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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노점상 강제철거 과정.. 장애인 죽음 불러"
6382 | 2006-07-06 추천 : 2 | 조회 : 716

 

 “장애인 노점상 폭력동원 강제철거... 죽음 불러”


[인천시청, 부평구청 생계형노점상 대책 없는 강제철거 집행]

 

지난 6월 20 오후 3시경 인천 부평구 부평공원에 설치된 야시장에서 발생한 생계형 노점상 강제철거 과정에서 장애인 노점상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는 등 폭력적인 강제철거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 있었던 부천 북부역 노점상 단속에 폭력을 동원한 방법으로 강제철거를 집행했던 과정에서 두 장애인 노점상부부가 자동차 안에서 분신자살 기도한 사건이 발생했고, 또 송내역에서 노점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한 장애인 노점상이 폭력적인 단속을 항의하며, 국회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처럼 생계형 노점상 단속에 폭력적인 방법과 마구잡이식 강제철거 나서고 있는 지방차치단체에 대하여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인천시청 앞 농성현장 - 현재 약 50여명의 회원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 인천시청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하여 문제를 더 확대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고 주수길 씨 장애인 노점상 사망사고 대책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경 인천 부평구 부평공원에 설치된 야시장에 용역 깡패들이 대거 투입되어 폭력을 동원한 노점상 강제철거가 집행되는 과정에서 고 주수길 씨가 숨지는 일이 발생 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숨진 장애인 고 주수길(48)씨가 이날 용역깡패가 휘두르는 방망이에 머리를 맞고,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119 구급차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엑스선 촬영 등 간단한 치료만을 끝낸 상태에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후 고 주수길 씨는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여동생인 주모 씨가 죽음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고는 이미 예견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6일에 있었던 관교동 중앙공원 강제철거 과정에서 150여명의 용역을 동원한 폭력적인 강제집행이 이루어졌고, 이로 인한 상당한 재산피해액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강제철거 과정에서 물리인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노점상 한분이 차에 치여 병원에서 현재까지 입원치료중이라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 한국환경장애 연구협회 김상철 인천협회장 - 두 차례의 걸친 폭력만행을 증언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그날 인천의 남동구에 있는 관교동 중앙공원에 노점상 텐트를 설치하고, 공원을 관리하는 시 동부사업소에서 10여일정도 야시장을 열 것이라고 미리서 통보했었다. 그리고 개장을 한지 나흘 만에 철수하라는 공문을 받았는데 이후에 어떠한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란 관리팀장 및 과장을 통해 암묵적으로 약속 받아 놓은 상태였었다. 그런데 약속을 받은 13일 새벽 5시 장대비가 내리는데, 갑자기 용역깡패 150여명이 치고 들어와 온갖 물건과 텐트를 완전히 깔아뭉개버렸다. 이날 손해액만 따져도 수 천 만원은 될 것이다.”라며 성토했다.

 

또 대책위 관계자는 “암묵적인 허가를 내 주었던 동부 사업소를 찾아가 항의하자 우리는 법대로 했을 뿐 이다.”라며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 환경장애 연구협회 회원들은 항의가 지속되자 슬그머니 “부평구 공원을 사용할 것 을 암묵적으로 또다시 승인해 주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동부 사업소는 노점상들을 단속한다는 법을 명분삼아 20일 부평공원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는 폭력을 동원해, 급기야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 쇠파이프를 들고, 손목에 청테이프를 감은 장애인 용역원들.(사진제공-대첵위)

 

▲ 가운데 쓰러져 있는 고 주수길씨 -  당시의 폭력상황을 말해주고 잇다.(사진제공-대책위)

 

▲ 장애협회 조직부장 - 당시 상황을 증언하하고 있다.

 

문제를 심각성을 더하는 부분은 이러한 관리 사업을 맡은 동부사업소에서 인천의 장애인 협의회에 용역을 동원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같은 처지의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과 미성년자를 모집하여 이러한 강제철거에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 점이었다. 

 

이날 만났던 한국환경장애연구협회 김상철 인천협회장은 “강제철거에 동원된 어린 17세~19세의 장애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일당 5만원에 투입시켜 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야만적인 행위다.”라고 강한어조로 성토했다.

 

대책위는 이와 관련하여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생계형 노점상들을 행정대집행법을 이용해 각목과 야구방망이로 무장하고,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죽이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구청장과 시장은 과연 누구인가?” 라고 물으며 “당시의 경찰은 살인적인 폭력상황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법 집행이라는 이유로 3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구경꾼처럼 수수방관하면서 살인에 동조하였다.”고 대책위 홍보물을 통하여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고 주수길 씨의 동생 주금자씨에 따르면 주수길 씨는 집안의 장남으로 목재소에서 기술자로 일했다고 말했다. “4년 전 오른쪽 팔이 잘리는 산재사고를 당했고 홀로 아들을 키워왔다.”고 밝히면서 “부모님께서 계시지만 어머님은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뒤 연로하신 아버지가 현재 어머니를 돌봐주고 계신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아들의 죽음을 알리지도 못하고 아버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신다.”고 밝히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동생인 주금자씨는 “20일 저녁 9시경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잠자는 줄 알았습니다. 오빠가 장애를 입고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부모님께 효도하는 착한 아들이었고, 너무나 심성이 착한 여린 오빠였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목이메인 듯 말을 잇지 못하면서 “며칠 전에 전화가 와서는 나는 혼자 먹으니 쌀이 남는다. 가져가 해먹어라.” 며 살뜰히 동생을 챙겨주는 다정한 오빠이기도 했다고 울먹였다.

 

또한 주금자씨는 “장애인은 세상 어디를 가도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이다. 그렇게라도 살려고 발버둥 치고 몸부림쳤는데, 그것마저도 못하게 사람을 개 패듯 패서 죽게 만드는 세상이 어디 있느냐.”며  억울함을 눈물로 호소했다.

 

▲ 강제철거에 동원되고 있는 폭력깡패와 장애인을 방패삼는 용역업체(사진제공-대책위)

 

▲ 장애인 청소년들이 강제철거 동원된 장면 - 일당  5만원에 동원되었다고 대책위 주장

(사진제공-대책위)

 

▲ 그날의 힘든 기억을 뒤로하고.... 바닥에 드러누워 농성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고 주수길 씨의 슬하에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들인 주모 군은 군에 입대해 첫 휴가를 나오기도 전 아버지의 억울한 비보를 접해야 했다. 주모 군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하여 “이러한 야만적인 폭력에 도저히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장애인은 살 권리도 없냐.”라고 물으면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하여 너무도 억울해서 피를 토하고 싶다.” 며 울분을 삼키기도 했다.

