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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립다 - 스물두 가지 빛깔로 그려낸 희망의 미학
유시민.조국.신경림 외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5월
평점 :
지난 5월은 지독하게 우울했다. 노란 리본은 부질없었다. 그래도 부질없이 노란 리본을 달고 살았다.
4월 어느 하루 아침 뉴스는 그냥 잠깐 스쳐지나갈, 쉽게 잊혀질 그런 뉴스로 보였다.
배가 기울어가고 있었고, 화면에 비친 배는 가라앉고 있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거기 있었지만, 뉴스는 학생 전원 구제를 알렸고, 당연히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는 짧은 반나절의 일상이 지나가고, 오후가 되면서부터 다시 들리는 뉴스는 심상치가 않았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가슴을 앓아야 했다. 원체 눈물이 많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나질 않았다. 그냥 가슴에 얹혀있었다. 더 깊게 아파할 수가 없었다.
<그가 그립다>
간간히 인터넷 화면에서 지난 그의 모습들이 보였다.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에 대처하던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내가 그를 좋아했던 것은 그의 공과를 따지기 이전에, 늘 그에게서 볼 수 있었던 진실함, 온 마음을 다하는 거짓없음이었다.
<그가 그립다>
책에서 '호모 엠파티쿠스'와 '공분(公憤)'이라는 단어를 본다.
'세월호' 사건을 접하는 내내 가슴앓이를 하면서 속시원하게 울지 못한 것은 차마 그 아이들, 그 안에 갇혀서 영영 다시 돌아오지 못했을 사람들의 심정에까지 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진도항으로 팽목항으로 그 바다로 달려가다가 문득문득 막혔다. 쉽게 그들이 될 수가 없었다.
우울함과 슬픔은 답답함과 울화로 터졌다.
대체 왜...눈 앞의 배를 보고도 영영 아이들을 보내버려야만 했을까.
공감,과 공분,은 우리를 더불어 살아가게 해주는 중요한 힘이다.
한동안 바깥에 나가면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 다 겸손하게만 보였다. 서로 미안해하고 양보하는 것같았다. 내 마음이 그래서 그렇게 보였던 것일까?
그런데 다시 일상은 계속 된다.
아직도 가라앉은 배 안에는 갇혀 있는 이들이 남아있는데 벌써 사람들은 잊는다.
어떤 이들은 이제 그만 슬퍼해야 한다고도 한다.
아마도, '그'였으면 나도 덩달아 진실한 눈물을 펑펑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그'였으면 차마 참지 못하고 울고 말았을 것같아...
그러면 또 누군가는 뭐라했겠지. "대통령이...!"
그래도 나는, 그가 그립다.
타이밍 놓친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눈물이 아닌,
도저히 어쩔 수 없이 가슴에서 치받쳐올 그런 눈물로,
공감하고 같이 울어줄 것같은 그가...그리워서 책을 뒤적인다.
이 지독한 날들을 보내면서 그를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