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기인 > pt국제주의는 가능할까.



또 “토고는 국민평균소득 400달러도 안되는 가난한 나라”라며 “약소국의 서러움으로 겨우 출전한 월드컵 첫 경기에서 첫 골을 뽑아냈으나 결국 패배하고 만 그(쿠바자)의 슬픔”에 대해 잔잔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기를 마치고 기도를 한 이영표 선수가 그에게 다가가 위로해주는 모습을 묘사하며 “우리나라도 54년 월드컵 때 아마 이랬을까”라고 되묻고 있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한국의 첫 승은 기분이 좋지만 토고의 사연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남은 경기 토고의 선전을 빌었습니다.

‘좋은사람’이란 아이디의 누리꾼은 “축구는 한국 응원했지만, 토고선수들 얼굴을 보면 옛날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이 보이는 듯 정말 정감 가는 사람들 같다”면서 “힘내세요. 토고”라고 밝혔다.

‘빡빡한눔’이란 누리꾼도 “우리나라 16강이 문제가 아니라 토고도 승리를 쟁취하기를 기원한다”며 “이참에 아예 이변을 만들어서 스위스와 프랑스를 탈락시켜버리자”라고 말했다.

누리꾼 ‘자무’도 “국가 나올 때 좀 안스럽더라”라며 “아이들이 국가가 끝난 줄 알고 자리를 떠날 때 어찌할지 모르는 토고선수들의 얼굴표정, 정말 예전 우리나라 선수들의 외국에 서 무시당하던 것이 생각난다. 토고 선수들 끝까지 화이팅”이라고 말했다. (이응탁 (et-lee@dailyseop.com) 기자 )

 

어제 세미나에서, pt국제주의를 이야기하면서, 나는 이것이 현실성이 없는 공상적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내가 논문을 쓰면서 우경화(?)되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만국의 pt여 단결하라'라는 것은 공상적인 슬로건에 그칠 우려가 크다. 식민지 시기 사회주의자들은 물론 일본 pt와 조선 pt의 연대를 꿈꾸었고 계속 이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활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텔리겐차들 사이의 교류만이 조금 있었을 뿐. 계속 식민지 시기를 공부할 수록, 좌우합작노선 쪽에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어진다. 뭐,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내 온건한(?) 정치성도 이러한 시각에 한몫하는 것 같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노동자와 한국의 노동자가 연대하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FTA도 일종의 시장의 식민지화로 볼 수 있는 것 같은데, 그 곳에서 한국의 농민들과 미국의 농민들의 연대하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미국의 농민들 중 기계화되고 대규모 생산을 하는 부농은 차치하더라도, 식민지 시장의 이익은 피식민지 노동자들을 '노동 귀족'화 함으로서, 연대의 가능성을 봉쇄한다.

그럼에도 연대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휴머니즘을 그닥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서, 위의 글은 승리 후의 승자의 동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를 이용, 확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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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업체들, 한국정부 약가정책에 강력 ‘태클’

환자모임․보건의료단체, “이윤보다 인간의 생명 우선하라”

김삼권 기자 quanny@jinbo.net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지난 달 한국정부가 발표한 약제비 절감 방안에 대해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26개 다국적 제약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15일 오전 11시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달 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모든 의약품을 보험적용 대상으로 등재했던 관리방식(네거티브리스트)을 효능과 가격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평가와 가격 협상을 거쳐 선별등재하는 방식(포지티브리스트)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선별등재방식을 중심으로 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해 건강보험 총 진료비 중 29%를 차지하고 있는 약제비를 적정화해 건강보험 재정의 내실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또 동일성분의 의약품이라고 하더라도 치료적․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의약품을 선별해 등재함으로써 합리적 약제비 지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보건복지부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해 KRPIA는 이미 지난 달 4일 “보험약 선별등재 및 약가협상 방안은 환자들에게 필요한 우수한 신약 사용을 저해하고, 연구개발이 필수적인 생명의약 분야에 있어서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연구개발 투자의욕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톰 메이슨 한국BMS 대표이사

다국적제약업체들, “한국정부 약가 절감 방안, 의약품접근권․신약개발 가로막는다”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다국적 제약업체 대표자들은 보건복지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제약회사들의 신약개발 투자 욕구를 저해하고,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지의 주장을 펼쳤다.

