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누리(펌)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날, 그러니까 최초의 찬핵안 의결 시도가 있었던 날,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던 노사모 사람들이 내건 플래카트에 그렇게 씌어 있더군요. "노사모가 아닙니다. 국민입니다."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첫날 그 자리에 모인 소수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 노사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모순적인 문구를 내걸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기에 평소에 좀 잘할 일이지.

그런 시위가 벌어지면 대개의 단체들이 자기 단체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안달을 합니다. 반면 노사모에서는 자기들의 정체성을 부정하기에 급급하더군요. 왜 그러겠습니까? 그 동안 자기들이 해온 '짓거리'가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쳐지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비록 우리는 노빠나 이것은 노빠질이 아니다, 국민질이다",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어제 얘기한 것처럼 노무현 지지율 20%와 열우당 지지율 30%, 탄핵반대 70% 사이에 존재하는 4~50%의 민심은 딱히 노무현과 열우당 지지자들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대부분의 민주노동당 지지자들도 속할 테니까요. 2~30%는 포지티브한 지지율이고, 70%는 네거티브한 지지율입니다. 지금 반사이익으로 10% 가량 포지티브한 지지율이 올랐지만, 지금이 피크이니 아마도 거기서 더 오르긴 힘들 겁니다.

대충 70%의 국민이 자기들 등 뒤에 서 있다고 믿었는지, 이분들이 또 기세등등하게 행패를 부리는군요. 자기들 급하면 남의 당에 찾아와서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읍소를 하다가, 급한 일 지나면 그 다음에는 언제 그랬냐고 입 딱 씼는 게 그 분들의 인생철학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마찬가지군요. 도대체 항의를 하려면 탄핵에 찬성한 장기표 당으로 몰려갈 일이지, 탄핵에 반대한 민주노동당을 향해 악담을 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군요.

오늘이 끝물입니다. 그리고 3월 20일날 한 차례 더 있겠지만, 이제 탄핵 가결의 충격은 사회에 흡수되었고, 대통령 없는 나라는 이미 일상이 되었고, 어제 시위로 국민들의 뜻은 정치권과 사법부에 충분히 전달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좀 제대로 된 선거를 치르기로 합시다. 정치가 도박판도 아니고, 유권자가 무슨 실험용 모르모트도 아니고, 여야가 합작해 만들어낸 탄핵 쇼에 이제는 좀 더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울러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몰고온 야당의 몰상식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나간 노무현의 올인 드라이브에도 문제제기를 해야 합니다. 여야 4당 대표와의 회담을 노무현이 거부한 것은, "그래 봤자 탄핵까지 가겠느냐. 또 탄핵까지 간다고 해도, 너그들만 손해다"라는 배짱의 표현이겠지요. 바로 이런 무책임한 때문에 자꾸 대통령 자질에 대한 구설수가 생기는 겁니다.  

이번 총선은 유권자들의 심판의 날입니다. 거기서는 먼저 탄핵사태를 일으킨 주범,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심판과 함께, 지난 1년간  이 나라를 이끌어온 노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와 정신적 여당 행세를 해 온 열우당의 행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도 함께 내려질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선거의 존재이유이고, 동시에 유권자들의 임무인 것입니다.

정치권에서 구사하는 수준낮은 잔머리에 입 헤 벌리고 멍청하게 속아넘어가지 맙시다. 유권자는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지, 유치한 정치 쇼의 동원 대상으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유권자들이 자꾸 속아넘어가주니까 야당은 탄핵까지 하고, 대통령은 배째라 하는 겁니다.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감시자들이 '뽕' 맞고 헤롱 거리니까 비리와 부패도 생기고, 저런 웃지못할 희대의 코미디 같은 상황도 벌어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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