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분 손님 자리 났어요∼.”
13일 점심 서울 서소문에 있는 K삼계탕 입구에는 한 무리의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여기저기서 부르는 소리에 종업원 안순임씨(59)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래도 “바빠도 신난다”며 안씨는 활짝 웃어 보였다.
닭고기,오리고기 업계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각 단체의 ‘닭고기 먹기 운동’과 함께 조류독감 보상보험 계약 체결 사실이 알려지면서 닭고기 업계가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계육협회 등 4개 닭,오리 유관 단체가 현대해상과 국산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고 조류독감에 걸려 사망할 경우 20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13일 K삼계탕집은 잔칫집 같았다. 지배인 이종길씨(45)는 “조류독감 보험 얘기가 나오던 2,3일 전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하더니 점심시간엔 1층부터 6층까지 모두 예약이 완료돼 1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지경”이라며 신명을 냈다.
두 달여 만에 닭을 먹는다는 손님 김방실씨(23·여)는 “닭을 너무 좋아하는데도 먹지 못했었는데,이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닭맛을 보러 왔다”며 삼계탕 한그릇을 시원스럽게 비웠다. 옆자리에 있던 유동일씨(35)는 “혹시 조류독감에 걸린다고 하더라도 보상받고 다 나았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리 고기 식당도 생기가 돈다. 조류독감 파동으로 매출이 곤두박질 쳤던 N유황오리 잠실점의 변정훈 과장(43)은 “조류독감 배상 보험 뉴스가 나간 후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류독감 보상보험과 함께 각 단체의 닭먹기 운동과 일반시민들의 ‘밸런치킨데이’ 운동도 한몫했다. 밸런타인데이에 연인에게 초콜릿을 주는 대신 함께 닭고기를 먹자는 ‘밸런치킨데이’ 운동과 닭고기 시식행사로 14일 서울에서만 수십회의 시식회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계육협회 김한웅 부장은 15일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4대 닭고기 유통회사를 중심으로 한 도매판매량이 13,14일 이틀 동안 약 30∼40%씩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치과의사회,수의사회,무역협회 등 각계의 시식회 협조도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부장은 또한 “일회성 이벤트 행사가 많았고,졸업 시즌이기도 했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느껴지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냐”며 낙관적인 기대를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