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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도시의 삶은 정말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가
마즈다 아들리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2월
평점 :
이 책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보자 마자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3학년 말까지 살았던 시골에서의 기억이 났다. 화장실은 대문가 옆에 있었고, 이른 봄이었던가 논에 뿌려진 소똥을 밟으로 다니고, 늦가을에는 깡통에 구멍을 뚫어 불을 놓고 쥐불놀이를 하고, 한겨울에 어른들이 논에 물을 대 얼려 놓으면 정말 식칼을 판대기에 붙여다가 썰매를 타기도 했다. 4학년이 되면서부터 도시로 이사해 이후로 지금까지 쭉 도시에서의 삶을 이어오고 있는데 돌이켜 보면 확실히 시골에서의 삶과 도시에서의 삶은 많은 차이가 났던 것 같다. 물론 가장 큰 차이점은 “자연”의 접근도 여부일 텐데, 그것만이 시골과 도시의 삶을 구분짓는 유일한 차이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서의 삶은 무엇일까? 이 책 제목처럼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무슨 뜻과 어떤 의미를 가질까?
책은 총 12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도시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키워드별로 각기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었다. 장별 12개의 키워드를 살펴보면 스트레스, 사람들, 고충, 교통, 위험, 아이들, 건강, 고독, 이방인, 재구성, 사회자본, 활용인데 각각의 장, 주제는 독립적이어서 어느 장을 보던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도시 속에서 사는 인간의 삶에 대해 또 도시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 볼 수 있었다.
각각의 장별로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광범위하다. 이야기의 범위가 넓게 되면 자칫 일반화된 이야기들의 나열로 이야기 주제의 촛점이 흐려지거나 상식적인 이야기들로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책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그런 단점들 없이 주의를 흩어뜨리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각 장마다의 키워드가 좋았기 때문인 것도 같은데 아무튼 도시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은 한쪽의 주장 이야기만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쪽 주장, 이면의 이야기도 동시에 제시하면서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판단과 선택은 독자의 몫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저자의 생각을 주장하고 있으며 도시에서의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그 가운데서 도시에서 사는 내게 유의미한 이야기들을 엮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으며 몇몇 장의 말미에는 도시와 관련된 여러 인사들과의 인터뷰 내용도 실려 있었는데 생생한 현장감을 주었다.
인간의 삶 자체가 쉽게 일반화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한데 책을 보면서 도시 또한 무엇 하나로 특정지을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면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도시에서 살고 있기에 공감이 가는 내용들을 종종 볼 수있었다. 이 책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 인간, 우리, 그리고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와 고민이 담겨 있었으며 도시라는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었다.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구절
때로는 특정 소음이 어째서 발생하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그로써 소음의 원천 뒤에 숨은 ‘의미’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p.95
영국에서 시행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워 시간대에 교통 참여자의 긴장도는 비행 중인 전투기 조종사나 폭력 소요 사태를 통제하는 경찰보다도 높다고 한다. p.110
회복 탄력성은 심리학 개념으로 정신적 저항력과 유연성을 의미한다. p.157
다시 말하자면 소수집단에 속함으로써 겪는 사회적 고립이 결정적인 위험요인인 셈이다. p.258 (읽으면서 다문화 사회가 되어가는 우리 나라가 현실이 생각났다.)
냄새는 도시를 누비는 사람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이 영향력은 우리가 실제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p.281
심지어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 ‘관찰자 효과’라는 용어도 있다. 현장에 구경꾼이나 목격자의 수가 많을 수록 개개인이 군중 속에서 앞장 서서 도움을 줄 가능성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p.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