 

문제는 고 주수길 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하여 병석에 누워있는 어머니가 현재까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주수길 씨의 죽음을 어머니에게 알린다는 것은 또 한분의 생명을 거두게 할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라고 말하면서 “협회 회원들이 해외로 돈 벌러 갔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켜놓았다.”고 설명하면서, 도저히 아들의 비보를 전할 수 없었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 당시 폭력으로 다리를 다쳐 치료 중인 회원 - 슬픔에 잠긴 모습뒤로 인천시청이 보인다.

 

고 주수길 씨의 사망원인을 둘러싸고 대책위는 분명한 타살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부검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사망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또 병원 측에 따르면 고 주수길 씨의 사인은 뇌진탕 증세로 보인다며, 20일 밤 10~11시 사이에 숨진 것으로 추정 된다고 밝혔지만, 주수길 씨의 부검을 신청한지 15일이 되어도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대하여 대책위는 “시와 경찰은 지병으로 인한 사망일 수도 있다고 말을 흘린 부분은 분명 이 사건을 은폐시키려는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와 경찰의 태도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주수길 씨는 팔을 잃은 것을 빼 놓고는 건강한 사람이었다. 얼마 전 검사를 받고 와서는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말도 들었다.”라며 평소에 성격이 활발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라고  전했다.
 
현재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농성중인 한국환경장애연구 인천시협회 회원들과 대책위원들은 1급에서 2.3급의 장애를 가진 회원들로 구성 되어 있다. 협회 회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생계유지를 위해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받아주는 회사도 없고, 이런 거라도 해서 살아야지 그럼 장애인은 다 죽으란 말이냐.”며 “장애인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이번 주수길 씨의 사인을 꼭 밝혀내겠다.”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시청관계자 등 누구도 문제해결에 나서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반 인권적인 방법을 동원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노점상, 생계형노점상들에게 폭력을 일삼는 강제철거는 사회적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불법용역을 통한 마구잡이식 단속이 이번 사망사건으로 불러왔다는데 그 문제의심각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이번 강제철거에 동원된 용역가운데 장애를 가진 어린청소년들 이었다고 대책위는 밝히고 있으며, 관련 자료를 포함한 법적 대응과 불사하겠다는 표명과 고 주수길 씨의 사망원인이 직접적인 폭력에 의한 사망으로 발표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취재-벌판,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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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가넷 > 진정한 세계최강 바퀴벌레의 모든것!

..-_-;;;; 제일 싫어!

 

 

진정한 세계최강 바퀴벌레의 모든것!

 

  

바퀴류 (cockroach)

곤충강 바퀴목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

분류 곤충강 바퀴목
종수 전세계 4,000종(한국 7종)
생활양식 야행성
형태 편평하고 납작하며 나비가 넓음
크기 몸길이 약 1cm 이상
색 다갈색 또는 흑갈색
서식장소 나무껍질 밑, 돌 밑, 낙엽 밑, 그 밖의 어둑어둑한 그늘
분포지역 전세계의 열대지방 또는 습기가 많은 지역

바퀴벌레야말로 살아있는 화석이다 이들은 공룡이 등장하기 약1억년부터 존재한 생물이다. 약4억년간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크기만 변했을 뿐 외형을 별로 변하지 않았다. 바퀴벌레는 혹한기 공룡이 살던 시대의 빙하기를 이겨낸 내성을 지닌 생명체다. 바퀴벌레는 머리를잘라도
약8일간 생존하며(굶어죽음) 물만 있으면 약 20일간 생존하고 가정집 냉동실안에 감금해도 약 3일간 버텨낸다. 다만 약점이라면 불이다. 섭시110도의 불에서는 40초밖에 견뎌내지 못한다.(거의 모든 곤충들의 공통된 점) 한번의 교미로 평생알을 낳을수있고 알을 암컷이 배안에 넣고다닌다. 그리고 알의숙주가 위협을느끼면 그즉시 알집을 떨어뜨리고 죽는다. 평균수명은 약1~3년정도이다. 이들은 위험할 때 순간적으로 민첩성, 지혜가 급격히 상승한다.

바퀴벌레의 능력 - 미국의 검은 집바퀴의 디트로이트 생체과학 연구소 실험결과
위험에 처했을 때 지상에서의 최고속력 시속 150KM
IQ 340이상 급격히 상승
자기 몸의 몇 천배의 높이에서 낙하 시 안전착지
공중비행시의 최고속력 시속 124KM
숙주가 독극물에 의해 사망 시 그의 자손은 해당 독극물에 대한 내성 획득
플라스틱,스티로폼, 폴리에스틸렌, 에폭시 섬유 등
인간이 제조한 합성물질, 채소, 썩은동물 등 가리지 않는 식성
초당 25회의 자기회전 방향전환능력
초당 약 43~52회의 날개 짓
몸 중심으로 전방
160도 거리 3.25미터의 물건탐지
인간보다
125배 발달된 후각
몸 전 부분에 걸쳐 기름진 성분의 막으로 감싸여져 추가된 수영능력
타 곤충보다 14배 발달된 다리갈퀴
타 곤충보다 32배 발달된 턱
인간보다 월등한 지능
지네의 독성에 버금가는
독분비
눈이 퇴화하고 지느러미의 발달, 시각보다 감지능력을 사용함으로써
본능사용을 극대화로 끌어올림
높은 곳에서의 본능적인 안전착지능력
뒤집혀진 몸을 다리로 튕겨 일으킴.
절단 부분에 대한 신경차단능력
고통을 느끼지 않음.
장 안에 편모충류가 공생하고 있어 목재의
섬유소(셀룰로오스)를 분해시킨 후 흡수한다
암컷의 일생 동안 약 20~30번의 임신.
교미 시 수컷이 암컷에게 직접 자신의 세포를 전달 하므로
암컷은 이를 받아 언제든 산란기가 되면 수컷에게서 받은 세포로써
한번의 교미로 일생동안 번식가능
냉기에 대한 강한 저항력
스스로 몸의 온도를 조절.
눈이 퇴화되어 빛을 싫어함
사망 후 분해되어 공기 중에 병원균 살포
몸에 기름진 분비물로 악취로써 천적으로부터 보호

바퀴벌레의 번식은 상상을 초월하며 바퀴벌레 한 쌍이 1년 후에는 1억 마리 늘어난다는 통계치가 잇다.물론 이것은 유충이 100% 생존할 시이다.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원자탄이 떨어질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나 그 지역의 바퀴벌레들은 아무런 유전자 변형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중이다.

