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생계 때문에 비디오 가게를 열어볼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새 영화 '괴물'(제작 청어람)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계 안팎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이 영화 흥행에 실패한 후 생활이 어려워서 비디오 대여점 창업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조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괴물'의 개봉을 앞두고 떨리는 속내를 드러내며 "이제 진짜 심판대에 오른 기분이다"고 말했다. 칸국제영화제에서의 호평과 국내 언론 시사 후 이어진 극찬에도 불구하고 막상 영화의 개봉일이 다가오자 떨리는 마음이 더해진다고 봉 감독은 고백했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상업 장편영화 데뷔전을 치른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으로 영화 완성도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3년만에 내놓은 '괴물'은 한국영화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괴수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영화팬들의 기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영화계 스타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봉준호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의 흥행 실패 후 오랫동안 새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부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90년대 중후반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쪽에서 떠날 수는 없고 영화에 몸 담으면서 생활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비디오 가게 창업을 알아본 적이 있죠."
봉준호 감독은 항간에서 이야기하듯 류승완 감독과 제빵학원에서 자격증 준비를 했었다는 말은 와전된 것이지만 영화 연출이 아닌 생계형 부업을 고민한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제가 빵을 좋아해요. 특히 빵 냄새를 좋아해서 그런 소문이 퍼진 것 같아요. 제빵학원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모 비디오 체인 사업체에 창업을 문의해 본적은 있죠. 아마 박찬욱 감독이 비디오 대여점을 잠시 운영했다는 말에 힘을 얻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영화 체인 사업체에 창업 비용과 방법을 문의하러 간 봉준호 감독은 그곳에서 또 다른 사실을 들었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제가 문의를 하러 갔더니, 관계자가 하는 말이 얼마 전에 허진호 감독이라는 사람도 왔다 갔다고 하더군요. 그때는 허진호 감독도 '8월의 크리스마스'를 하기 전이었죠."
봉준호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로 흥행의 쓴 맛을 본 것처럼 박찬욱 감독은 영화 '3인조'로 실패를 맛봤고, 허진호 감독도 어려웠던 시기였다고. 최근 한국영화를 이끄는 스타감독들의 어려웠던 시절 에피소드가 영화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보여준다.
"비디오 가게를 하면 영화를 만들지는 않아도 늘 가까이 있을 것 같았죠. 쿠엔틴 타란티노가 될 뻔 한 거죠(웃음). 그런데 제가 장사수완도 없고 해서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박찬욱 감독도 그래서 접었다는 얘기도 들리고(웃음)."
힘든 시절을 영화에 대한 올곧은 열정으로 버티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봉준호 감독. 유쾌한 그의 달변에 예정됐던 인터뷰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신작 '괴물'을 관객의 냉정한 심판대에 올려 놓을 봉준호 감독의 건투를 기대한다.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류기영기자 ryu@joynews24.com
IT는 아이뉴스24, 연예스포츠는 조이뉴스24
(Copyright ⓒ 조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