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
조병준 지음 / 예담 / 2006년 3월
품절


길의 상대성 원리. 떠나는 길은 언제나 멀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가깝다. 내 안에 돌돌 말려 있는 길들. 때로는 얌전히 차곡차곡 말려 있는 길, 때로는 울퉁불퉁 삐져나와 금방이라도 다시 풀릴듯한 길. 거쳐온 길들의 모습.

중독. 나는 길에 중독되었다.-21쪽

"준, 언젠가 또 한 번 기차를 놓치렴. 그러면 우리가 또 만나잖아."

편지를 접으며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기차를 놓치며 살 거라고, 기차를 놓쳐야 사람을, 운명을, 인생을 만날 수 있다고. 기차를 놓치면 나도 며칠은 서커스의 소년이 될 수 있다고.-73쪽

여행이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모험이어야만 할까?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익숙한 곳이라 해도 그곳에 사는 친구의 일상을 잠시나마 공유하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삶의 부분들을 퍼즐처럼 찾아내는 여행 또한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결국 가장 멋진 여행은 언제나 사람을 찾아가는 여행이므로.-74쪽

옴 샨티, 옴 샨티......샨티, 평화. 최면처럼 내 입에서 느리게 말들이 빠져나왔다.

"나는 이곳에서 처음 죽음이 평화가 되고, 평화가 슬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나는 언제나 평화는 가볍고 밝은 것이라고 알고 있었어. 이렇게 무겁고 어두운 평화는 무엇이지?"

나는 그를 쳐다보지 않으며 이야기 했고, 그도 강물에서 얼굴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Let it flow, Let it go, Let it be."

오렌지빛 석양이 스러지고 어두워졌을 때 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묻지 않고 헤어졌다.-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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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6-1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관함에 넣습니다.^^

DJ뽀스 2006-08-0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읽으셨다는
"제 친구들과 인사하실래요"에 나왔던 친구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여행의 기쁨과 성공은 어디를 가는냐가 아니라 누구를 만나느냐로 결정된다"는 제 지론을 완벽하게 증명해 줄 수 있는 책이더군요. ^^:
 
오디션
무라카미 류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 / 2004년 6월
구판절판


"내가 현역시절에 화류계에서 그녀를 닮은 느낌의 여자를 더러 보았죠.(중략) 그런데 이상한 아름다움이었어요. 자신과 타인의 모든 불행을 양분하여 그 예쁜 얼굴이 만들어진 듯한 그런 아름다움이어서 함께 있으면 파멸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그것이 남자들을 미치게 만드는 그런 여자였지요."-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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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여행 - 스무살 유럽 자전거 여행 이야기
이창수 지음 / 이젠미디어 / 2005년 4월
절판


Beyond the blue horizon waits a beautiful day.
Goodbye to things that bore me.
Joy is waiting for me.

파란 수평선 넘어 아름다운 날이 날 기다리고 있어요.
날 지겹게 했던 것들아 안녕.
기쁜 일이 날 기다리고 있다구요.

- Beyond the blue horizon-272쪽

우체국도 가 보고, 서점도 들르고, 학교의 운동장에도 한번 들러 보는 것, 공원에 앉아 있는 할머니에게 웃으며 "반갑습니다"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고개를 들어 한없이 푸르른 하늘을 쳐다보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거창하지 않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들, 우리가 '생활'이라고 부르는 것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일들이 나를 즐겁게 한 것이다.-273쪽

내 안에 이렇게 수많은 모습의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이제 나란 사람을 좀더 가까이 느끼게 됐다.
어쩌면 평생 동안 모르고 지냈을 '나'란 사람을.
이제 나 자신과 더 친해진 기분이다. (중략)

다른 길은 없었다. 내가 간 길이 유일한 길이었음을 믿는다.-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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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여행기 - Izaka의 쿠바 자전거 일주
이창수 지음 / 시공사 / 2006년 2월
품절


사랑과 여행의 공통점은, 두 가지 모두 자신이 만들어 낸 착각과 환상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사랑은 이 사람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착각이고, 여행도 이 장소가 다른 장소와 다르다는 착각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착각에 기반해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만든다. 착각 속에 빠져 있을 때는 꿈만 같지만, 착각에서 빠져 나올때는 더 얿이 비참해진다.