 

출처 :http://blog.naver.com/smilesu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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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waits > [펌.참세상] 7월 '거리투쟁'에 나서자

 

7월 '거리투쟁'에 나서자
[연속기획① - 한미FTA 저지 운동, 진단과 과제](1)
유영주 기자 
한미FTA 2차 본협상이 7월 10-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한미FTA 협상을 선언한 지 4개월째, 그동안 정부는 협상 추진에 속도를 붙여왔고, 민중운동은 범국본을 중심으로 협상 저지를 위한 다양한 실천을 벌여왔다. 한미FTA 2차본협상에서 통합협정문 작성이 마무리되고 9월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전체 그림이 그려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2차 본협상을 앞둔 시점, 지금까지의 한미FTA 저지 투쟁 과정을 진단하고, 한미FTA 저지 운동이 갖는 의미와 운동과제를 정리하기 위해 연속기획을 준비했다.
[연속기획① - 한미FTA 저지 운동, 진단과 과제]은 모두 일곱 차례에 나누어 게재하고, 7월 말 [연속기획②]에서는 '한미FTA와 개성공단'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 편집자 주


7월, 한미FTA 저지 싸움의 달

7월은 노무현정권과 민중이 거리에서 한 판 붙는 달이다. 7월 10일-14일로 예정된 2차 협상기간, 노무현정권은 협상 장소를 신라호텔로 잡았다. 범국본은 3일 회의를 갖고 신라호텔 협상 저지와 청와대 앞 투쟁을 통해 한미FTA 협상을 저지한다는 전술을 결정했다.

범국본 전술단위에 따르면 전술 결정에 크고 작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가령 집회 장소를 협상장 봉쇄를 중심으로 할 건지, 시청이나 청와대를 중심으로 할 건지 따위가 그러하다. 한미FTA 저지에 대한 입장 차이와 저지 전술 방법을 둘러싼 논란으로 보인다. 대체로 시민운동 진영에서는 국민적인 저항을 근거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규모 세력을 결집하자는 의견인 반면, 민중운동 진영에서는 한미FTA 협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범국본은 10-14일 사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큰 가닥을 잡았다.

범국민운동본부 7월 10-14일 전술 일정
7월 10일(월)
오전 9시 30분 : 2차 본 협상 저지 대표자 시국선언, 장충체육관 앞
오전 11부터 14일 오후 3시까지 : 한미FTA 협상 중단을 위한 논스톱 릴레이 문화행동, 광화문 KT 앞(예정)
오후 : 한미FTA 저지 결의대회, 신라호텔(협상장) 근처
7월 11일(화)
오전 : 한미FTA 저지 국제연대 기자회견, 신라호텔(협상장) 근처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 : 한미FTA 관련 국제회의 및 대응 간담회, 대방동 여성플라자
오후 7시부터(1박2일) : 한미FTA 저지 총궐기 투쟁 전야제, 동국대학교(예정)
7월 12일(수) : 한미FTA 저지 국민 총궐기의 날!
오전 : 한미FTA 저지 결의대회, 신라호텔(협상장) 근처
낮 2시 : 한미FTA 저지 2차 범국민대회 부문별 사전 결의대회, 시내 곳곳
낮 4시 : 한미FTA 저지 2차 범국민대회 및 청와대 집결 투쟁, 광화문
7월 13일(목)
오전 10시 : 한미FTA 장례식, 훈련원 공원(예정) 집회 후 신라호텔(협상장)까지 행진
저녁 7시 : 한미FTA 저지 촛불 집회, 광화문 청계광장
7월 14일(금) : 한미FTA 저지 운동단체 총궐기의 날!
오전 9시 30분 : 한미FTA 저지 결의대회, 신라호텔(협상장) 근처
낮 : 대국민 선전전, 시내 곳곳
낮 4시 30분 : 한미FTA 2차 본 협상 저지 투쟁 보고대회, 신라호텔(협상장) 근처

한미FTA 저지 운동이 범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10-14일 2차협상 시기 투쟁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노무현정권은 저지 분위기 확산을 어떻게 관리하며 성공적인 2차 본협상을 치를 지에, 거꾸로 한미FTA 협상 저지에 나선 범국본 등 민중운동은 어떤 전술로 2차 본협상을 무산시킬 것인지에 고민을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2차협상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은 이 싸움의 성패 여부가 2차협상 이후의 협상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범국본에 참여한 운동 주체들이 향후 한미FTA 저지 운동과 연대운동의 전망을 세우는 것과도 밀접한 인과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2차협상 전후 시기는 한미FTA를 주도적으로 펼치는 노무현정권에 있어서나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민중운동에 있어서나 이후 정세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는 중대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한미 협상단은 2차협상에서 통합협정문을 모두 작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차 협상에서 17개 분과 중 13개 분과에서 통합협정문이 작성되었지만, 농업, 위생검역(SPS), 무역구제, 섬유 분과 등 4개 분과는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2차 과제로 남겨 놓았다. 농업분야와 섬유분야의 세이프가드 문제, 투자분야의 임시 세이프가드 문제, 개성공단 문제, 금융분야의 신금융상품과 국경간 거래문제 등이 핵심 쟁점으로 남아있다. 이는 물론 한국 협상단이 밝힌 내용이며, 사실 관계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2차협상을 앞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준비된 한미FTA' 주장이 나오는 등 다양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노무현정권이 내년 3월까지 협상을 완료한다는 기존 계획에 특별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노무현정권은 1차협상 결과를 오픈하라는 범국본의 주문과 여론을 묵살하고 있으며, 한미FTA가 '살 길', '유리한 협상 가능' 논리를 강조하는 가운데 공격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최초 예정된 일정 대로 정면돌파 한다는 뜻이 분명해 보인다.

