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여론조사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한국인들은 어떤 사회에서 살기를 바랄까 <한겨레>가 창간 16돌을 맞아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7~9일 전국의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그 얼개를 보여준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그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가 주로 부담하며, 해고 및 대기업·재벌 활동을 정부가 규제하고, 돈을 많이 버는 사람과 부자가 세금을 많이 내어, 힘없는 사람이 보호받는 사회’. 요컨대 ‘사회민주주의 지향의 복지국가’다.
응답자들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압도적으로 ‘사회복지가 잘 갖춰진 사회’(78.4%)를 꼽았다. ‘경제적·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는 4분의 1수준인 20.8%였다. 구체적으로 ‘탁아·교육·의료·노후생활 보장 등 복지정책’에 따르는 재원은 국가가 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77.2%)이 다수였다. 개인부담이 많아야 한다는 의견은 22.2%였다. 복지재원 조달의 핵심 수단인 세금 부담과 관련해선 국민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고소득자(91.0%)와 부자(93.1%)가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의 세금부담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의견은 순서대로 0.7, 0.2%에 불과했다. 이런 답변 경향은 나이·성별·학력·직업·정당지지 성향 등 변수별로 차이가 없었다. 재산상속세율에 대해선 ‘올리자’는 의견이 67.2%였다( ‘유지’ 24.0%, ‘낮추자’ 6.1%).
“탁아·노후복지 재원 국가 부담”77%
“부자 세금 늘려 예산 확보”90% 넘어
절반 이상 “시장경제 정부역할 확대”
해고 “규제를”71% “자유롭게”26%
‘재벌활동제한’강화가 완화보다 높아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구실과 관련해선 ‘역할을 유지·확대해야 한다’(57.7%)가 ‘완화·축소해야 한다’(36.1%)는 의견의 2배 가까이 나왔다. 농림수산업 종사자의 경우 정부 구실을 유지·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74.4%로 특히 높게 나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부담이 큼을 보여줬다. 고용·해고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26.2%)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71.3%)이 압도했다. 이 경우 나이와 학력이 낮을수록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고, 화이트·블루 칼라와 민주노동당 지지자도 규제 선호도가 높았다.
직업에 따른 보수 차이에 대해선 ‘차이를 줄여야 한다’가 절반을 넘는 56.3%였고, ‘차이를 벌리자’는 9.4%에 불과했다. ‘지금 수준 유지’는 31.0%였다.
대기업·재벌 활동 규제 문제와 관련해선 ‘규제 강화’ 의견(54.0%)이 ‘완화’(41.6%)보다 조금 높았다. 그런데 지지정당과 정치적 귀속의식에 따라 답변이 크게 갈렸다.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및 한나라·민주당 지지자는 규제 완화쪽이 다수였고, 중도·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와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지지자는 규제 강화쪽이 많았다. 또 ‘힘없는 사람이 보호받는 사회’(51.3%)가 ‘능력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44.6%)보다 바람직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응답자들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으로 ‘미국식 자유민주주의’(39.2%)보다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44.8%)를 선호했는데, 20~30대와 직장인, 대학생, 민주노동당 지지자,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특히 그랬다. 반면 한나라당 지지자는 ‘미국식’(46.8%)을 ‘북유럽식’(35.4%)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기획팀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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