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끼고 앉아서 동화책을 정말 많이 읽어주었다. 조금 자라서 이야기의 맛을 알기 시작하면서 전래동화 전집을 구입해서 읽어주었었는데 그 때 당시 육아잡지들을 보면 `전래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안되는 이유` `권선징악 일색인 전래동화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말살` ... 이런 칼럼들이 곧잘 실려있곤 해서 애들에게 동화를 읽어 줘야 하는건지 아닌건지 무척 헷갈리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전래동화를 너무 너무 좋아해서 낄낄대고 읽어달라 졸라댔고, 지금은 너무 책을 안읽어서 고민인 우리 아들( 아들, 미안^^)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도록 옛날 이야기만 읽어서 나를 시름에 잠기게 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것도 잠시! 그 후 옛날이야기는 국어책 속에서 부활하여 아이들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이야기의 재미와는 별개로 너무 어려운 한자말로 된 설화와 소설의 종류들을 암기하느라 정작 내용은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안드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애들은 이렇게 외쳐댔다. 엄마!! 요번 시험범위가 고전소설이야! 개망햇어ㅠㅠ

애들아~~ 이 책을 진작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렇게 옛이야기에서 인생의 진짜 교훈을 찾아낼 혜안이 있었다면, 삶의 진실을 오롯이 담아낸 진짜 이야기를 만나고 그를 통해 인간과 세상의 본원적 가치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면 국어 점수 좀 안나와도 쿨하게 웃어넘길수 있었을텐데..옛날 얘기는 허황된 이야기라고 애들이나 읽는 이야기라고 무시하지 않았을텐데!!

저자는 아주 친절하게 옛날이야기들 속의 `떠남`에 대한 모티프를 가지고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이야기 속에서 찾아낸 지혜들을 소개하고 있다. 안정되고 편안한 집을 버리고 자의든 타의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주인공들은 주저하지 않고 세상과 대면하고 행동함으로써 결국 스스로 자기 삶을 세운다. 우리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던 백설공주, 신데렐라, 콩쥐팥쥐, 바리데기, 장화 홍련, 그 밖의 많은 옛이야기들을 인용하며 이야기 속의 상징들을 설명하는데 `아 그래! 그렇게 읽을수도 있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아주 유용한 것임을 알게된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쉽고 재밌어서 반나절 만에 쑤욱~ 읽힌다는 것인데 그에 비해 얻어지는 삶의 지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또한 장점이다. 오~~ 앞으론 이야기를 읽을 때 이렇게도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다짐하곤 했다. (급 옛날 이야기들이 땡긴다.. 책장을 뒤져보니 같은 저자의 책 `살아있는 우리 신화`가 있네. 이렇게 또 숨겨진 보물같은 책을 책장에서 줏었다)

옛이야기는 말한다. 자기 먹을 복은 타고난다고. 운명은 피하는게 아니라 부딪치는게 답이라고. 사색과 고뇌로 주저앉지 말고 일단 움직이라고. 세상 만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먼저 손내밀어 세상을 바꾸라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멀리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진정 움직이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라고. 그리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라고!
그리고 나는 말한다. 얘들아~~~ 이 책 재밌어!! 이거 읽고 독서록쓰자^^ (숙제는 숙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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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10-19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자어보다 독서록이 더 무서워요~ ^^

살리미 2015-10-19 08: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반전이죠??
저도 학교에서 내주는 독서록 숙제가 제일 싫어요. 대체 뭘하는건지 항상 너무 바쁜 애들이라 독서록 숙제는 항상 미루다가 제출일이 다 되어서야 결국 책도 안읽고 감상문을 적어대는 능력을 발휘하곤 하기 때문에 이렇게 재밌는 책을 만나면 애들에게 나도 모르게 독서록! 독서록! 하게 되요^^

해피북 2015-10-19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이 이런 내용이였군요^^ 그저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옛이야기 속에 숨겨진 지혜 저두 알아보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ㅎ 그래두 독서록은 무서워요 ㅋㅂㅋ 꿀밤되세요 오로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