞물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드는 주로 인종 문제에만 천착하고 젠더와 계급은 소홀히 다루고 있다. 결국,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이란 서구 중산층 백인 남성의 자기 반성일 뿐이다.

 

탈식민 연구의 물꼬를 튼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담론이 푸코로부터 크게 영향 받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무역, 여행, 탐험, 선교사업 등 외견상 비정치적이고 심지어 휴머니즘적이기까지 한 일련의 문화 및 경제 활동들이 기실은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지배하기 위해 촘촘하게 구축한 제국주의적 포획장치라는 식의 분석은 푸코의 이론틀을 적용한 문화연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역시 나의 장기적인 책읽기는 푸코로, 그리고 푸코 위의 니체로 돌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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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2013-02-0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드 참 잘생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