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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서가'에 관한 다큐를 봤다.

요샌 다큐에 꽂혔지만, '책'에 대한 갈증은 항상 마찬가지.

정리를 하며 살아야겠다면서, 늘 똑같은 소리다.

"정리하며 살자."

얼마 되지 않은 책들이 무절제하게 책꽂이에 꽂혀있다. 언제든 정리할 날이 있긴 있을까?

여하간,

2007년도 끝나간다. 하루도 안 남았군.

뭔가 계획을 세운다거나, 할 일을 정해놓자거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아닌데

아까 불쑥 떠오른 생각! '2008년엔 주일 미사를 한번도 빼먹지 말고 꼬박꼬박 가보자!'

보통의 신앙인에겐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나같은 겉돌기 얄팍한 사이비 신자에게는 상당히 의외의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나니 다시금

또다른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나 목표를 가져야 할 것같은 생각까지 들었다.

.....바라는 바 하나!

그리고...책 좀 제대로 읽자. 정리하며 읽자,는 거.

아자~!

'서재'에 오랜만에 들어와서 어디를 눌러야 '쓰기'가 되는지도 몰라 한참 헤맸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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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내놓고 보면 두고두고 낯 뜨거운 그런 일들이 참 많았다.


아주 어린아이였을 때도 자잘한 실수는 했을 테고,


어설프게 좀 컸을 때 뭔가 세상을 알 듯 말 듯 했을 그런 나이에도 적잖은 시행착오, 오류들이 있었다.


아주 가끔 옛날 일을 뒤적이다 그런 일들이 떠오르면 혼자서도 얼굴이 빨개지고 "아이구, 창피해!" "내가 왜 그랬지?" 할 때가 적지 않았는데, 또 그런 일을 만들고 말았다.


에구. 얼른 잊어버리고 싶어라. 며칠이나 지나야 잊어버릴까?




우리 딸애 학교에서 엄마들 상대로 배드민턴 교육을 -배드민턴 선수 육성하는 학교이다.- 해준다고 해서 좋다고 들어가 배웠는데, 2년이 되어간다.


처음엔 체육 선생님이 자세며 기본을 가르쳐주긴 했는데


최근엔 선수들 시합이며 학교 일이며 등등의 이유로 좀체 선생님 얼굴 뵙기가 힘들고 해서


그냥 엄마들끼리 게임하면서 한 시간 남짓 운동하고 돌아오곤 한다.


처음엔 열댓 명 되었는데 점차 줄어들더니 7,8명 쯤?


그것도 겨우 4명 정도 나오는 날이 많아서 결국 그 엄마들끼리만 게임을 하고 돌아온다.


ㅜ.ㅜ  그 엄마 들 중에서 나는 '잘 한다'(?!).


미안스럽지만 백전 구십 승, 정도는 되지 않을까?


파트너에 따라서 15:3도 되고, 15:10도 되지만,


어쩌다 11:2, 14: 7로 지다가도 기어코 따라잡아 15:14로 이긴 적도 있다.


전에 테니스를 하느라고 몇 년을 보내며 게임을 하던 요령이 있어서 훨씬 유리한 까닭도 있겠지만, 게임을 하다보면 죄송스럽게도 내 눈엔 상대팀의 헛점, 빈 곳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그런 곳에 셔틀콕을 날리다보면, 상대팀에서는 좌에서 우로, 앞에서 뒤로 뛰어다니느라고 땀이 범벅인데, 나는 거의 땀이 나질 않는다.


최근엔 날도 춥고 해서 더더욱 '나는 이렇게 땀이 안나니 별로 운동이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더랬다.


물론 우리는 정식 '클럽'소속이 아니다.


학교 체육관은 정식 클럽이 있어서 저녁엔 그 정식 클럽 회원들이 이용하는데,


우리 멤버들은 체육관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게 마음에 걸려  잠깐 그 클럽에 들어가 볼까도 했으나,


너무나 클럽의 현인원이 많다고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고 해서 못 들어가고


학교 선수들이 사용하고 나서 저녁 먹으러 가는 시간, 정식 클럽 회원들이 오기 전의 그 한두 시간 체육관 활용하는 것에 오히려 만족해하며 운동을 해왔다.