7.3 개각도 무늬만 따진다면 한미FTA 추진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이번 개각 역시 코드형 관료의 전진배치로 압축되는데, 새 경제팀의 경제운용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협상도 기존 계획대로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이 한미FTA 체결 이후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정부 부처 차원의 각종 용역 작업이 추진되고, 자본시장통합법 등 개방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작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여기저기서 한미FTA 체결을 기정사실화 하는 장면이 포착되고 있다.

노무현정권은 '동북아균형론-세계화-노사관계로드맵-평화번영정책'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쳐왔고, 결국 사회적 빈곤의 심화에 따른 양극화 족쇄에 스스로를 가두고 말았다. 정치적 지지기반이 조기 붕괴된 원인은 미완의 민주주의나 불완전한 개혁에 있는 게 아니었다. 인민들은 먹고사는 문제, 노동하는 문제, 생존하는 문제로 노무현정권을 심판했고, 파병, 비정규직 확산, 전략적 유연성 합의, 한미FTA 추진이라는 반동적 정책을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다. 빚을 갚기 위해 고리의 빚을 다시 낸 것, 빚 내서 빚 갚는 어리석음에 대해 수많은 경고와 저항이 있었지만 노무현정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고 말았다. 한미FTA는 최악이다. 지배계급 내부에서 뒤늦게나마 신중론과 우선순위변경론 같은 주장을 펼치며 제동을 걸고 있긴 하지만 몰락한 신자유주의정치의 바탕 복구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노무현정권은 1차 협상 이후 협상 결과를 호의적으로 선전하는데 물량을 쏟아 붓고 있다. 이러다보니 국책연구소의 통계 조작에 이은 국정브리핑의 여론 조작까지 탄로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사태가 이러한데도 찬반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정부의 찬성 이데올로기 물량 공세와 주류미디어의 한미FTA지지 분위기 띄우기가 만만치 않아서이다. 한편으로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한미FTA 저지의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대응 전술에 문제와 연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차협상 전후한 여론전, 저지 전술 분명히

7월 10-14일 2차협상을 경과하면 '여론'의 성패 역시 가늠이 될 것이다. 한미FTA 저지를 위한 압도적인 반대 여론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FTA가 갖는 '계급적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하는 일이다. 신중론이나 우선순위변경론 따위는 한미FTA 반대 여론에 일시적으로 기여할 뿐, 상황에 따라서는 한미FTA 반대 여론을 악화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신중론이나 우선순위변경론의 논리 맥락을 쫓아가면, 주장마다의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국익' 이데올로기를 바탕에 두고, 자유무역협정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신중론이나 우선순위변경론 따위를 말하는 사람들은 오늘날 노무현정권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펼치다 몰락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 하거나 하지 않으려 한다. 가령 정태인 씨는 며칠전 MBC 100분 토론에 나와서 한미FTA가 한국에게 유리하다면 추진하겠느냐 라는 질문을 받자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한다. 무척 위험하고 고약한 한미FTA 반대가 아닐 수 없다. 한미FTA 반대 진영에는 신중론이나 우선순위변경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2차협상을 앞두고,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 '통큰 단결'을 하자는 주장도 마땅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한미FTA가 7월 2차협상 하고 끝날 사안이 아닌만큼 이후 압도적인 반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미FTA 뿐 아니라 경쟁과 효율을 절대 기준으로 국가간 자본간 이익을 따지는 FTA 자체를 부정하는 여론 형성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하나 여론의 압도적인 반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한미FTA 협상을 저지하기 위한 강도 높은 대응을 펼치는 일이다. 한미FTA가 나쁘다, 국민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교양은 그 자체로 중요하고 지속적으로 가져가면 된다. 그런데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한 실천에 있어, 특히 2차협상을 놓고서는 제대로, 정확히, 힘있는 실천을 보여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나쁘긴 하지만 죽어라 싸워야 할 문제가 아닌 것으로 비쳐지면 곤란하다. 그러므로 한미FTA 2차협상을 전후한 시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한미FTA 저지에 나선 주체들이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이는 소수의 선도적인 투쟁이 아니라 한미FTA 협상장을 봉쇄하고, 협상을 무산시켜내는 실질적인 거리투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간띠잇기나 폴리스라인 앞에서 시간만 채우는 동원투쟁으로는 오히려 한미FTA 저지 여론 확산을 거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한편으로는 여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있다. 지난 시기, 압도적인 반대 여론을 보인 이라크 파병이 좋은 사례다. 70% 이상이, 때에 따라서는 90%가 반대하기도 했지만 칼자루 쥔 사람이 밀어붙이니까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반전과 파병반대 목소리가 전국민적으로 모아졌지만 파병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김선일 씨가 죽고, 2차, 3차 파병에 반대하고, 짜이툰 돌아오라고 난리를 쳐도 때는 늦었다. 파병을 집행한 후 노무현정권은 전쟁참여정부로 낙인찍혔고, 개혁정부로서의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가져왔지만 지금 시점까지도 '잘못된 것'을 바로 돌려놓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는 사안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파병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한미FTA 2차협상을 앞두고 여론과 정치정세와의 관계를 정말 진실되게 고려할 요량이라면, 파병반대 투쟁이 남긴 교훈을 반드시 되새김질해야 한다. 2차협상을 둘러싼 전술 논의에서 협상장을 봉쇄하고 협상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이 갖는 중요성, 그것은 2차협상 이후 반대 여론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미FTA 저지 운동 과제(1) - 노동운동 제2 구조조정 반대 투쟁 준비

한미FTA 2차협상을 저지하는 투쟁은 단지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민중운동에 있어 한미FTA 저지 싸움이 갖는 계급투쟁의 의미는 각별하다. 한미FTA 저지 투쟁을 통해 앞으로 어떤 정치적 전망과 과제를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와 많은 부분 직결된다.

한미FTA 저지 투쟁은 노동자운동의 맥락에서 볼 때 향후 제2의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투쟁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한다.

