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반대투쟁,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한미FTA 2차 본협상 저지투쟁 평가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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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한미 FTA 협상 중단! 노무현 정권 퇴진!’

노무현 정권이 집권 하반기 핵심과제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는 현 정권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와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한미FTA 2차 본협상을 앞두고, 이 협상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노무현 정부의 거짓말에 대한 민중의 의구심은 커졌다. 이미 97년 외환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IMF가 제시한 일련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한국 사회에 가져온 파괴적인 효과를 전 민중이 충분히 경험했다.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 민중에게 강요된 ‘고통분담’의 결과는 대대적인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확산에 따른 고용불안과 빈곤의 확산, 농촌·농업의 붕괴와 농민 생존권의 파탄, 공적 서비스의 축소와 양육·노인부양에 대한 여성의 의무 강화였다. 소수의 재벌이 금융화된 세계 경제 질서에 편입하여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 다수의 노동자 민중이 떠안아야 했던 고통은 너무도 혹독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자유치만이 살 길’이라며 초민족자본이 기업 활동을 하기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며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해체했고, 이에 대한 저항을 ‘대외 신인도’ 운운하며 철저하게 탄압했다. 반면 IMF 구조조정과 함께 물밀듯이 들어온 초민족 투기자본들은 헐값에 인수한 기업들을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겨갔다. IMF가 불러온 끔찍한 고통을 이미 경함한 노동자 민중은 한미 FTA를 통해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한 층 더 완성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반복되는 거짓말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가 내세우는 주장과는 정 반대로 한미 FTA가 빈곤을 더욱 확산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초민족 금융자본의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견해가 더욱 설득력 을 얻고 있다. 더구나 1, 2차 협상에 앞서 공청회를 파행으로 진행해놓고 ‘상대국에 협상 전략 노출’의 우려가 있으므로 협상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가 하면, 케케묵은 ‘대외신인도’를 다시 운운하며 협상을 방해하는 시위를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하는 노무현 정부의 뻔뻔함에 대중은 분노했다. 노동자 민중의 삶과 권리를 위협하는 한미 FTA가 중단되어야 하며, 한국사회의 미래를 놓고 오직 초민족 금융자본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노동자 민중의 결정권을 박탈한 노무현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2차 본협상에 즈음하여 더욱 힘을 얻게 된 노동자민중의 요구였다.

2차 본협상 파행은 쇼에 불과

양국 정부는 앞으로 세 차례 남은 협상을 통해 중요한 합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국의 신속무역협상권한이 만료되는 2007년 6월 전까지 의회 비준을 마무리하기위해 연내에 양국 간의 공식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2차 협상 마지막 날 몇 개 작업반 회의가 취소되는 등 파행적으로 마무리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것이 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1차 협상을 통해 총 15개 분과 중 11개 분과에 대한 통합협정문을 작성해낸데 이어, 양국은 2차 협상을 통해 서비스·투자 개방 유보리스트를 교환했고, 기초토론을 진행했으며, 3차 협상이 열리기 전 개방 요구 리스트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8월 초까지 상품, 농산물, 섬유에 대한 양허안을 일괄적으로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협상단이 협상장을 비우면서까지 강력한 항의를 표시한 ‘약가적정화방안’에 대해서도, 미국이 수용할 의사가 있지만 ‘의약품 특허 기간 연장’을 따내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의 정책이 예상되는 소득을 저해한다고 여겨질 경우 상대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에 합의를 이룬 상황이므로, 한미 FTA가 체결되고 나면 이를 통해 얼마든지 한국의 약가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상품의 한국산 인정문제 등의 쟁점이 남아있지만, 양국 협상단은 한미 FTA 협상을 결렬에 이르게 할 만큼 중요한 쟁점으로 삼지는 안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한미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는 사회운동들의 요구가 커다란 호응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국 정부는 이에 굴하지 않고 협상을 진척시키고 있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는 여전히도 ‘국내대책팀’을 구성하여 반대 세력들을 설득하고, 국회 특위를 구성하여 국회에 협상내용을 어느 정도 공개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여론을 충분히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다. 3차 협상 전까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미 FTA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겠다고 나서고 있다.

