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렸던
볼테르와
톨스토이,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벤야민과
츠바이크, 미쳐서 죽은 모파상, 죽음조차 문학으로 형상화하고 싶어 했던
안톤 체호프와
릴케, 죽을 때에야 난생 처음 행복을 느낀 데팡 부인과
도로시 파커 등. 하나 같이 죽음에 대해 독특한 태도를 갖고 있었고 특별하게 살다 특별하게 죽은 이들이다.
2003년 메디치 상 수상작, 아름답고 지적인 에세이 <죽음을 그리다>(아고라. 2006)의 는 몽테뉴, 괴테, 칸트 등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활동했던 사상가와 문호 23명의 죽음의 순간을 묘사하며 죽음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책은, 죽음 앞에 숙연해 질 수 있는 자, 죽음을 대면할 수 있는 자 만이 삶 앞에 의연해 질 수 있다고 말하며 몽테뉴의 “죽는 법을 아는 사람이 사는 법도 안다”라는 말을 인용한다.
저자 미셸 슈나이더는 문인들의 유언, 그들의 죽음에 대한 기록, 그들이 작품 속에서 죽음을 어떻게 묘사했는지를 종합해 그들의 죽음의 순간을 재구성해낸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가 이들의 죽음을 미화시키거나 영웅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들의 죽음은 지독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처량한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비참한 느낌’마저 준다.
이는 인간적인 문인들의 모습을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의 사상과 문학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으로 보여 진다.
사상가 볼테르를 묘사한 대목에서 그러한 책의 의도는 여실히 드러난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던 볼테르는 계속해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언제나 놀라워했다고 한다.
그는 여든셋까지 살았는데 1778년 5월 30일, 희곡 ‘이렌’의 공연을 위해 파리에 갔다가 죽었다. 사망 원인은 전립선암, 요독증, 피로, 그리고 아편 과다복용. 나이가 너무 많은 것도 사망 원인 중 하나였다.
볼테르는 늘 늙음을 ‘죽음의 어머니’라고 부르곤 했으며, “살다가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라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너무 허약해 살 가망이 없었던 볼테르.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세례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볼테르는 “제 임종의 순간을 잠시 미루고 여러분께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제가 살아있으면 여러분에게 제 해골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무덤가에서 펄쩍펄쩍 뛰기도 하고. 죽음은 치아 사이로 들어오죠. 그런데 이제 저는 이가 다 빠지고 없어요. 저는 살해된 채 태어난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죽음과 생명, 탄생과 생을 하나의 선으로 잇고 동일시한 사상가의 짤막한 말 한마디가 많은 것을 생각 하게 만든다.
누구에게든 삶이 소중하듯, 죽음 또한 그러하리라.
“의사들이 정해준 대로 죽고 싶지 않아요. 난 자유롭게 죽고 싶소”
자유롭게 죽고 싶다던 릴케의 말을 옮겨 적고 보니, 여름감기 앞에 골골거리는 쇠약한 육신의 변변치 못함이 사뭇, 부끄러워진다. 유한한 삶 안에서 제 몸 뚱이 하나 건사하지 못해 자유를 박탈당하는 삶이, 오늘따라 왜이리 초라하게 느껴지는지.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