톰 메이슨 한국BMS 대표이사는 “한국 보건복지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다국적 제약업체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발표되었다”며 “이번 방안에는 의약품의 선별등재 조치뿐만 아니라 여러 규제조치들을 포함하고 있고, 이는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신약개발 관련 투자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맞추어져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톰 메이슨 대표이사는 “한국에는 이미 약값을 조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견제와 규제조치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환자들의 신약에 대한 접근권을 저해하는 조치”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다국적 제약업체 관계자들은 ‘제약회사들의 반발은 특허권 강화와 높은 의약품 가격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즉답을 회피하며 빠져나갔다. 아멧 귁선 KRPIA(한국 화이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의약품 특허권 강화와 연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주 긴 토론이 필요하다”며 “오늘의 모임과는 상관없다”는 짧은 답변으로 발을 뺐다.

한편,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한국정부를 향한 본격적인 압박 움직임에 환자모임을 비롯한 보건의료단체들이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공공의약센터,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모임 나누리+등 20개 환자모임 및 보건의료단체들은 KRPIA의 기자회견 보다 앞선 이날 오전 10시 30분 웨스턴조선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입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 “고가 의약품과 특허권에 환자들 죽어간다”

이들은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포지티브리스트 제도에 대해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만드는 신약들이 모두 효과가 우수한 약제가 아니”라며 “새로운 약을 등재시킬 때 비용과 효과를 따져서 기존 약에 비해 우수한지를 판별하여 등재를 할 것인지,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를 판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이어 이들은 이미 포지티브리스트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호주,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등 OECD 국가들을 언급하며 “이들 국가에서 신약에 대한 접근권이 제한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바 없고, 또한 이 나라들의 의약품 시장 중 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단체들은 이어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저해하는 것은 다름 아닌 다국적 제약회사가 생산하는 의약품 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이며 그들의 의약품특허권 때문”이라며 “다국적 제약업체가 특허보호와 고가의 약값을 통한 이윤의 최대 확보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것이야 말로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국장은 “한 알에 23,045원인 노바티스사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한 달 약값만 300-600만원에 달한다”며 “한 알에 920원 짜리 제네릭(카피약)이 있지만, 특허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 수입하지 못하고, 환자들이 직접 인도에서 개별적으로 수입해 사 먹는 실정”이라고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침해하고 있는 거대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횡포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현실에서 일개 다국적 제약업체가 한 국가의 약가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는 주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료접근권 운운하는 다국적 제약업체,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꼴”

최인순 보건의료연합 집행위원장도 대표적인 혈전용해제인 아스피린을 예로 들며 포지티브리스트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한편, KRPIA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아스피린 한 알 당 가격이 34원에서 84원 정도인데, 똑같은 효능을 가졌더라도 신약은 2,174원에 달한다”며 “같은 효능을 가진 약의 가격이 7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인순 집행위원장은 “늦게나마 보건복지부가 약의 효능과 효과, 가격 등에 따라 선별적으로 의약품을 보험 등재하겠다는 것은 약제비 적정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이에 대해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환자들의 접근권을 운운하는 것은 고양이 쥐 생각해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권미란 공공의약센터 활동가는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조직적 반발 움직임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특허법을 개정하려하자, 다국적 제약업체들은 만델라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고소했고, 태국 정부가 에이즈치료제의 제네릭을 만들려고 하자 무역보복을 한다며 태국정부를 협박했다”며 “이제 다국적 제약업체들은 제3세계에서 했던 방법과 똑같이 자신들의 독점적 이익을 위해 한국정부를 압박해오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초국적 제약자본이 요구하는 것은 환자들의 이해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며 “오로지 의약품에 대한 독점 기간을 연장하고, 특허권을 강화하는 것만이 초국적제약자본이 추구하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KRPIA측의 기자회견장에서 윤한기 나누리+ 대표가 '사람들이 에이즈 아니라 의약품 접근권이 없어 죽어간다'는 문구가 적혀진 티셔츠를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이즈치료약을 당장 먹어야 하는 에이즈환자입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보건의료단체들은 조선호텔 안에서 열리고 있던 KRPIA 측의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해 참관을 시도했다. 웨스턴조선호텔과 KRPIA 측 관계자들과 한참 실랑이를 벌이던 보건의료단체 회원들은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11시 30분경 회견장에 진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의 순서가 끝난 뒤 다국적 제약업체 대표들에게 질문을 던졌으나, 대표자들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윤한기 나누리+ 대표는 이날 다국적 제약업체 대표들을 향해 "새로운 에이즈 치료약을 먹어야 하는 에이즈 환자"라고 자신을 밝힌 뒤 “지금 당장 약을 먹어야 하지만, 로슈사가 에이즈 치료약을 너무 비싸게 책정하고, 한국에서는 판매조차 하지 않아 약을 먹을 수 없다”고 따져 물으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KRPIA이사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업체 대표자들은 이를 묵살하고 그대로 회견장에서 철수했다.