식구들 저녁 챙겨주고 해야 하니 살림하는 입장에선 그 정도의 운동 시간이면 딱 좋다고 여겨졌다. 그러면서 얼추 햇수로 2년이나 되어가니 우리끼리 서로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깔깔대며 신나할 때도 많았다.




여하튼 운동의 필요성 때문에 나는 비교적 일주일에 네 번 꾸준히 나가려는 편인데,


나 같은 고정멤버(?)는 2,3명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래도 게임을 하려면 매번 최소 4명은 맞춰야  하는데, 일정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멤버가 채워지긴 한다.


엊그제 그 중 한 엄마가, 어느 클럽에 적을 두고 있는데, 지난 일요일에 시합이 있다고, 초보자들 하는 D조에 나가서 한번 뛰잔다.


맨날 하던 사람들을 벗어나서 다른 사람들하고 해보고 싶기도 했고 초보자들이라니까 자신도 있었다.


집에서 끼득거리면서 남편한테 메달 따다 준다고 큰소리도 쳤다.




아침부터 남편이 초를 치긴 했다.


"해봐라마는 원래 그렇게 제일 못하는 조가 A조보다 더 힘든 거야."


급하게 마시던 커피가 하얀 운동복 티셔츠에 한 줄 쫙 줄을 낸 것도 찜찜하긴 했다.




결론은, 상대팀이 출전을 안한 관계로 기권승으로 1승을 올린 후 만난, 배운 지 6개월 되었다는 팀에게 참담하게 15:3으로 깨졌다!




그 팀도 부전승으로 올라온 팀이라며 만만하게 보고,


파트너랑 대진표 보면서 D조 우승할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실제론, 허망하게 라켓으로 허공을 가르다가 그렇게 깨지고 말았다.


상대팀이 첫 서비스를 넣으면서 5점을 먹었다.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들이 가득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할 만 하다고 생각했지.


왜? 10점 정도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서비스 때 3점을 따니 뒤에서 그런다. "저 팀도 못하잖아! 완전 초보네. 할만 하네." 하는 격려다.


그런데 금방 서비스가 넘어가더니 이내 그들은 8점이 되고, 코트 체인지 하고,


서비스 기회 다시 딱 한 번 주는 것 같더니 훌러덩 15점까지 따먹히고 끝나버렸다.


어리둥절하게, 어떻게 이렇게 끝날 수가 있나 하는 허망함도 감당하지 못하겠는데


어찌나 창피하고 낯 뜨겁던지 정말 쥐구멍이 필요한 때가 이런 때로구나 싶었다.


세상에. 어떻게 상대팀이 날린 높은 셔틀콕에 헛손질을 세 번이나 할 수가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불가능(!)한 실수를 할 수가 있었는지 황당.


처음엔 그럴 수도 있다고 혼자 위로를 했지. 그런데 다시 또 똑같은 헛손질. 그리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지만 한번쯤은 더 그랬을 거야...


당황스러우니, 상대팀의 공격에도 허망한 쳐올림으로 다시 또 공격의 기회를 주게 되고 그랬겠지.


아, 세상에.


나하고 파트너였던 엄마는 아마도 평소 내가 좀 하는 것 같아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신뢰를 이렇게 참담하고 무참하게 만들어버려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게임에 몰리니까 서비스를 넣으려는 손이 떨리기까지 하더라.


내가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대체 왜 그랬을까?




기말시험 공부해야 할 아들 녀석까지 따라와 하루 종일 체육관에서 놀며


번외 게임 같은 D조 시합을 겨우 겨우 기다려서 불과 몇 분 만에 겨우 3점내고 깨지고 말다니.


이 3점도 공격으로 먹은 게 아니라, 상대방이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아서 따낸 점수다. 서비스도 제대로 못 받아내는 상대팀이었다는 거다!


아아, 얼마나 원망스럽고 지우고 싶은 하루였는지.


아들의 위로다. "엄마, 엄마의 패인이 뭔지 알았어. 너무 시끄러웠다는 거야!"


상대팀과, 내 파트너 소속 팀의 응원이 장난이 아니긴 했다.


내내 구경하면서 그 코트가 제일 시끄러워, "저기서만 안하면 좋겠다"고 했던 그, 사람 왕래가 제일 빈번한 입구 쪽의 그 코트에서 하필 시합을 했다.


오호..패인!


자꾸 핑계를 대고 싶어진다.


