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 씨가 된 것일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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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지구본 선물이 어떨까요
젊은 벗에게,
이른바 뉴 라이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신호일까요, 요즘 황당한 일들을 자주 만납니다. 갑자기 20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검찰은 강정구 교수에게 4년형을 구형했습니다. 청와대는 사학법 개정에 관해 한나라당에 양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고려대는 학생들에 대한 출교 조치를 내렸습니다. 보건대 차별과 학내 문제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학생들에게 철퇴를 가한 것입니다.
한국외대에서는 대학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총학생회가 이를 성토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불법 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법이 ‘ㅈ’ 신문사설과 똑같습니다. 대부분 예비노동자들인 대학생들의 조직인 총학이 사회정의를 요구하는 학내 노동자들의 투쟁에 동참하고 연대하기는커녕 대학권력의 ‘마름’ 노릇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전북대에서는 총학이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의 활동이 자치활동이 아니라며 학생회관 사무실을 반납하라고 결정하고 물리력을 동원하여 강제철거를 시도했다고 합니다. 과거 학도 호국단 시절에도 보기 어려웠던 일입니다.
‘대학은 산업이다’...인문정신과 비판정신의 거처여야 할 대학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젊음의 의미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듯합니다. 오직 남보다 더 배부른 경제동물이 되려는 계산만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학에서 자유인은커녕 인간을 찾기 어려워질 듯합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인데, 우울한 내용의 글을 쓰려니 죄송함이 앞섭니다. 곧 어린이날입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어린이날만이라도 마냥 행복했으면 합니다. 집안 어린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셨나요? 아직 준비하지 않으셨다면 저는 ‘지구본’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작아도 괜찮습니다. 둥글고 23.5도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돌아가면 됩니다. 어린이들이 방에서 지구본과 함께 노는 일상 속에서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며 세계 속의 한국과 한국 속의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초중고의 각 학급에도 지구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인문지리’라고 말하지만, 저는 ‘인문’보다 ‘지리’가 먼저라고 봅니다. 도시에 강이 흐르는 게 아니라 강이 있어서 도시가 선 것이듯 말입니다.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때에 어린이들에게 지구본을 선물하기를 주문하는 일이 황당하지 않다는 점을 그대는 알리라 믿습니다.
- 퍼온이 '일과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