윤한기 대표가 언급한 에이즈 치료제는 '후지온'이라는 약으로, 로슈사는 '후지온' 에 대해 1바이엘 당 4만3천원을 국내 판매가격으로 요구했으나, 한국정부가 약가를 2만5천원으로 책정하자 이에 반발해 현재 시판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은 “오늘 한국정부에 항의하러 이 자리에 모인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모국정부들도 포지티브리스트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이라며 “다국적 제약업체들은 그들의 모국정부의 약가정책을 반대해야지, 자국시장에서의 이윤이 줄어드는 것을 한국과 제3세계에서 보상받으려는 것은 모순”이라고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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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 [거인](랜덤하우스 중앙, 2005)

 

유령-되기

 

그 사이 나는 아프고 늙지는 않았어요

그날의 햇살과 눈부신 의심 속에서

 

내가 유령인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느냐, 그게 문제겠지요

 

그렇다면 얼굴이 생길 때도 되었는데

얼굴 다음에 표정이 사라집니다

윤곽이 사라진 다음에 드디어 몸이 나타났어요

내 몸이 없을 때 더없이 즐거운 사람

 

그 얼굴이 깊은 밤의 명령을 내린다면

누군가는 '아프다'고 명령할 겁니다

그날의 태양과 눈부신 의심 속에서

 

감정의 동료들은 여전히 집이 되기를 거부하지요

돌, 나무, 사람들의 데모 행렬엔 한 사람쯤

흘러다니는 내가 있어요

 

허공과 바닥을 섞어가며

흙발과 진흙발을 번갈아가며

공기가 움직일 때 나도 따라 걷는 사람

 

그가 유령인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느냐가 문제겠지요

나는 중요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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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2006-06-17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 멋있네요. 김언..
 
 전출처 : 바람구두 > 친일파 후손, 서울대 총장 임명 옳은가?

친일파 후손, 서울대 총장 임명 옳은가?
[오마이뉴스 2006-06-15 16:56]
[오마이뉴스 정지환 기자]
 
▲ 이장무 서울대 총장 후보. 이 교수 홈페이지 캡처.
"이장무 서울대 총장 후보가 일제시대에 식민사관을 수립하고 전파한 친일사학자 이병도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최근 만났던 몇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받았던 질문 내용이다. 그들이 기자를 대면한 뒤 잊고 지냈던 것을 갑자기 생각해낸 것처럼 이런 질문을 던진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기자가 수년 전 <시민의신문> 지면을 통해 보도하며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기사, '비명(碑銘)을 찾아서-실증사학자 이병도와 특무대장 김창룡의 기묘한 인연'을 떠올렸던 것이다.

우선 이 기사가 나오게 된 전말부터 소개하면 이렇다.

이건무-이병도-이완용, 이들의 기묘한 인연

2003년 3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은 차관급으로 승격된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이병도의 손자 이건무씨를 임명했다.

바로 그 다음 날 이 신임 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인 이병도의 친일행적 논란과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는데, "할아버지의 실증사학 얘기는 역사를 올바르게 보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이 핵심 내용이었다.

물론 손자가 할아버지를 옹호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변호에도 어느 정도의 논리와 상식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할아버지를 옹호하려 한다고 해도 이른바 '국립'중앙박물관장이라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민족과 역사의 정체성까지 훼손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곤란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를 포함해 한국의 언론인 중에서 이 발언에 주목하거나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말이지 부끄럽게도 열흘 정도가 흐른 뒤 우연히 사석에서 몇몇 역사학자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기자마저 그런 인사(人事)와 발언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관동군 헌병으로 항일 독립군을 '사냥'했던 죄업 때문에 해방이 되자 한때 지하로 숨기도 했지만 정부수립 직후 도리어 이승만 대통령이 총애하는 심복으로 변신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특무대장 김창룡, 그가 옛 부하들에게 암살된 뒤 이 대통령의 지시로 세워진 묘비에 객관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용비어천가를 방불케 하는 낯부끄러운 엉터리 비문을 지어바쳤던 역사학자 이병도.