노동조합운동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분쇄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에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큰 맥락으로 보면 민주노동당을 성과로 들 수 있겠지만, 민주노동당이 곧 성과의 모두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기업 노동조합운동은 관료주의와 실리에 휩쓸려 비리를 재연하지만 스스로 혁신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민주노조운동 전체가 노무현정부와 자본의 치밀한 현장 관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다. 금속노동자는 최근 산별전환을 성공적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노동조합운동의 정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발언은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산별이 무엇을 할 것인가, 즉 노동운동의 정치적 과제와 실천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산별 전환은 현재 시점에서는 형식적 성과에 불과하다. 공공노동자가 정부를 상대로 사회공공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역시 정치적 전망과 연관한 의미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한미FTA 협상이 가면 한국 노동자는 미국식 표준을 수용해야 한다. 한국의 노동자는 미국식 표준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저항이 그랬듯이 한미FTA는 제2의 구조조정 반대와 민영화 반대 투쟁의 가능성이 내포된 계급투쟁 사안이다. 한미FTA가 워낙 사회 전 부문 전 분야를 다루는 것이지만, 노동자의 목숨을 전제로 한 협상이라는 점에서 계급투쟁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예고한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반대 투쟁이 생존권 사수의 성격이 컸다면, 한미FTA 협상에 따라 전개될 자본의 공세에 맞서는 노동자의 저항은 그 자체로 정치적 성격을 뚜렷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NATTA와 FTAA 반대 투쟁에서 잘 확인된 바 있다.

한미FTA 저지 운동 과제(2) - 반세계화운동을 반자본 대중정치운동으로

한미FTA 협상 추진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즉 노무현 대통령이 용(用)써보겠다고 해서 시작된 게 아니다. 한미FTA에는 오늘날 자본운동의 구체적인 경향과 맥락이 반영되어 있다. 과잉생산 과잉축적의 모순에서 벗어나려는 국가와 자본간 경쟁은 지난 몇 년간 WTO 다자협상으로 이어졌지만 활로를 찾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다자협상의 실패 흐름은 제국주의 국가간 세계 시장질서 재편을 둘러싼 경쟁과 갈등을 더욱 부추겼고, 이는 지역 차원의 블록화 경향과 자유무역협정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다자협상과 지역블록화와 자유무역협정은 공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즉 경쟁과 효율에 기초한 이윤 추구를 미덕으로 삼는다. 이는 노동에 있어 유혈 전쟁을 부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FTA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자본운동의 마지막 단계로서의 속성을 갖는다. 한국에 있어 한미FTA가 한국 독점자본의 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한미FTA를 놓고 한미가 우선이 아니라는 주장, 즉 우선순위변경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세안+3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노동의 유혈을 부르는 FTA의 기본 속성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한미FTA 저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오늘날 자본운동의 유혈 속성과의 싸움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운동의 정치적 측면, 즉 지금까지 김대중,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반대해온 반세계화운동의 새로운 도약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국에서 반세계화운동은 지금까지 지정학적 측면과 언어장벽 등 제약에 따라 국제 동원운동과 상당히 격리된 채 이루어져왔다. 게다가 독자적인 동원력을 갖지 못한 채 노동조합운동과 사회운동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재생산되어왔다. 또한 한국의 반세계화운동은 반전운동이나 반제(미)운동과도 밀접한 교감을 형성하지 못했다. 가령 반전운동에 헌신성을 보여온 '다함께'나 반미운동에 열성을 보인 민족운동세력의 실천과도 밀접한 교감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대안세계화를 제기하는 일각의 주장도 논쟁의 측면에서는 유의미했다 하더라도 실천적으로는 변별점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이 광의의 반세계화운동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 조금만 엄밀하게 보면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반세계화운동은 정치적인 전망을 분명히 하는 운동, 즉 반자본 대중정치의 전망을 갖는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한 채 굴절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점에서 한미FTA 저지 싸움은 반세계화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한다. 경제자유구역 저지, 교육 의료 등 부문별 개방 반대, 민영화 반대 싸움, 또는 한일FTA 반대 싸움 등과는 결과 무게 모두 비교가 안 된다. 주지하듯 한미FTA는 한국 독점자본의 마지막 승부처다. 자유무역협정 대상을 바꾼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지구적 과잉생산, 과잉축적의 모순이 심화되는 과정에 깊숙이 몸담고 있는 한국 독점자본의 마지막 선택 역시 자유무역협정인데, 이를 집행하는 주체들이 단지 미국을 선택했을 뿐이다.

지금 한미FTA 저지 사안을 중심으로 한 반세계화운동은 미국의 기동화 전략에 따른 전략적유연성 합의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반제(미), 반전운동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 또한 한미동맹이라는 정치적 선택으로부터 동북아균형론을 유지하려는 노무현정권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정치투쟁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나아가 자본의 유연화 전략이 한미FTA의 골격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저항은 곧 반자본의 성격을 갖는다.

제국주의 운동과 자본운동 모두를 굴복시킬 수 있는 투쟁이 한미FTA 저지 싸움이고, 이는 처음 하는 싸움이 아니라 이미 남미 등에서 확인된 싸움이다. 지난 10여 년간 전개되어온 남미의 FTA 반대 투쟁과 민중무역협정 소식은 한미FTA 저지 싸움에 나선 한국 인민들에게 여로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FTA 2차협상 저지 싸움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이후 반세계화운동의 정치적 전망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미FTA 저지 운동 과제(3) - 호혜와 평등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 전망 마련

한미FTA 저지 싸움이 갖는 계급투쟁의 의미 세 번째 지점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와 맞물려 있다.

한미FTA 협상에서 가장 파괴력을 갖는 것이 투자 조항이라면, 가장 정치적인 것이 개성공단 원산지 조항이다. 한국 독점자본이 한국에 더 이상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이상 중국이든 필리핀이든 북이든 가야 하고, 따라서 투자와 개성공단 문제를 직접 다루는 한미FTA 협상은 매력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본은 투자와 관련한 미국식 스탠다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한국 독점자본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전자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수지타산하는 가운데 한미FTA 협상을 지지하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한국 독점자본은 노무현정권의 대북정책과 동북아균형자론에 기반한 동북아중심정책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무한다.

