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독서록 숙제를 한다며 샀던 이 책을 `수학` 보다는 `영화`에 끌려 읽어보았다. 난 학창시절 수포자였고, 모든 과목이 완벽했으나^^ (내 기억은 과연 완벽한걸까?) 수학때문에 살짝 인생이 틀어진 경험을 가진 수학혐오자다. 저자는 나같은 사람때문에 이 책이 나왔다고 했는데 확실히 미끼로 `영화`를 고른 건 잘 한 일인듯 하다.
그런데 역시나 수학은 어려워서 내가 안 본 영화들에 대한 글은 솔직히 대충대충 읽고 건너뛰게 되었다. 수학을 쉽게 이해시켜주겠다고 이렇게 애를 쓰는데 나는 이것조차도 어렵군 하고 좌절하게 되는 내용도 있다.
그와중에 젤 재밌었던 것은 영화 <콘택트>와 <굿 윌 헌팅>! 수학적 설명이나 도식도 제일 적고 영화도 내가 재밌게 본 것이라 쏙쏙 읽힌다.
˝It`s not your fault!!˝ 대사로 유명한 <굿 윌 헌팅>은 실제 하버드를 중퇴한 배우 맷 데이먼이 대학 시절 숙제로 썼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밴 애플렉과 공동 각본을 써서 1998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내가 맷 데이먼에게 빠진 것도 이때 부터다^^
책에서 제일 재밌었던 부분! 이 영화의 주무대는 MIT다. MIT는 창의적인 괴짜를 허용하고, 배출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이런 특징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있는데 경찰차 해킹 사건이다.
1994년 한 학생이 주차위반으로 경찰에게 딱지를 떼였다. 이에 분개한 학생은 경찰차를 훔쳐 돔형식의 중앙건물 꼭대기에 그 차를 올려놓았다. 더 재밌는건 총장의 말. 그는 학생에게 그 일을 용서할 테니 어떤 식으로 그렇게 했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차를 분해하여 꼭대기로 옮기고 조립했을텐데 그 아이디어와 기술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MIT의 전통이 되어 각종 기념일이 되면 이 놀이가 대상을 바꿔가며 계속 된다고 한다.
창조는 어쩌면 문제를 일으키는데서 시작되는게 아닐까? 이 학생을 벌주고 문제를 덮으려고 했다면 이 빛나는 전통은 없었을 것이고 과학기술의 발달도 더뎠을 것이다. 이런 전통의 MIT가 청소부였던 수학 천재를 발견하고 재능을 끌어낸다는 각본은 그래서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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