3년 전 기자가 그들의 기묘한 인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역사기행'을 떠난 데는 이런 전사가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맨땅에 헤딩하기 식의 역사기행 끝에 도달한 행선지에서 야생동물의 배설물과 흙덩이와 뒤엉킨 채 쓰러져 있는 김창룡의 조각난 묘비를 찾아냈다.

역사기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실증사학'이라는 그럴듯한 가면으로 위장한 이병도가 사실은 친일 매국노의 상징인 이완용과 같은 가문(우봉 이씨)이었으며, '가문의 수치'를 은폐하기 위해 원광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이완용의 관 뚜껑이라는 역사적 유물을 가져다가 일방적으로 태워버렸다는 엽기적(?) 사실과도 조우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이병도가 이완용을 자신의 조상으로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즉 '이완용 콤플렉스'에 심각하게 시달리고 있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그런 이병도를 두고 이병도의 손자인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할아버지의 실증사학 얘기는 역사를 올바르게 보자는 것"이라고 강변한 것이다.

그것은 '죽어서도 편치 못한' 친일파와 그 후손의 비극적 말로와 왜곡된 세계관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초상이기도 하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혹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역사의 진실은 밝혀졌지만 이미 이병도의 손자는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된 상황이었다.

이번엔 또 다른 손자가 서울대 총장 눈앞

 
▲ 서울대 정문 앞 전경. ⓒ2006 안현주
ⓒ2006 안현주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그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친형이 '국립'서울대학교 총장 후보로 선출되어 대통령의 낙점만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저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바로 기자에게 제보를 한 사람들임은 물론이다.

독일월드컵 열풍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기는 했지만 6월은 보훈의 달이다. 얼마 전에는 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이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인 현충일 행사가 성대하게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목숨을 바쳐 지킨 이 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일제가 한국사를 왜곡하기 위해 조선총독부 중추원 산하에 급조한 조선사편수회에서 부역하며 식민사관 총서인 <조선사> 간행에 관여했고, 그 씻지 못할 죄업 때문에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단행본에서도 청산돼야 할 친일파로 규정된 사람의 자손들이 당당하게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된 데 이어 '국립'서울대학교 총장까지 석권할 판국이다.

아시다시피 민족사학의 거두 박은식이 중국에서 지은 <한국통사>와 <한국독립운동지혈사>가 국내에 유입되자 당황한 조선총독부가 조선사 왜곡을 위해 급조한 것이 '조선사편수회'이다.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조문기)가 2005년 8월 29일(경술국치일)에 사전 공개한 3090명의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상 1차 명단 자료에 따르면, 이병도는 이 식민지 관제 기관의 주구로 무려 13년(1925년∼1938년) 동안 일한 전력이 있다.

따라서 아무리 손자가 할아버지를 옹호할 수 있다고 해도, '조선사편수회'를 무슨 '조선어학회'라도 되는 것처럼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일대 모독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병도(실증사학파의 대부)가 지식인이자 역사가로서의 지조를 내팽개치고 외세의 간교한 권력과 타협하며 알량한 일신의 안위와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역사가인 백남운(사회경제사학파의 대부)은 옥고를 치렀고, 신채호(민족사학파의 대부)는 망명을 택했기에 더욱 그렇다.

문제제기 없는 언론들... 왜?

참으로 암담한 것은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변함없이' 어떤 언론도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고 할 것이다. 도리어 "민감한 인사 문제 개입이나 현대판 연좌제 적용은 위험" 운운하면서 비판적 문제 제기의 책임을 방기하거나 나아가 그러한 시도를 방해하고 있다.

평소 '코드인사 절대불가'를 외치며 온갖 민감한 인사 문제에 개입해 왔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체성을 생명보다 귀중하게 강조하던 보수언론도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병도 문제는 단순히 한 개별의 자연인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 젊은 역사학자가 기자에게 전해준 다음과 같은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단재 신채호를 보면 두계 이병도가 보인다. 단재는 박은식과 함께 한국 근대 역사학와 민족사학의 비조로 불린다. 그러나 그가 제대로 된 학술적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은 부끄럽고 놀랍게도 1970년대에 들어와서였다. 그것도 신용하(사회학), 김영호(경제학) 교수 등 역사학자가 아닌 다른 학문 분야의 사람들에 의해서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 아는가? 이병도가 해방 이후 서울대 사학과(한국사 분야)를 접수한 뒤 주류 역사학계는 이병도 후학들에 의해 장악됐다. 그렇게 '이병도 사관(史觀)'이 득세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신채호 같은 인물은 철저히 잊혀진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과 한국언론의 정면비판이 진정 국내정치용 제스처와 포퓰리즘에 입각한 눈 가리고 아웅식 접근방식이 아니었다면 우리 내부의 친일 문제부터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가 시민의신문에 보도했던 기사를 정리해 올린 것입니다. 인터넷시민의신문(ngotimes.net)에는 이밖에도 몇편의 글이 더 실려 있습니다.