노무현정권은 대북정책에 있어 부시행정부와 여러 수준에서 정치적 이해가 엇갈림에도 불구하고 공세적인 대북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같은 경협이지만 철도가 이후를 보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고, 금강산 관광이 남북 왕래와 교류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때, 개성공단은 북 노동자를 직접 고용, 운용한다는 점에서 무게 비중이 다르다. 노무현 임기가 끝나는 2007년 말이 개성공단 1단계 개발전략이 마무리되는 시점인지라, 노무현정권 임기말에 다른 것은 몰라도 경협만큼은 반드시 속도를 뺀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부시행정부가 대북 봉쇄정책 기조를 풀지 않고 위폐, 마약, 금융제재, 인권,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 따위 문제를 건드리며 수시로 딴지를 걸어도 경협만큼은 양보 안하고 간다는 입장이다. 북이 미국에 불만을 표시한다고 미사일 소동을 펴고 미국이 난리법석을 떨어도 남북경협에 대해서만큼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한미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도 이에 연유한다.

한미FTA는 이미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을 포함한다. 노무현정권은 북에 SOC 인프라를 깔고, 개성 개발전략을 3단계로 나누어 추진하고, 여기에 5대신경협까지 구체화하고 있다. 물론 남북교류와 남북경협은 모두 자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고 있다. 북으로서는 미국의 봉쇄정책 탓에 2008년까지 3년버티기 모드에 돌입했고, 중국과 한국과의 경제협력 내지는 무역에 의존해야 할 형편이어서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 개방에 적극성을 띠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02년 7월 조치 이후 지금까지 흐름이 북의 주장대로 사회주의 계획경제 정상화 조치로 가는지, 아니면 시장경제체제로의 급속한 재편으로 가는 지를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미FTA가 북을 향하고 한국 독점자본이 과잉생산 과잉축적의 숨통을 트는 공간으로 개성을 지목하고 있다고 했을 때, 이는 명맥히 노무현정권의 평화번영정책에 내재된 신자유주의 자본운동의 속성이 북으로 전이되는 것을 의미한다.

개성공단의 성공은 한편으로는 남북화해와 협력, 평화체제 수립으로 이어져 분단모순의 극복과 연결되지만, 미 제국주의 및 초국적자본의 동북아지역 질서 재편 구도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고삐를 늦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노무현정권의 평화번영정책의 골격을 이루는 '남북교류-평화체제-남북연합' 구상에 대한 발본적이고 정치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말하자면 한미FTA 저지 싸움을 통해 반자본운동에 탄력을 더하는 가운데 상호 호혜성과 평등 원리에 입각한 남북 평화와 통일 전망을 구체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1999년 씨애틀 투쟁에서 WTO 각료회의를 어떻게 저지했는지를 상기할 때다. 2차 협상 시기 신라호텔을 봉쇄하는 싸움이 갖는 실천의 의미를 공유하고, 이후 여론전을 의식한 힘있는 싸움을 펼쳐야 한다. 또한 이 싸움 과정에서 미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정권과 초국적자본에 맞서는, 따라서 반제, 반세계화, 반자본 대중정치 전망의 구체화 과제를 일정에 올려야 한다. 7월 투쟁에 나서는 이 땅의 좌익이라면.

[연속기획① : 한미FTA 저지 운동, 진단과 과제]
1회차 - 7월, '거리투쟁'에 나서자
2회차 - 씨애틀의 기억과 세계의 반FTA 운동
3회차 - 한미FTA 정세와 노무현정권
4회차 - 한미FTA 저지 투쟁 어디까지 왔나
5회차 - 한미FTA 저지인가 FTA 저지인가
6회차 - 한미FTA 저지 투쟁, 목표를 분명히
7회차 - 한미FTA 2차본협상, 신라호텔을 봉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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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떠나자 `책캉스` 추리·미스터리 속으로

[중앙일보 김성룡] 직장인들이라면 휴가 일정을 정하기 위해 슬슬 달력을 뒤적거릴 때입니다. 놀러갈 곳을 정하는 것만큼이나 휴가 기간 중 벗할 책 고르기도 휴가 준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번 주 '행복한 책읽기'는 공포영화처럼 여름이 제철인 추리.미스터리 소설 특집을 2개면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인터넷 추리.미스터리 소설 동호회 세 곳의 운영자가 독자 여러분들의 행복한 '책캉스(책+바캉스)'를 위해 엄선한 추천작 리스트를 보내왔습니다.

몇 권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지난해와 올해 출간된 책들로 꾸몄습니다. 영미권 추리소설 중 국내에 시리즈로 출간된 작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와, 작품성과 오락성을 겸비해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 이야기 등도 함께 소개합니다.

고독한 터프가이의 원조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북하우스, 2005년

미국 하드보일드 소설의 완성자이자 후대의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레이먼드 챈들러의 후기 걸작이다. 로버트 앨트먼의 영화로도 유명하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댄스댄스댄스'에서 오마주하기도 했다. 탐정 필립 말로가 아내를 살해했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자살한 친구 테리 레녹스를 그리며 칵테일 김릿을 마시는 장면은 거의 모든 칵테일 교본에 언급될 정도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큘 포와로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필립 말로는 낯선 모습의 탐정이다. 하지만 영화 속 험프리 보가트나 브루스 윌리스를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무척 익숙할 것이다. 말로는 '고독하고 냉소적인 터프가이' 이미지의 선구자니까. 작품에서 중년이 된 말로는 여전히 살인과 죄악이 소용돌이치는 로스앤젤레스를 뛰어다니며 자신의 우정이 변질되고 파괴돼가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본다.

'기나긴 이별'에는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우정, 사랑, 배신, 욕망, 전쟁이 남긴 육체적.정신적 상처, 그리고 내면을 잃어버린 인간 군상이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고통스러운 과정까지. 미스터리이면서도 서정적이고 쓸쓸한 분위기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감각적인 문체는 이 작품을 장르를 초월해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영원히 남게 했다. 물론 모든 고독하고 냉소적인 사립탐정의 아버지 격인 필립 말로의 그윽한 매력도 오래 남을 것이다.

장경현 싸이월드 '화요추리클럽' 운영자

■'암살 주식회사'(잭 런던.로버트 L 피시, 문학동네, 2005년)=이토록 형이상학적이면서 동시에 육체적 폭력을 강렬히 묘사하는 작품이 있을까.'야성의 부름'의 작가 잭 런던이 그리는 스릴 넘치는 인간 사냥.

