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침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2
존 버닝햄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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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유명하다니까, 대중으로부터 검증된 작가려니 안심하고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여러 권 사들였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실망했다. 그림체가 도무지 기력이라곤 없고 너무 대충 그린 것 같아서. 게다가 전개되는 이야기는 종종 뜬금없을 때가 있고 뭔가 좀 전반적으로 허술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책을 몇 번 들여다보고나서는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보면 볼수록 이 사람 그림책에서는 다른 작가들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이고 비범한 개성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그림책들이 독자가 미개하다(?)는 확고한 전제하에 '수준에 맞추려는/배려하는/지혜를 주려는/보살피는' 자로서의 의젓한 태도가 아무리 천진무구한 척해도 어쩔 수 없이 배후의 기류처럼 깔려있다면, 그래서 때론 어른이 애써 아이 흉내를 내려고 하는 것 같다면, 이 사람 책은 정말이지 아이가 직접 만든 그림책 같다. 수준을 맞추려는, 지혜를 주려는, 흉내를 내려는 대상이 없다. 대상을 의식하지 않은 자족적 유희의 자유로움. 그런 게 주는 해방감, 진정성, 예술적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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