기자소개 : 정지환 기자는 현재 <시민의신문> 취재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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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늘빵 > 월드컵 방송, 얘기 좀 해보자(강준만)

2006. 6. 14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606/h2006061318353024390.htm

 

[강준만 칼럼] 월드컵 방송, 얘기 좀 해보자

이탈리아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는 “과연 월드컵이 벌어지는 일요일에 무장투쟁이 가능한가? 축구 경기가 있는 일요일에 혁명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서남대 김욱 교수는 “축구 경기가 없는 일요일에는 언제나 혁명이 가능한가”도 물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과연 누가 ‘무장투쟁’이나 ‘혁명’을 원하는가?”라는 질문도 추가로 던질 필요가 있겠다.

● 월드컵 과잉과 시청률 지상주의

최근 들어 아주 재미있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월드컵 열풍이 강해지면서 신문에 그걸 비판하는 기사들이 실리고 있는데, 그게 영 어색하다. 주로 방송의 월드컵 과잉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그 기사가 실린 지면을 넘기면 몇 개 지면이 월드컵 일색이다. 그렇게 괜한 시늉 내지 말고 이 문제에 정면 대응해보면 안될까?

월드컵 열풍에 대한 비판은 거의 대부분 사회적 ‘기회비용’을 걱정하는 것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관심의 기회비용이다. 월드컵 열풍에 파묻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사건들이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한 채 잊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그런데 새삼 드는 생각은 “언젠 안 그랬나?” 하는 의문이다. 월드컵 과잉이 워낙 지나치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삼을 필요가 있다는 반론이 가능하겠다. 그러나 “월드컵 과잉은 4년에 한달이지만 나머지 3년 11개월이 더 문제가 아닌가?”라는 재반론도 가능하다.

방송사 측에선 월드컵 과잉은 ‘다수결주의’ 또는 ‘시장 논리’라는 주장을 내심 할 법도 하다. 월드컵 과잉을 비판하는 쪽은 소수이고 시청률은 그런 편성이 옳았다는 걸 입증해주니 말이다. 방송사들이 시청률이 낮게 나오는데도 그렇게 월드컵에 미쳐 돌아갈 리는 없잖은가. 그렇다면 우리가 정작 논의해야 할 것은 ‘시청률 지상주의’일 게다.

시민단체들은 특별히 공영방송인 MBC와 KBS를 문제삼고 있다. 공영방송만큼은 달라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인 것 같다. 그런데 수천명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조직을 MBC와 KBS라 부르면서 비판해봐야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다. 사장과의 대화를 시도해보는 게 좋겠다. 대화를 거부한다면 사장을 집중 비판하면 될 일 아닌가.

MBC 최문순 사장과 KBS 정연주 사장은 이른바 ‘개혁ㆍ진보파 사장’이다. 그들은 대단히민주적인 사장이겠지만, 기본적인 편성의 원칙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리라고 믿기는 어렵다. 지금의 월드컵 과잉은 그들의 동의ㆍ지원하에 이뤄진 정책으로 보는 게 옳다. 왜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모두 다 당당한 자세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한쪽은 비판하고 다른 한쪽은 모른 척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은 공영방송의 시청률이 떨어지면 일부 신문들이 ‘위기’라고 호들갑을 떨고, 그로 인해 재정이 어려워지면 ‘방만한 경영’ 운운하며 공격하는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느냐고 항변할 지도 모르겠다. 그밖에도 우리가 모르는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자.

● 공영방송 근본 문제 짚어봐야

공영방송 이대로 좋은가? 월드컵 핑계 대고 아예 이 문제까지 건드려보자. 누가 사장이 되건 전혀 바뀔 수 없는 방송사 특유의 ‘게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도 이번 기회에 알아두는 게 우리 모두를 위해 도움이 될 게다.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다울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그런 근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게 아닌가.

아니면 한달 정도의 월드컵 과잉도 인내하지 못하는 소수파의 옹졸함에 관용을 구해보자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 어느 쪽이건 얘기 좀 하고 살자.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면 훗날 누군가가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추진해도 할 말 없게 된다.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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