 

 

■'비밀의 문'(김내성, 명지사, 1994년)=일본에 에도가와 란포가 있다면 한국에는 김내성이 있다. 외국 명작과 비교해 전혀 손색 없는 '타원형 거울'을 비롯, 잔혹.엽기.탐미주의로 가득한 마력적인 단편집.

■'폭스 이블'(미네트 월터스, 영림카디널, 2004년)=한적한 영국 시골 마을에 살던 부자 노인의 죽음과 사악한 떠돌이 폭스 이블. 무관해 보이는 두 가지 사건을 다양한 형식으로 제시하며 서서히 절정으로 몰아가는 수작.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1~3'(제프리 디버 엮음, 황금가지, 2005년)='본 콜렉터'의 작가 제프리 디버가 뛰어난 감식안으로 선별한 고금을 초월한 거장들의 단편집. 미스터리의 다양한 지평을 맛볼 수 있다.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 가지 사건'(보르헤스.카사레스, 북하우스, 2005년)=20세기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가 문학동지 카사레스와 공동작업한 단편집. 죄수 탐정과 속물 의뢰인들이 늘어놓는 이야기 속에 예리한 통찰이 빛난다.

 


연쇄살인범이 반가워 ?

2005 올해의 추리소설- 반가운 살인자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산다슬, 2005년

"또 다시 목요일이 되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대로 비가 내리고 있다." 이렇게 시작되는 서미애의 '반가운 살인자'는 한국추리작가협회가 해마다 펴내는'2005 올해의 추리소설'에 실린 단편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서부지역 연쇄살인사건이 소재다. 얼마 전 용의자가 검거됐지만 이 작품이 나올 때만 해도 해결의 실마리도 잡지 못했던 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이 풀어간다.

주인공은 사업 실패로 부도가 난 뒤 2년간 노숙자 생활을 하고 집에 돌아온 한 남자다. 그가 사는 지역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이 실린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며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남자는 아내와 딸이 잠들면 집을 몰래 빠져나가 어둠 속을 배회한다. 소설은 왜 남자에게 살인자가 반가운지를, 뒤집어서 살인자를 반가워할 수밖에 없는 한 실직자의 현실을 그린다. 추리소설은 대개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꿈꾼다. 그러나 작가는 테크닉을 구사한 반전을 내놓기보다는 이 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 '따스한' 반전을 내놓는다.

'반가운 살인자'는 외국의 어느 단편과 견주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비록 단편집에 실린 9편의 수준이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반가운 살인자'같은 잘 만들어진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큰 즐거움이다.

나혁진 네이버 카페 '일본미스터리문학즐기기' 운영자

■'아이거 빙벽'(트레바니언, 황금가지, 2006년)=정부 비밀조직의 암살자 조나단 헴록 교수. 그의 다음 임무는 알프스 아이거 빙벽 등반대 중 한 사람을 암살하는 것이다. 007을 능가하는 헴록 교수의 활약이 돋보이는 걸출한 산악모험소설.

 

 

 

■'셰르부르의 저주'(랜달 개릿, 행복한 책읽기, 2003년)=발달된 증기 문명을 토대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영.불제국의 1등 수사관 다아시의 활약이 펼쳐진다. 대체 역사, 스팀 펑크, 마법 판타지,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결합된 역작.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우타노 쇼고, 한스미디어, 2005년)=당신의 상식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작품. 한 노인의 뺑소니 사고를 추적하는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동시에 비할 데 없이 독창적인 반전과 만나게 된다.

 

 

■'유리망치'(기시 유스케, 영림카디널, 2005년)=최신 기술과 현대적 장비로 완벽하게 보호되고 있는 인텔리전트 빌딩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가 벌이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크림슨 리버'(전 2권,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문학동네, 2006년)=엽기적 수법의 연쇄살인을 각각 수사하는 두 형사가 만났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진실이 고개를 쳐든다. 유전학.광물학.우생학 등 다양한 소재가 양념으로 가미된 속도감 넘치는 스릴러.

 

 

그 섬이 수상하다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 2004년

한때 요새였으나 현재는 정신병에 걸린 살인자들을 수용하는 병원이 있는 '살인자들의 섬' 셔터 아일랜드. 감쪽같이 사라진 한 환자를 찾기 위해 연방 보안관 테디와 처크가 어두운 바다를 건넌다. 도망자의 흔적을 조사하던 두 보안관은 병원 내부의 알 수 없는 벽에 부딪치고, 뭔가 불법적인 실험이 자행되고 있다는 낌새를 느낀다. 이들은 수상한 병원의 핵심에 닿기 위해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을 수용해놓은 C병동에 잠입한다. 그러나 폭풍우가 닥치면서 섬은 고립되고 보안 시스템은 마비된다.

섬이라는 공간적 한계와 치밀한 감시가 이뤄지는 정신병원, 불가능해 보이는 탈출과 각종 암호, 수상한 일을 꾸미고 있는 듯한 정신병원. 작품은 이렇듯 총격전 몇 번이 일어나거나 의료계 불법이 폭로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뻔한 스릴러 냄새를 풀풀 풍긴다. 하지만 작가는 섬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머리를 굴리려는 의욕 가득한 독자를 현실과 망상, 기억 그 어렴풋한 경계 속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데니스 루헤인은 치유될 수 없는 오래된 상처를 끌어내 가슴 뜨끈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미스틱 리버'의 작가. 그의 솜씨는 이렇게 고도로 조직화된 플롯 안에서도 전혀 눌리지 않는다. 작품의 마지막 장까지 넘기면 그 반전에 제법 많이 놀라고 주인공이 처한 그 현실에 조금은 슬퍼진다. 오랫동안 기억될 작품이다. 호러.SF.스릴러 등을 대상으로 한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클럽' 시리즈에서 가장 호응이 높은 작품으로 발매 후 7000여 부가 나갔다.

윤영천 하우미스테리닷컴(www.howmystery.com) 운영자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존 르 카레, 열린책들, 2005년)=이 작품으로 스파이소설은 '현실'의 땅을 디뎠다. 가슴 아플 정도로 생생한, 희생당하는 스파이들의 이야기.

 

 

 

■'밤 그리고 두려움'(코넬 울리치, 시공사, 2005년)=윌리엄 아이리시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코넬 울리치의 단편 모음집. 작가의 전 생애를 들춰 작품을 모은 덕에 '서스펜스의 거장''누아르의 아버지'라 불리는 울리치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다.