파트너랑 평소에 잘 맞춰보지도 않았으면서,


그 양반이 평소에 허리가 안 좋다고 잘 안 움직이는 것 같아,


나는 파트너가  앞에서 잘라주면 뒤에서 뛰면서 커버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둘이서 그런저런 얘기조차 한번도 맞춰 보지도 않고, 아무런 작전도 없이 무작정 들어가서 뛰려다보니, 둘이다 우왕좌왕 뒤에서만 몰려다니고 있더라.


나중에 다른 엄마들 말이 원래 그 양반도 전위를 보는 것보다 후위 보는 스타일이란다.


내가 상대팀으로 보기엔 전위에서 톡톡 잘라먹는 걸 잘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하여간 아무런 전략이나 조율이 없었던 주먹구구식 게임 한 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내가 그럼 앞으로 들어가서 해야지, 하는 생각이라도 했을 텐데


주변에서 이래라 저래라 응원하는 소리, 내 실수에 신경 쓰이는 짧은 순간 사이사이,


라켓 한번 제대로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정말 순식간에 게임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아니..이렇게 황당할 데가!


상대팀이 잘하는 사람들이라면 또 모르겠다.


꼭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만 더 한다면, 얼마든지 만회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만 가득.


아..그런 생각이 다 무슨 소용이람?


이미 '지지리도 못하면서 게임은 왜 나왔을까, 이제 겨우 라켓 잡아 봤나봐' 하는 정도의 실력으로 코트에 잠깐 발 들이고 있다 빠져나온걸!




아들 녀석은 엄마 연습 시켜준다고, 어둑어둑해지는 어두운 체육관 로비에서 백코스니, 쇼트(헤어핀)니 하는 걸 연습시켜주고 강 스파이크 이런 거 까지 다 시켰는데,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렇게 어두운 데서 연습한 게 밝은 라이트 아래서 더 헛손질 하게 만든 건 아닌지. 갖은 핑계가 다 떠오른다.




아이, 창피해. 집에 돌아오는데 낯이 꾸릿꾸릿해 혼났다.


하필 상대팀이 우리 동네 뒤 공원 배드민턴 클럽인 것 같다.


가끔 밤에 아들이랑 그 코트장 빈틈에 슬금슬금 껴들어 치곤했는데, 앞으론 거기도 못가겠다.


웬 우세래?


당최 앞으론 라켓 가방 메고 문 밖을 나설 용기가 없다.


당장 엄마들이 운동하자고 나오라고 할 텐데 어떻게 가지?




"야...엄마 찝찝해 죽겠다. 에구...꾸리꾸리 해!"


울 아들은 엄마를 위로하다가 나중엔,


"에이 참 엄마 땜에 나까지 답답해." 한다.




우물 안 개구리란 지당한 경구가 가슴을 친다.


배드민턴만이 아니라, 내 생활 전반이 다 그 모양이 아닌가싶어 참담하고 우울했다.


방구들 지고 누워 제 혼자서 제 잘난 맛에 사는 거야. ㅜ.ㅜ


두문불출. 이대로 바깥세상과 절연하고 영영 그냥 살까보다.


시합은 무슨...


꼭 이렇게 뜬금없는 짓으로, 스스로 황당한 지경을 만들 때가 적잖단 말이지.


으휴..언제나 철들까?




아이, 챙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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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남편이랑 봤다. 그 날 계획에 없던 충동적인 관람. 9시께에 시작하는 영화였으니.


역시나 남편은 "뭐 저런 말도 안 되는..." 하면서 잔소리를 했지만, 나로서는 영화 보는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 충분히 흡족했다. 순전히 한석규 때문에 봤다고도 할 수 있고. 광고의 '색깔'이 맘에 들어서였을 수도 있고...?


주제라. '그림 하나 잘 만들어보겠다'는 게 주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 줄거리를 보곤 갸웃했는데 역시나 김영하의 소설 짜깁기였다더라. 두 소설 중 하나만 봤는데, '사진관 살인사건' 이었나? 영화 속의 살인 사건에 관한 부분이 그거였을 텐데 그것도 결말을 다소 비틀었고. 나머지 소설은 안 보아서 모르겠다. 궁금하긴 하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히 충격적인 의외의 것이라는 생각도 안 들었다.


요즘엔 오히려 지나치게 남발하는 소재가 결론이 돼버린 건 아닌가?