2차 본협상 저지투쟁을 계기로 한미FTA 반대여론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2차 본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7월 12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에는 7만에 이르는 민중이 결집했다. 지난 6월 초 워싱턴 1차 협상 직후부터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펼쳐왔던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앞 릴레이농성, 시군구 지역조직 건설, 한미FTA 저지 선언운동 및 범국민 서명운동 등의 성과였다. 한미 FTA 체결의 필요성에 대해 환상에 가까운 낙관적 전망을 제외하고는 예상되는 구체적 효과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곳곳에서 제기되는 비판은 철저하게 묵살하며 밀실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노무현 정권의 모습에, 한미 FTA 반대여론은 급격하게 확산되었다. 이에 힘입은 7만의 대오는 경찰 병력 220개 중대가 동원된 봉쇄작전을 뚫고 광화문 미대사관 앞까지 진출해 초민족자본의 이해만을 철저히 대변하며 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한 질서를 구축하려는 양국 정부에 분노를 쏟아냈다. 12일 범국민대회뿐 아니라 7월 10일부터 14일, 협상 기간 내내 협상장 주변에서, 그리고 서울 시내 곳곳에서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주장하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었다. 결국 한미 양측 협상단은 한미 FTA 협상이 초민족 금융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는 한미 FTA의 본질에 맞는 방향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약가 적정화 방안'을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2차 협상이 파행에 이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종의 위기감을 조성하며 한미 FTA 추진을 지지하는 세력을 결집시키고, 반대하는 세력의 긴장을 늦추어 날로 확산되는 반대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였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은 한미FTA 반대투쟁이 양국 정부의 2차 본협상에 이르러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미 FTA 반대투쟁의 정치적 방향이 분명해져야: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반대! 노동자민중이 주도하는 대안세계화를 향하여!

3차 협상을 앞두고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 협상을 중단하라는 대중적인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온갖, 이유를 들어 이 협상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설파해댈 것이다. 또한 점증하는 한미 FTA 반대여론을 감안할 때 한미FTA 반대투쟁은 더욱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 반대투쟁의 정치적 방향을 분명히 내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 FTA 2차 본협상 저지투쟁 준비 과정에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내에서 앞으로 펼쳐갈 투쟁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2차 본협상 저지투쟁을 통해 '한미 FTA를 강행하는 노무현 정권의 퇴진도 불사하겠다'는 대중적인 의지를 천명하자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미 FTA 반대운동에 참여하는 다양한 부문들이 어떠한 정치적 목표를 내걸고 단결과 연대를 이루어 낼 것인지는 여전히 논의 과제로 남아있다. 2차 본협상 저지투쟁을 계기로 결집된 대중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한미 FTA를 추동하는 근본적인 배경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자본의 구조적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그 비용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을 통해 극복하려는 전략을 중단하는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1986년~88년의 3저 호황 이후 1990년에 불어 닥친 이윤율 하락 위기를 김영삼 정부는 WTO, OECD 가입에 가입하는 등 ‘세계화’통해 극복하려 했고, 이는 1997년 외환위기로 귀결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이를 다시 IMF의 권고에 따라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극복하려 했고 이는 실업과 빈곤의 확대, 초민족자본의 금융적 지배의 확대를 가져왔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사회양극화’라고 부르며 한미FTA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더욱 구체화함으로써 극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렇듯 위기의 악순환을 강화할 것이 분명한 한미 FTA에 대한 반대투쟁은 단순히 협상 절차를 민주화하는 것으로, 피해 분야에 대한 보상을 따내는 것으로 그칠 수 있는 투쟁이 결코 아니다. 한미 FTA 반대투쟁을 계기로 대다수 노동자 민중의 삶의 위기에 대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끝장내고, 진정한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는 운동을 개시하는 것이 현재 사회운동이 수행해야할 시급하고도 절실한 과제이다. 한미 FTA의 반민중성과 비민주성에 대한 대중적인 공분은 크게 형성되어 있지만, 이에 비하면 사회운동들의 조직화정도는 아직 미흡하다. 2차 본협상 저지투쟁의 성과는 한미 FTA 반대투쟁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넘어서는 대안을 형성하기 위한 운동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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