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stella.K > 프랑스·한국 인기작가 샨사·정이현 대담
낭만스럽든, 환멸스럽든… “우리는 언제나 사랑에
목말라”
프랑스·한국 인기작가 샨사·정이현 대담
인기 절정의 여성 작가인 샨사와 정이현이 만났을 때, 좀더 추상적으로 말해 프랑스·한국의 젊은 소설가 두 사람이 문단의 새 물결로 부딪칠 때 독자들은 훨씬 농밀한 긴장으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국계 프랑스 작가로 파리에서 활동 중인 샨사는 ‘측천무후’, ‘바둑 두는 여자’, ‘천안문’ 등으로 이미 국내 팬이 두텁다. 샨사는 실존주의적 첩보전 소설인 ‘음모자들’(2006.4)로 다시 한번 큰 관심을 모으면서 한국 팬들을 만나러 엊그제부터 서울에 체류 중이다. 샨사는 4일 오후 7시 교보문고 잠실점, 5일 오후 3시 교보문고 본점에서 각각 독자와의 만남을 갖고, KBS 1 TV ‘책을 말하다’(10일 방영)에도 출연한다. 그녀와 동갑(1972년생)인 정이현은 첫 작품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2003)로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최근엔 조선일보 연재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2005~2006)로 서울라이트(Seoulite) 우먼의 전형적 삶들을 속도감 있게 창출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정이현=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샨사=내가 오히려 당신에게 묻고 싶다.
▲정이현=음…. 난 그냥 익명의 존재가 됐을 것이다. 물론 소설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겠지.
▲샨사=나는…, 작가가 되지 않았으면 아마 비구니가 됐을 것이다. 내가 작가가 된 건 문학 속에 초월적인 것에 대한 성찰이 들어있기 때문!
▲정이현=근데 모국어(중국어)가 아닌 불어로 소설로 쓰니 어떤가.
▲샨사=외국어로 소설을 쓴다는 건 뇌세포 중에서 그전까지 쓰지 않았던 부분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 사랑은 비참한 세계의 빛 비디오 게임에 빠지듯 내 소설 읽게 하고싶어 | |
▲정이현=당신이 직접 시나리오도 썼다고 하던데…, 소설가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샨사=두렵지 않았다. 아주 즐거웠다. 나는 소설을 쓸 때 지루한 심리 묘사를 싫어한다. 독자는 등장 인물의 행동을 통해 그를 이해할 수 있다. 내 소설의 30%는 이미지에 의지한다. 나는 독자들이 마치 비디오 게임에 빠지듯 내 소설을 읽게 하려고 한다.
▲정이현=한국에서는 문학이 영상 언어에 지배당한다는 점에서 문학과 영화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작가에게 던진다. 영화는 소설에 비해 좀 더 많은 판타지를 제공하고. 소설은 좀 더 많은 성찰을 요구한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문학적인 것이다. 영화와 소설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열려 있는 관계다.
▲샨사=문학은 철학에서 온 것이므로 문학 언어는 (머릿 속의) 사상을 외부로 꺼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영상 언어는 이미지들을 통해 사상과 등장 인물의 내면 세계를 재구성한다.
▲정이현=프랑스 문단과 사교계에서 샨사, 당신의 삶 자체가 화제가 되곤 했더군. 실존이 밖으로 드러나는, 공인으로 산다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 당신이 주목받는 것은 문학외적 요인, 즉 중국 여성이란 요소가 더 많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 아무튼 당신은 스타 작가로서 사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 좋은 영화는 문학적인 것 영화와 소설은 대립 아닌 서로 열려 있는 관계 | |
▲샨사=나는 원래 별을 좋아했다. (웃으면서) 이제 스타 작가가 됐다. (홀로 파리에 도착한 뒤) 배가 고팠고, 현실의 고통에서 일탈하기 위해 시를 썼던 한 소녀에서 이제 성숙한 여성이 된 내 삶의 여정이 지금 중국의 빈촌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모델이 됐으면 한다.
▲정이현=당신 소설에서 사랑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더라. 나는 과거 사랑을 냉소적으로 썼다. 내 소설 ‘낭만적 사랑과 사회’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감정인 사랑조차 과연 일상적인 것이란 질문을 던졌다. 사랑도 사회적 교환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소설은 4년 전에 쓴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나이가 들면서 초월적이고 인류애적 사랑이 우리 삶에 근본적인 것이 아닌가 하고 고민 중이다.
▲샨사=사랑이 없다면 우주도 없기 때문이지. 사랑이 없는 삶은 권태롭다. 사랑은 이 비참한 세계를 비추는 빛이다. 첫 소설 ‘천안문’에 나오는 ‘민’은 내 첫 사랑의 이름이다. 천안문 사태 당시 그를 만났다. 천안문 주변 공원에서 나는 첫 키스를 경험했다. 내가 중국을 떠나면서 헤어져야 했고, 그 이별은 내 삶과 문학에 큰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제 다 나았다. (웃으면서)그는 지금 베이징에 살고 있고, 벌써 두 번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라고 하더라. 모르지, 세 번째 결혼을 했는지도….
▲정이현=나는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책으로 내기 위해 개작하던 것을 최근에 탈고했다. 신문 연재를 통해 일차적으로 독자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겁이 나고 설렌다. 원고를 고치면서 등장 인물이 아니라 작가인 내가 상처받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등장 인물에 대한 애정이 과거보다 많아졌다. 이런 것이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인가 보다.
▲샨사=나는 알렉산더 대왕을 다룬 신작 소설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를 이미 탈고했고, 9월에 나온다. 알레스트리아는 내가 만든 허구의 여성이다. 또한 공상과학소설을 쓰고 있고, 13세기 이슬람 전사를 그린 소설도 준비 중이다. 중국이란 소재를 탈피해서 앞으로 보다 국제적인 소설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