그 얼마 전 미혼인 한 후배는 재미없다고 보지 말라던데,


나는 그럭저럭 그림 구경하는 재미, 배우들 구경하는 재미로 잘 보았다.


글쎄 그 미혼인 후배보다는 긍정적으로 고개 끄덕일 만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 따위가 썩 공감되지 않더라. 매끄러운 영화는 아니다싶다.




한석규는 이제 좀 한 단계 오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가 되지 않았나 싶고,


사진 찍는 남자로 나온 배우는 TV단막극에서 강한 인상의 역할을 몇 번 맡은 걸 보았는데


이 영화 보다보니 왜 그렇게 발음도 불분명하게 대사를 말아먹는지 답답하더라.


아무튼 오랜만에 영화 봐서 무작정 즐거웠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봐야겠다. 게바라를 지나친(?) 휴머니스트 쪽으로만 기울어 보이게 한다고도 하지만...


오호! 남미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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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애들 어떻게든 밥을 먹여 보내려고 갖은 애를 쓰다보면,  제일 만만한 게 김밥 한 줄 휘딱 말아서 쥐어주는 건데.

그나마도 잠에 취해서 등교 시간 빠듯하게 일어나는 녀석들한테는 그것도 쉽질 않다.


이번 주는 녀석이 주번이다. 그래봤자 20분 빨리 가는 건데, 엄마의 조바심과는 달리 녀석은 너무나 느긋하다!

"넌 걱정도 안되냐? 시간 맞춰 가고 싶지 않아?"

"응, 뭐. 꼭 맞춰서 안 가도 괜찮아."

저런 세상 편한 녀석을 봤나?

내가 직접 보진 않았어도 주번 담당 선생님한테 잘못 걸리면 기합 받을 게 뻔한 데 말이지.


주번 하느라고 아침에 더 바빠서 밥 먹고 가기가 여의치 않았는지, '주먹밥'을 만들어달랜다.

저번에 한 달 동안 학원 다니는데 학원 뒤 분식집에서 먹던 500원짜리 주먹밥이 맛있었단다.

"엄마, 엄마! 밥에다 아무것도 넣지 말고 그냥 동그랗게 말아서 그 가운데에다 참치 넣고 김으로 싸주면 돼요. 알았죠?"

전 날 저녁에 당부를 받았는데 아침에 뒤늦게서야 생각이 나서 바쁘게 밥을 하고 소금, 참기름, 깨를 넣고 비볐다.

전쟁 때도 아닌데 아무 모양도 없이 맨숭맨숭 맨 밥보다는 색깔이라도 좀 나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싶어 당근을 잘게 썰어서 밥에다 넣었다.

참치에 마요네즈를 좀 넣고 비벼서 주먹밥 한 가운데 집어넣고 동그랗게 뭉쳐서 김가루를 묻혀내는데,

겨우 일어나서 씻고 교복 입고 내 옆으로 다가오던 녀석이 당근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엄마, 내가 아무것도 넣지 말랬잖아!"

"괜찮아아. 쪼오끔 넣었어. 아무것도 없는 주먹밥이 어딨냐?"


하, 요 녀석 또 아침부터 오만 인상을 찌푸리고 주먹밥 도시락을 투덜대며 가져간다.

욱! 쫓아가서 다시 뺏어버리고 싶었다. 아니 녀석이 즈네 엄마도 가뜩이나 아침잠이 많은 사람인데, 그런 달디 단 잠을 다 쫓고

지들 생각해서 맛나게 먹어보라고! 좋아하지 않는 당근, 쪼꼼씩이라도 멕여보려고 시늉만 내서 좀 넣었건만

아침부터 감히 제 녀석이 툴툴거려!


다녀오겠습니다도 볼멘 소리로 겨우 내뱉고 현관을 나선다.

흠...맘 약한 제 녀석 속도 내가 알지. 지금 깐에는 많이 신경이 쓰일 걸? 제 기분대로 엄마한테 인상은 썼지만 뒤가 한참 켕길걸?

문 밖에서 녀석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고, 5cm쯤 열린 현관문 안쪽에서 나도 한참  서 있었다.

문을 열고 욘석을 야단쳐 말어?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 엄마는 아이들의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주어야 한단 말이지?

그래, 까짓. 내가 참지. 흠흠흠...


참았다.


그래도 그대로 말면 안되지.