지속적으로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이번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죽은 여행이다.-154쪽

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키가 작고 왜소해 보이는 체격의 쿠바인에게 플랭카드를 옆에서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촬영을 한 후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는 단연코 안 받겠다고 했다.

잠시 후 달러숍에서 물건을 사는데 그가 들어왔다.
손에 든 너덜거리는 종이에 뭔가 써 있었다. 그의 주소였다.
'또 내게 뭔가를 팔겠다는 이야기거나, 자기 집에서 자란 이야기겠군'
이렇게 생각하며 찌푸린 얼굴로 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가 내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사진을 보내 줬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173쪽

나는 어딘가 새로운 곳을 하루만 돌아다녀도 꼭 바보 같은 일을 겪는다. 하물며 한달을 쿠바 같은 신비의 세계에서 돌아다니면 나 자신이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 된다. 그리고 허허허!하고 웃는다. '허허...이런 바보가 있나...허허...'하고 나 자신을 비웃다 보면 꽤 재미있다. 하지만 자아가 며칠 전 자아를 비웃다 보면 어딘가 모르게 공허해진다. 그럴 때 훌쩍 훌쩍 높은 도수의 술을 마신다. 침대에 누워서 '나란 사람이 늘 그렇지 뭐'라고 체념하다가 이내 잠이 든다.-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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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뽀스 2006-05-2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cyworld.com/badtrip
KBS 월드넷 "창수의 쿠바 자전거 여행기"
 
안녕 뉴욕 - 영화와 함께한 뉴욕에서의 408일
백은하 글.사진 / 씨네21북스 / 2006년 1월
절판


대학을 졸업해도, 서른이 넘어도,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왜 사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중략) 어차피 안정된 삶이나 보장된 미래 같은 게 불가능한 판타지라면 그 허망한 존재의 무게에 눌려 살기보다는, 지금을 위해 살겠어, 라고 노래 부른다. (뮤지컬 애비뉴 Q) (중략) 오늘만은, 이 시간만은, 아니 이 짧은 순간만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겠다. 그렇게 치열한 순간이 모이고, 시간이 모이고, 날이 모이고, 달이 모이면 어느 순간 내 인생 전체가 충실하게 채워질 거라고 믿는다. -53쪽

적어도 그 글이 혼자 갈겨대는 일기가 아니라 독자를 향한 글이라면, 평론가가 쓴 글이 친절함이란 미덕을 버렸을 때 그것은 배설이 되는 법이다.-83쪽

누구는 상 받는 인생을 살고 누구는 상 못 받는 인생을 산다. 쓰라리고 속상하고 부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세엔 별로 지장이 없다. 스코시즈, 그에게 오늘 밤은 조용히 케첩을 뿌려주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요, 마티. 상금도 없는데."-107쪽

나는 소년들이 좋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어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전의, 어린 소년들에게 집착한다. (중략)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처 알지 못하는 자들. 변성기의 고개를 넘기 전 소년만이 가지는 그 아름다움은 그 어떤 고혹적인 여인도 따라올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중략) 남자 냄새 물씬 풍기는 '마초 싸나이'배우들을 한 번도 좋아해본 적이 없다. 어쩌면 정신분석학적으로 내 속 어딘가에 남자 어른에 대한 공포 같은 것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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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5-1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오자마자 사놓고 어디에 처박아놓고 있는지.
케찹을 뿌려주고 싶다는 말이 재밌네요. 상금도 없는데 괜찮다는 말이.^^

DJ뽀스 2006-05-19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저자의 어린시절 추억이랑 연결해서 읽어야 진짜 재미있는데, 다 적어넣으려니 너무 길어질 꺼 같아서 마지막 부분만 넣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