 

 

■'핑거포스트'(이언 피어스, 서해문집, 2004년)=하나의 살인사건과 네 명의 증인.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우상론을 되씹게 하는 지적 미스터리.

 

 

■'소름'(로스 맥도널드, 동서미스테리북스, 2003년)=하드보일드의 '완성형'으로 불리는 로스 맥도널드의 걸작. 사립 탐정 루 아처가 발견해낸 진실은 그야말로 소름끼친다.

 

 

 

■'철학적 탐구'(필립 커, 책세상, 2003년)=잠재적 범죄자를 방지하기 위해 롬브로소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코드명을 가진 사내가 범죄자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 살인의 철학적 의미를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

 

 

너무 짧아 아쉽다면 …

'긴 호흡 긴 재미' 시리즈물

추리소설을 시리즈로 만나는 것은 독자나 작가에게나 모두 이익이다. 추리소설에서 탐정이나 형사의 캐릭터는 가장 중요한 매력의 하나다. 시리즈물을 본다는 것은 이미 매혹된 그의 매력에 기꺼이 다시 빠져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셜록 홈스나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집어들면 익숙한 기대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동시에 피어난다. 작가로서는 캐릭터에 투여할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온전히 사건과 트릭 자체에 몰두할 수 있다. 단 캐릭터의 매력에만 기대어 안이한 작품을 쓴다면 아무리 매력적인 탐정도 금방 세월의 먼지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퍼트리샤 콘웰의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노블하우스)는 과학적이면서도 스릴 넘치는 현대 추리물의 면모를 보여준다. '법의관'을 시작으로 '흑색수배'까지 10권(앞으로 3권이 남았다)이 나온 스카페타 시리즈는 독특하게도 여성 법의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미 TV에서는 'CSI 과학수사대'를 시작으로 'NCIS''BONES'등 유사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법의학 증거를 통해 철저하게 과학적인 분석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수사물이 대세다. 1990년에 발표된 '법의관'은 그 경향을 미리 예고했다. 생생한 부검, 각종 잔류물 검사, DNA 감정, 해킹 추적 등 과학수사 과정을 통해 기자 출신이자 버지니아 주 법의국 소속의 컴퓨터 분석관으로 일하며 600여 회의 부검을 참관했던 작가의 살아 있는 경험을 만날 수 있다. 'CSI 과학수사대'의 생생한 부검이 다소 부담스러웠다면 여성이 수사의 주체로 활약하면서 내면의 불안과 싸워가는 스카페타 시리즈는 탁월한 선택이다. 현장 수사 담당의 형사 피트 마리노와 범인의 심리와 행동을 예측하는 프로파일러 벤턴 웨슬리가 섹시하면서도 명석한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와 협력하고 부딪치며 하나의 팀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시리즈를 통틀어 지금까지 국내에서 30만부 가량 팔린 인기작이다.

스카페타 시리즈와 쌍벽을 이룰만한 것으로는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노블하우스)가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본 컬렉터'로 시작해 '코핀댄서' '곤충소년' '돌원숭이' 등 4권이 나왔다. 주인공은 탁월한 법과학자였지만 사고로 척추를 다쳐 거의 전신불수가 된 링컨 라임. 그가 현장에서 수족처럼 움직이는 아멜리아 색스 경관과 콤비 플레이를 전개해 교활하고 지능적인 연쇄살인마들을 붙잡는 이야기다. '안락의자 탐정'의 변주라고도 할 수 있는 라임은 철저하게 증거물에 기반을 둔 과학적 논리를 전개해 범인의 의중을 감지하는 현대적인 명탐정이다. '스릴러물'이라는 장르의 규정에 딱 맞는, 대단히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스타일이다.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 시리즈(해문출판사)는 어렸을 때 추리소설을 좀 읽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멀어졌던 독자가 재도전할 만한 작품이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으로 시작된 모스 경감 시리즈는 현재 4권까지 나왔고 13권 전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냉철하고 폭력적인 요즘 형사들과는 달리 모스 경감은 약간 푼수끼가 있는 인간적인 인물이다. 개인적 호기심으로 사건에 매달리고 미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그릇된 추리로 우왕좌왕하기도 한다. 그의 '평범한' 활약을 보면 치밀하고 스피디한 현대 스릴러물과 달리 편하고 다정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북하우스)는 이미 문학성까지 검증받은 현대 추리물의 걸작이다. 거칠고 강인하지만 자신의 방식대로만 움직이는 필립 말로의 캐릭터는 이후 미국 탐정소설의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진실을 추적하려 하지만 결국은 환멸만을 발견하는 말로의 모습은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을 상징하고 있다. '빅 슬립'부터 '기나긴 이별'까지 총 6권을 통해 강인했던 말로가 나이가 들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lotusid@hotmail.com

너무 끔찍한 게 싫다면 …

소소한 일상사건 추적

'코지 미스터리'가 딱

추악하고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끔은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어진다. 그 때 읽을 수 있는 좋은 추리소설이 바로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다. 어차피 살인사건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코지 미스터리는 작은 소도시나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상 속에서 우연찮게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통해 인생의 아이러니와 우화를 유쾌하게 전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코지 미스터리의 전형이다.

조앤 플루크의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해문출판사, 2006년)은 작은 마을에서 빵집을 경영하는 한나 스웬슨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자신의 쿠키 조각 때문에 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해결에 이르는 이야기다. 스웬슨은 미스 마플처럼 모든 것을 꿰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처럼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실마리를 하나씩 얻어가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간다. 해외에서는 꽤 인기가 좋아 8권의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의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시리즈(북앳북스)는 이색적으로 아프리카에서 활약하는 여성탐정 음마 라모츠웨가 주인공이다. 서른다섯살난 뚱뚱한 몸매의 음마가 뛰어드는 사건은 살인이나 유괴 같은 잔학한 범죄가 아니라 실종된 남편 찾기, 보험사기 폭로하기 등 소소한 사건이다. 이게 무슨 탐정이야,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계속 읽다보면 어느 순간 너무나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아프리카의 대지를 느끼게 하는, 단순하면서도 다정한 느낌의 추리소설이다.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기린의 눈물'(2004년)'미인의 가면'(2006년)등 3권이 나왔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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