어제 저녁에 녀석한테 말했다.

"임마, 아침에 엄마가 많이 참았다는 거 알어 몰라?"

"흐응...알어알어.엄마 내가 잘못했어."

"주먹밥 잘 먹었어?"

"응..그거 난리 났어. 애들이 다 뺏어 먹고. 당근 넣어서 맛 없을 줄 알았는데 맛있더라구."

"그럼, 임마.엄마가 어련히 알아서 해줬을까...! 엄마가 아침에 화나는 걸 참았어. 엄마가 어제 엄마는 아이들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줘야한다, 는 걸 읽었기 때문에 애써 참은 거야, 임마!"

"그게 무슨 말이야? 감정의 쓰레기통? 머..그냥 엄마가 다 참아줘야 한다는 거지?"

"다 참아줘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오마님이 참아줬다는 거지!"

"응,그래그래. 엄마 잘했어.  하여간 엄마, 나 낼도 싸 줘, 응?"


웬 때 아닌 주먹밥인지.

오늘은 덕분에 밥을 한 솥 했다.

학교에 가져 가서 먹고 꼭 거울 봐야 한다고 했는데

김쪼가리 잇새에 끼우고 수업 받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갑자기 주말의 수학 과외 시간이 한 시간 늘었다고 금요일 새벽에 학원 가야 한다는 딸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와서 주먹밥 싸대고 하다보니

아침부터 대단한 엄마 노릇이라도 한 것같다.

아~함. 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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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엉터리 독자라는 걸 고백하는 꼴이라거나, 평소 속 좁은 편협함에 사로잡혀 사는 걸 드러내는 꼴밖에 안되겠지만

매번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의 사진, 인물을 보고 미리서부터 막연한 선입감에 젖어버리는 습성을 떨치질 못하겠다.


그래선지, 모모 나이든 작가들의 살집 붙은 얼굴을 보면서는

괜히 지금 그들이 지닌 사고의 영역이나 작품까지

느물거리는 어느 한 쪽으로 미리 치우치게 놓아두고, 읽기를 꺼려하기까지 한다.

그런 인상을 풍기는 노작가들에 대해 서글픔까지 갖게 된다. 안타까워라...하는.

나 같은 편견에 찬 독자를 감안해야 한다면 작가가 늙어서 얼굴 관리 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 되나? ㅋㅋ...


김영하,를 읽기 전에 사진을 보면서 좀...그랬다.

풍기는 이미지 자체가 좀 타인을 얕잡아보는 냉소적인 듯한 표정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아 마땅치 않았다. 한번도 먼발치서도 본 적이 없으니 순전히 내 개인적 편견이다.

그 사진, 그 얼굴을 보면서 왜 나는 그런 느낌을 가졌을까?


하여간 그래서 선뜻 손을 대지도 않고 관심도 두지 않았다가, 지금 몰아서 읽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맨 먼저 읽었고,

‘검은 꽃’을 읽었고,

이제 도서관에서 빌린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와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었다.

아, 어쩌면 김영하는 사진 속의 이미지만으로가 아니라, 소설의 제목으로도 나같이 고리타분한 인간한테 시건방끼를 건네는 듯한 느낌을 줬던 것 같기도 하다.


한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읽는 것도 참 재미있다. 작가의 어떤 흐름, 변화를 한 몫에 느낄 것 같다. 물론 그러다가 ‘내가 변하긴 뭘 변해?’ 하면서 뒤통수 후려칠 그런 작가 같기도 하지만.


‘엘리베이터...’나

‘오빠가...’는 단편 모음집이다.

‘나는 나를...’은 중편이라고 하나? (분량의 정도를 모르겠다.)


제각각 상상력이 기발하고 소재 발굴이 뛰어난 작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어 다루는 능력이 탁월하다.

가끔은 ‘혹시 정말일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한번 지식탐구를 해보고 싶게 하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


혹은, 현실을 과장해서 부풀려 극단화 시키는 능력도 역시 한 몫을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방좌우의 어느 쪽으로든 튈 가능성이 있는 그런 능력이 있는 작가다 싶다.


‘검은 꽃’까지를 생각하면,

마치 이전까지 맘대로 오물조물 장난치다가

맘 잡고 책상 앞에 앉아 ‘한번 써보지, 뭐.’ 하는 듯한, 그런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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